상단여백
HOME 오피니언 데스크 눈
여론조작과 프라이밍 효과[데스크 눈]신기방 / 편집국장

심리학에서 '프라이밍 효과'(priming effect, 점화 효과)라는 게 있다. 먼저 받은 정보가 뒤에 얻은 정보를 처리하는데 영향을 미치는 현상을 말한다. 조선일보의 채동욱 검찰총장 혼외자 아들 보도는 프라이밍 효과를 노린 전형적인 행태다. 일반인들은 혼외자 아들에 대한 정확한 사실관계보다 조선일보의 보도를 통해 그 정황들을 먼저 상상한다. 정권 핵심부로부터 미운털이 박혀있던 채 총장은 결국 제대로 해명조차 못한 채, 사실상 쫓겨나다시피 했다.

프라이밍 효과의 가장 대표적 사례로 선거전 여론조사가 꼽힌다. 한번 공표된 여론조사 결과는 개별 경쟁력 척도로 각인되기 일쑤다. 후일 선거전이 임박해지면 프라이밍 효과는 각 후보별 세(勢) 형성에 결정적 영향을 미친다. 특히 지금처럼 선거가 한참 남은(9개월) 시점에 공표하는 여론조사는 그 효과가 극대치에 가깝다. 객관성이 없는 의도된 여론조사를 여론조작이라고 하는 이유도 이 때문이다. 더구나 그 결과를 입맛대로 골라 공표했다면, 이는 여론조작을 넘는 정치공작이나 다름없다.

최근 거제지역에 기반을 둔 경남투데이에서 뜬금없는 여론조사를 벌여 인터넷에 공표했다. 그런데 이 여론조사가 창간호 조차 내지 않은 신문사의 정체성만큼이나 미심쩍다. 창간특집 '거제지역 현안 여론조사' 라면서도, 정작 공표한 내용엔 시장후보군 선호도 조사와 거제에 사는 만족도 조사가 전부였다. 현안조사라면 하다못해 고현항 매립에 대한 의견이라도 물었어야 했다. 현 시장에 대한 직무수행평가를 분명히 물었음에도 발표내용에는 그 결과가 쏙 빠져있다. 왜일까. 십중팔구는 의도한 결과가 나오지 않았기 때문 일 게다.

조사시점도 의문투성이다. 최초 조사시점은 추석연휴 끝 무렵인 23~24일 인데도, 정작 공표한 내용에는 27~28일 이틀간 실시했다고 밝혔다. 이해당사자가 "왜 1주일 전 조사를 해 놓고 발표는 1주일 뒤 조사결과냐"고 물으니 "자료가 최신 것이 아니어서 1주일 전 조사자료는 없앴다"고 답했단다. 이 무슨 귀신 씨나락 까먹는 소린가. 9개월 뒤 치러질 선거전 여론조사를 불과 1주일 지났다고 최신자료 운운하는 게 말이 되는가. 결과가 자신들의 입맛대로 나오지 않자, 1주일 뒤 다시 여론조작을 했다고 고백하는 소리로 들린다.

조사기관은 더 가관이다. 경남투데이는 '국내 10대 여론조사기관인 큐 리서치'라고 발표했지만, 큐 리서치는 10대기관은 커녕 여론조사협회 가입조차 안 돼 있다고 한다. 표본 1000명을 선정하는 ARS 조사비용이 50만원이라는 것도 타 기관과 견줘 지나치게 낮다. 이해당사자가 상세한 조사결과를 알기위해 해당기관에 온종일 전화해도 아무도 받지 않았다는 걸 보면, 실체가 불분명한 회사인듯 싶다. 결국 신뢰가 떨어지는 기관에 조사를 맡기고 결과 또한 선별해 발표한 격이니, 의뢰자·조사기관·조사내용 3박자가 어설픈 정치공작을 한 셈이다.

선거전에 나설 특정인이 사적으로 의뢰하는 비공개 여론조사는 엉터리기관에 엉터리조사를 맡겨도 문제될 게 없다. 그러나, 언론사에서 공표를 전제로 한 선거전 여론조사는 꽤나 신중해야 한다. 그 결과가 정확한 것이든 조작된 것이든 간에 결국 프라이밍 효과로 이어져 실제 선거전에 막대한 영향을 미치기 때문이다. 그런 점에서 경남투데이의 이번 여론조사 공표는, 언론의 사회적 책무를 망각한 무책임한 행위이자, 지역언론의 명예를 훼손한 자해행위다. 출발선에 선 경남투데이가 한걸음 뛰기도 전에 여론형성이 아닌 여론조작 본거지라는 오명을 뒤집어쓰지 않을까 심히 걱정된다.

덧붙여 한마디 더 하자. 가뜩이나 난립된 지역언론 시장에서 중심을 잡고 통합을 주선해야 할 원로급 인사가, 중심은 커녕 부나방처럼 이리저리 옮겨 다니다, 급기야 또다시 일간신문을 만든다고 설치니 참으로 안타까운 일이다. 지역언론계 어른으로서 존경받고 모범되는 일은 못하더라도, 후배들 눈에 볼썽사나운 모습은 더 이상 안 보였으면 한다.
 

 

 

   
 

 

뉴스앤거제  nng@daum.net

<저작권자 © 뉴스앤거제,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

뉴스앤거제의 다른기사 보기
icon인기기사
기사 댓글 0
전체보기
첫번째 댓글을 남겨주세요.
여백
포토 뉴스
  • 1
  • 2
  • 3
  • 4
  • 5
여백
여백
Back to Top