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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집중해부]미궁속에 빠진 부부실종 사건심증가는 용의자 죽고, 물증은 없고…경찰 "너무 허탈하다"

장평동에서 발생한 부부 실종사건과 관련, 유력한 용의자로 지목받던 집주인 A씨가 자살하면서 곧 끝날 것 같던 수사가 미궁에 빠지고 있다.  수사종결 직전까지 갔던 이번 사건은 이제 실종자들의 생사여부부터 다시 수사해야 하는, 사실상의 미제사건이 돼 버렸다. 

■ 사건경위 
거제경찰서에 따르면 거제시 장평동 A씨의 가게건물 2층에 세들어 살던 K모(49), P모(50·여)씨가 지난 8월26일과 28일 이틀 간격으로 연락이 끊겼다.
이들의 실종사실은 P씨의 딸이 평소 2~3일 간격으로 통화했던 엄마의 휴대폰이 8월28일부터 꺼진 채 연락이 되지 않자 9월1일 경찰에 실종신고를 하면서 세상에 알려졌다.

   
▲ 추석직전인 지난달 30일 경찰이 굴착기 등을 동원해 용의자의 집 주변을 샅샅이 뒤졌으나, 시신유기 등 범행흔적은 찾지 못했다.<사진은 새거제신문 이동열 기자가 촬영한 것입니다>

■ 경찰수사 
신고를 받은 경찰은 실종된 부부가 거주했던 집(월세방)을 조사한 결과, 부인의 휴대폰 전화기가 파손된 채 방에 있고, 방바닥과 모서리가 깨진 변기통에 미세한 혈흔이 발견돼 즉시 수사에 착수했다.

경찰은 당초 사실혼 관계였던 실종부부가 심하게 다툰 뒤 차례로 집을 나간 것으로 판단, 동거남 K씨를 용의선상에 올려 1차 내사를 벌였다.

그러나, 혈은 감식결과 방바닥의 피는 부인의 것이었고, 변기통 혈흔은 집주인 A씨 것으로 드러났다. 이때부터 경찰은 집주인 A씨를 유력한 용의자로 보고 수사력을 집중했다.
우선, 경찰은 집주인 A씨를 참고인 자격으로 불러 진술을 들었다. A씨는 경찰에서 "8월27일 동거남이 오락실에서 게임도중 기계를 파손한 뒤 집에 와 있었는데, 나중에 오락실 관계자 3명이 집으로 찾아와 실랑이가 벌어졌다. 오락실 관계자들이 가고 난 뒤 부부가 심하게 싸우는 것을 목격했다. 다음날 이들이 사는 방을 가 보니, 사람은 없고 가재도구가 어지럽게 널려 있었다. (집주인 A씨 자신이)가재도구를 정돈하다 미끄러져 넘어지면서 변기통에 왼손 약지를 다쳤다"고 일사천리로 진술했다는 것.

참고인 진술을 받은 경찰은 일단 A씨를 돌려 보낸 뒤, 실종된 부인 P씨의 휴대폰 통화내역을 조사했다. 그 결과 부인 P씨가 실종되기 직전인 8월28일 마지막으로 통화한 사람이 집주인 A씨라는 사실을 확인했다.

특히 실종된 남편 K씨의 통화내역 조사에서 이보다 이틀 앞선 8월26일 집주인 A씨가 거주했던 사등면 지석리에서 마지막으로 통화하고 전화기가 꺼진 사실을 확인, 8월27일 부부싸움을 목격했다는 A씨의 진술은 거짓으로 결론지었다.
경찰은 집주인 A씨가 8월26일 밤 사등 지석리 인근에서 남편 K씨를, 이틀 뒤인 8월28일 실종부부 거주지에서 부인 P씨를 차례로 살해한 뒤 사체를 유기한 것으로 추정하고 A씨를 재소환키로 했다.

■ 갑자기 자살한 용의자 
경찰은 범행사실을 인정하지 않는 집주인 A씨를 상대로 심리전인 거짓말 탐지기 조사를 계획했다. 9월25일은 A씨와 함께 경남경찰청을 방문, 거짓말탐지기 조사를 받기로 약속한 날이었다.

그런데, 이날 돌연 A씨가 잠적했다. A씨의 행방이 파악된 건 그로부터 이틀뒤인 9월27일 새벽이었다. A씨는 이날 새벽 5시30분께 자신의 부인에게 "죽어버리겠다"는 말을 남긴 뒤, 자신의 포터 탑차를 타고 집을 나갔다.
부인으로부터 이같은 사실을 전해들은 경찰은 A씨의 이동 동선을 수소문해 주요 길목마다 인력을 긴급배치, 신병확보에 나섰다.

A씨가 집을 나선지 2시간 쯤 뒤인 이날 오전 7시30분께 하청면 하청삼거리에서 A씨 탑차와 순찰차가 맞닥뜨렸다. A씨는 황급히 장목방면으로 달아났고 순찰차가 뒤따랐다.
A씨는 다시 하청실전매립지 쪽으로 방향을 꺽었고, 실전여객선 선착장에서 전 속력으로 차를 몰아 바다로 돌진했다.

뒤따르던 경찰이 곧바로 물에 뛰어들어 구조를 시도했으나, A씨가 차량 잠금장치를 안에서 누른데다, 차가 수직으로 가라앉으면서 금새 물이 차, 더 이상 손을 쓸 수 없었다고 한다.

   
▲ 군부대에서 파견한 탐지견 2마리와 진주소방서 인명구조견 2마리 등 총 4마리의 탐지견이 수색작전에 동원됐다. 

허탈해진 경찰, 사건도 미궁속으로
유력한 용의자의 갑작스런 죽음 앞에 경찰은 망연자실해 졌다. 경찰은 집주인 A씨가 자살함에 따라, A씨가 살해해 암매장했을 것으로 추정되는 실종부부 시신확보에 우선 주력했다.

경찰은 추석직전인 지난달 30일 사등면 지석리에 있는 A씨의 자택과 인근 야산에 대해 압수수색 영장을 발부받아 대대적인 수색작업을 벌였다. 실종자의 휴대폰 최종 위치가 용의자 A씨의 집 근처인데다, 인근 야산에서 흙을 파낸 흔적도 일부 발견됐기 때문이다.

경찰은 이날 군부대에서 지원받은 탐지견 2마리와 진주소방서 인명구조견 2마리 등 총4마리의 탐지견과 굴삭기 등을 동원해 하루종일 주변 일대를 샅샅이 훑었으나 별다른 단서를 찾지 못했다. 다음날도 굴삭기를 통한 수색을 재개했지만, 끝내 시신매장 흔적은 찾지 못했다.

   
▲ 굴삭기를 동원한 수색작업에는 경남경찰청 고위간부 등이 직접 나와 지켜보았다.

"시신유기 장소라도 가르쳐 주고 가지…"
이번 수사를 지휘하고 있는 거제경찰서 신원근 강력1팀장은 8일 기자와의 전화에서 "수사가 마무리 단계에서 용의자의 갑작스런 자살로 일이 꼬여 버렸다"며 "자살까지 할 정도로 도의적·심리적 압박을 받았다면, 시신유기 장소라도 가르쳐 주고 갈 일이지…"라며 혀를 찼다.

신 팀장은 "유족들이 생사여부 확인을 애타고 원하고 있는 점을 고려해 전국에 전단지를 배포했고, 살해가능성을 염두에 두고 거제지역 임도 주변과 바다속까지 꼼꼼히 살피고 있다"고 말했다.

신 팀장은 "유력한 용의자가 자살한 상태에서 설령 시신을 찾더라도, 사건의 연결고리를 맞출 방법이 없어, 결국 미제사건으로 갈 수 밖에 없는 상황"이라고 안타까워 했다.

신 팀장은 특히 "용의자 A씨가 차량에 휘발유 1말을 싣고 있었다는 점에서, 여차하면 언제든 자폭할 준비를 하고 있었던 모양"이라며 "이번 사건은 용의자 A씨가 실종부부를 차례로 살해한 뒤 암매장 했고, 경찰수사가 조여오자 자살을 결행한 것이라는 심증은 가지만, 현재로선 물증도 사건연결고리도 찾을 길이 없다"고 덧붙였다.

수사종결을 눈앞에 두고 갑작스럽게 일이 꼬인 수사팀의 쓰라린 심정을 전하는 신 팀장의 마지막 멘트가 걸작이다.  "용의자 그 양반, 지금쯤 염라대왕 앞에서 기합받고 있을  겁니다"

 

신기방 기자  sgb@newsngeoj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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