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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현항의 우리 몫은 일부
재정사업으로 최소한만 개발해야
신기방 /편집국장
신기방 편집국장

상문동 삼거마을을 지날 때 마다 수몰(水沒)된 구천계곡을 떠올린다. 구천계곡은 아홉 개의 골에서 흘러든 물이 모여 흐른다 해서 구천계곡이라 불렀다. 삼거마을 하단부에서 시작되는 수목 울창한 암반계곡은 용주사(지금은 문동으로 이주)를 휘감고 돌아 지금의 댐 아래까지 장장 4.3㎞를 굽이굽이 흘렀다. 총면적 402㎢밖에 안 되는 조그만 섬(島)지역에 이토록 아름다운 계곡이 있었다는 걸, 오늘의 거제사람들은 얼마나 알까.

수려했던 그 계곡은 대우·삼성의 공업용수 공급을 위해 80년대 중반 수몰되면서 지금의 구천댐으로 변했다. 일설(一說)에는 정부관계자가 책상에서 등고선 지도를 펼쳐놓고 집수구역이 가장 넓은 곳을 찍어 댐 입지를 결정했다고 한다. 공업용수에 책상머리 등고선 지도라…. 생각할수록 땅을 칠 일이다. 구천계곡이 지금껏 온전히 보존됐더라면, 단언컨대 필시 거제 최고의 관광휴양지로 자리매김하지 않았을까 싶다.

지금 생각해보면 구천계곡(우측사진)이 살아남을 수 있는 여지는 얼마든지 있었다. 당시 양대조선이 필요로 하던 공업용수는 기껏해야 하루 5000톤 안팎(지금은 1만5000톤). 그 정도 양은 79년 준공된 연초댐(하루 1만2000톤 생산) 만으로도 충분했다. 양대조선이 날로 확장되고, 인구유입에 따른 식수체계 개선도 절박했지만, 연초댐에다 지역단위 집수정과 저수지에 간이 정수시설을 갖춰 활용했더라면, 충분히 감당해 낼 일이었다.

세상은 변하고 세대는 진화하기 마련이다. 불과 1세대가 지난 지금, 당시엔 생각지도 못했던 진주 남강 물이 하루 5만톤 넘게 거제로 들어온다. 더 가져올 여력도 충분하다. 그러나 당시 위정자들은 자연자산에 대한 몰이해(沒理解)에다 미래에 대한 혜안(慧眼)도 없었다. 그러다보니 당장 눈앞에 보이는 쉬운 길만 택했다. 후손들과 향유해야 할 자연자산을 그 세대 논리만으로 너무 쉽게 훼손했다. 훼손은 순식간이지만, 복원은 수대가 지나도 온전히 살아나지 않는다. 우리 후손들 중 예전의 그 구천계곡을 다시 볼 수 있는 세대는 언제쯤일까. 그 날이 오기는 할까.

각설하고, 거제시는 고현항 61만여㎡(약18만여평)를 매립하는 이른바 고현항재개발사업을 추진 중이다. 노후(老後)된 항만기능을 보완하고, 시대여건에 걸맞는 복합도시공간을 만들어 거제시의 랜드마크(land mark)로 활용한다는 것이 그 이유다. 복합도시공간에는 부두·상업시설과 함께 3000세대가 넘는 대단위 아파트 건설이 주를 차지한다. 물론 수변공원과 문화 공간 등 공공용지도 일정부분 포함돼 있다.

미리 밝혀두지만, 필자는 개발정책에 알레르기를 일으키는 환경원리주의자가 아니다. 고현항재개발사업에 대해서도 일정부분 공감하는 바도 있다. 그러나 현재의 사업추진 내용과 절차, 미래세대 몫인 공공자원을 한꺼번에 깡그리 뭉개는 매립방식에는 분명한 문제가 있다고 본다. 어떤 의미에선 개발독재 시대나 가능했던 토건사업을 막무가내로 밀어붙이고 있다는 느낌이다. 필자가 판단하는 고현항재개발사업 반대 이유의 대략은 이렇다.

첫째, 공공의 자산인 고현항은 우리세대만의 몫이 아닌 미래세대와 함께 향유하는 공간이다. 꼭 필요에 의한 개발이라면, 그 범위는 우리 몫만큼의 최소한에 그쳐야 한다. 지금처럼 민간업자를 불러들여 전체를 매립하고, 그 몫으로 그들에게 매립지 태반을 떼 줄 공간이 아니다. 역사는 현 세대가 고현항을 다 메워버리라고 결코 주문하지 않았다. 임기 4년짜리 시장이라는 유한한 권력에게는 더더욱 그렇다. 한마디로 현 세대의 몰염치이자 미래세대에 대한 패악질이다.

둘째, 고현항 개발이 꼭 필요하다면, 민자(民資)가 아닌 재정(財政)사업을 통해 추진돼야 한다. 현재 고현 시가지의 가장 큰 문제는 주차난과 낙후된 시장, 도심공원 부재로 집약된다. 현 세대의 삶의 질 개선을 위해 부득이 고현항을 개발한다면, 그 방식은 재정사업이요, 범위는 이 부분에 국한돼야 한다. 시 재정이 되면 좋겠지만, 안 되면 국가재정을 끌어와야 한다. 국가예산을 유치할 능력도 자신도 없으면 아예 달려들지 말아야 한다.

셋째, 지금 방식의 고현항 사업은 일극집중(一極集中)에서 비롯된 고현시가지 현안을 결코 풀 수 없을뿐더러, 되레 더 악화시킬 우려만 높다. 사업자가 주장하는 공공용지 50%는 우리가 원하는 대체시장, 도심공원, 주차장이 아닌, 항만부지와 호안수변공간, 주거지 도로를 포함한 간선도로가 대부분이다. 사업계획에는 새 매립지 내 신도시에만 상주인구 2만, 유동인구 5만 이상으로 잡혀있다. 그곳에 조성되는 기반시설(주차장 등)은 그들의 몫이다. 이를 현 고현시가지 적폐해소 공용지로 현혹해서는 안 된다. 각종 도시문제 적폐가 쌓인 지금의 고현 바로 곁에, 또 다른 고현을 만드는 것과 뭣이 다를까.

넷째, 삼성조선과의 충돌 문제다. 경우에 따라서는 천문학적 보상금 시비에 휘말릴 수도 있다. 고현항 전체가 매립되면 하천을 따라 흘러오던 토사와 부유물은 매립지 끝자락 앞바다에 쌓일 수밖에 없다. 그곳이 지금의 삼성조선 1,2도크 앞이다. 삼성이 당초 고현항 인공섬 사업제안을 했다가 슬그머니 발을 뺀 진짜 이유도 여기에 있다는 것이 정설로 통한다. 삼성조선 1,2도크가 매립에 따른 퇴적으로 선박건조에 차질이 생기면, 삼성이 가만있을까. 모르긴 해도 사업주체에게 천문학적인 피해보상을 요구할 것이다.
삼성이 야기하는 민원도 우환덩어리기는 마찬가지다. 새 매립지 내 고층아파트 촌과 삼성조선 1,2도크와의 거리는 불과 400m 안팎. 선박건조 과정에서 날리는 미세먼지의 직접피해 지역에 속한다. 도크장 앞바다가 퇴적되면 삼성이 가만있지 않듯이, 분진에 시달리는 주민들도 가만있지 않을 것이다. 물고 물리는 이 상황은 삼성도 골치 아픈 일이지만, 자본금 12억밖에 안 되는 최대주주 부강종건이 뒷감당 할 수 있는 일인가.

   
▲ 부산 동서고가도로 방음터널 구간. 동서고가도로 방음터널 시공(784m)에만 약59억원이 들었다.

다섯째, 오비~장평과 연결되는 도로(다리)의 장평구간 교통대책이 ‘사업대상지 밖’이라는 이유로 전혀 입안되지 않고 있는 점이다. 삼성5거리 일대는 지금도 출퇴근시간이면 차량이 꼬리를 무는 지역. 그런데도 통행량이 많을 오비~장평구간 다리 노선을 삼성호텔 입구에서 양지초교로 이어지는 도로와 연결할 경우, 일대는 졸지에 교통지옥으로 변할 공산이 높다. 대안은 장평 육상부에서 수창아파트 쪽으로 빠지는 도심구간 만큼은 부산 동서고가로와 같은 고가도로건설 뿐이다.
그런데 이게 간단한 문제가 아니다. 이 노선은 복개천 도로다. 복개천에 고가도로 구조물을 설치 하려면 기존 복개도로를 전부 걷어내야 한다. 당연히 비용이 곱절로 든다. 문제는 또 있다. 고가도로는 차량소음 때문에 주변의 민원이 엄청나다. 민원을 피하기 위해서는 도심지역 전부를 방음터널로 시공해야 한다. 방음터널 비용 또한 만만치 않다. 부산 동서고가도로 방음터널 공사는 784m 설치에 무려 59억원이 들었다(부산시건설본부 자료 참조).
결국 장평 복개천을 걷어내고, 그 자리에 새 구조물을 세워 고가도로를 건설한 뒤, 다시 방음터널공사를 더해야 한다. 여기에 드는 총 공사비는 일반의 상상을 초월할 것으로 보인다. 지금 방식의 고현항재개발사업은 이 엄청난 난제를 단지 ‘사업대상지 밖’이라는 이유로 검토조차 하지 않고 있다. 여차하면 장평일대가 교통지옥이 되든 말든, 그냥 기존도로와 연결해버릴 가능성도 높다. 배보다 배꼽이 더 큰 그 뒷감당은 결국 거제시 몫 아닌가.

   
▲ 장평지역 도시계획도로 국도14호선 연결구간(붉은선). 중앙 태완노블리안 아파트에서 국도 연결지점까지는 아직 미개설 상태다. 고현항매립에 따른 오비~장평간 도로(다리)의 가장 유력한 연결도로로 예상되는 이 구간은 노블리안 아파트에서 삼성게스트하우스 입구까지를 사실상 고가도로로, 그것도 방음터널 시공이 불가피해 보인다. 이에따른 막대한 비용은 고현항사업 대상지 밖이라는 이유로 현재의 계획에서 제외돼 있다.  

여섯째, 자연재해 우려다. 빅아일랜드가 제시한 고현항매립사업은 기존 매립지 보다 약2m 더 높게 돋운다는 점이 특징이다. 침수피해 예방이 큰 이유일 게다. 그러나, 침수는 바다에서(태풍 파도나 해일) 비롯되기도 하지만, 육상부의 폭우로 말미암은 경우가 더 많다. 내만인 고현항은 더더욱 그렇다. 고현항 매립 후 만조와 폭우가 겹치면 어떻게 될까. 신 매립지 보다 낮은 중곡이나 고현·장평시가지는 역류한 바닷물과 상류에서 쏟아진 빗물이 뒤섞이면서, 말 그대로 물바다로 변할 것이다. 현재의 고현항재개발 사업계획은 그 엄청난 물을 배수펌프장 시설을 통해 퍼내겠다고 한다. 지나가던 소가 웃을 일이다. 그 시설의 관리비용은 차치하고라도 말이다.

일곱째, 지금의 고현항재개발사업은 기존 시가지 상권 몰락과 함께, 상동·수월·연초 등 인접지역 기반시설 확충기회를 최소 20년 이상 지연시킨다. 인접지역 신도시 탄생에 따른 기존상권 몰락 사례는 주변에 허다하다. 창원 중앙동거리가 인근 상남동이 부상하면서 하루아침에 공동화 된 것은 좋은 예다. 고현항매립사업이 시작되는 순간 고현시가지 부동산과 상권의 가치도 사업진척과 정확히 반비례해 가라앉는다고 봐야한다. 외지 투기자본은 그 틈새를 노릴 것이고, 결국 새 매립지 내 부동산 임자는 그들이 될 것이다. 공공의 자산을 내 준 대가치고는 참으로 얄궂다. ‘죽 쑤어 Ⅹ준다’는 말이 딱 이 경우다.
인접지역 균형개발에도 심각한 왜곡을 불러온다. 정상적인 도시발전 행태라면 지금쯤은 상동이나 수월지역에 상업시설을 낀 도시화가 시나브로 진행돼야 한다. 그러나 일극 집중된 고현의 불야성에 비하면 주변 지역은 아직도 변두리신세를 벗어나지 못하고 있다. 주 이유가 도시기반시설이 크게 미흡하기 때문이다. 기본적인 도로개설 조차 시가 아닌 아파트 건설사 몫으로 떠넘기기 일쑤 아닌가. 고현항재개발사업이 신도시 건설로 현실화 될 경우, 외곽지역의 기반시설 확충기회도 기약 없이 멀어진다는 건 결코 허언(虛言)이 아닐 것이다.

   
▲ 지난 8월6일 고시된 고현항재개발사업 사업계획 구상도

여덟째, 사업주체에 대한 불신이다. 고현항 인공섬 추진주체가 국내 굴지의 삼성이라면 지금의 고현항재개발사업 추진주체는 거제빅아일랜드PFV(주)라는 명목회사(페이퍼 컴퍼니)다. 거제시를 비롯한 6개사가 참여하는 이 회사의 최대주주는 지분 70%를 가진 부강종건이다. 부강종건은 자본금 12억에 연매출 500억 수준인 중급규모 회사다. 이런 업체가 거제시 개청 이래 최대 토건사업의 핵심주체라는 건, 누가 봐도 미덥지 못하다.
더구나 GS건설이 지분참여(10%)를 통해 시공을 맡기로 하고선, 알 수 없는 이유로 사업 참여를 사실상 포기했다. 남은 업체는 거제시를 제외하면 금융사들뿐이다. 시공을 맡을 대형건설사가 새로 참여했다는 소식도 아직 없다. 출자금 납입도 부강종건과 사업참여를 포기한 GS건설만이 아직 미납(부강 70억, GS건설 10억)된 상태다. 이런 부강종건을 믿고 공공의 자산이자 미래세대와 공유할 바다를 메워 신도시를 만든다는 게 온전한 상식일까.

아홉째, 권민호 시장은 이 사업과 관련한 거제시민의 의사를 아직 한 번도 제대로 물은 적이 없다. 고현항재개발사업은 거제시 제안을 해수부가 받아들여 추진되는 사업이다. 거제시 사업제안의 핵심주체는 권민호 시장이다. 그러나 권 시장은 지난번 지방선거 당시 이 사업을 자신의 공약집에 넣지 않았다. 시시콜콜한 마을사업까지 치적으로 홍보하던 정치권 전례에 비춰, 퍽이나 이례적인 경우다. 시장 재선 후 발표한 핵심추진공약 66개 사업에도 고현항재개발사업은 빠져있다. 권 시장은 사석에서 ‘시장선거 당선으로 고현항재개발사업에 대한 시민의 심판을 받은 것’이라는 취지의 발언을 한 것으로 알려졌다. 자신의 선거공약집에도 싣지 못하고, 당선 후 발표한 핵심공약에도 빠진 사업을 시민의 심판을 받은 것이라고 호언한다면, 과연 몇 사람이나 그 말에 동의할 수 있을까.

서두에서 구천계곡의 수몰역사를 간략하게 설명한 건, 자연자산의 몰이해에서 비롯된 개발행위가, 얼마나 많은 사회적 손실을 가져오고, 그 회한(悔恨)이 얼마나 많은 시간동안 세대의 가슴속을 타고 흐르는지를 말하기 위해서다. 이미 수몰돼 사라진 구천계곡의 가치나, 지금의 고현항 가치 또한 결코 다르지 않으리라. 앞선 세대가 구천계곡을 그토록 허무하게 날렸다면, 그 역사를 반면교사(反面敎師) 삼아, 우리세대 만큼은 이 고현항을 지켜내야 한다. 고현항은 매립밖에 모르는 우리보다, 매립논리를 뛰어넘는 더 효율적인 공간창출이 가능할 미래세대에게 활용을 맡겨야 한다. 30년 전 당시 세대가 꿈도 꾸지 못했던 남강물이, 지금 거제로 흘러오는 것처럼…. 

   
 ▲ 고현항매립 구상도. 중앙하단 이너하버 호안은 물흐름이 나쁘고 공공용지 추가확보 필요성이 제기된다는 이유로 지난 8월6일 고시된 사업계획에는 함께 매립해 공원부지를 조성하는 것으로 변경됐다.

뉴스앤거제  nng@daum.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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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사 댓글 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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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시민 2017-10-17 16:19:13

    고현천 미남크루즈 앞다리에서 다리 놓을 일이아니고
    오비지점에서 놓아야 효과가 크지않나
    미남크루즈 다리놓으면 오히려 교통체증만 심화시킬뿐이다
    바보들 아니가   삭제

    • e 2017-05-15 14:57:46

      거제시민이라면 인정하는 글입니다   삭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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