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무소불위 권력화 된 시민단체성명서 의존 등 진부한 운동방식은 차라리 애교 시민운동, 상근자에서 시민중심으로 거듭나야

 

   
             ▲ 신기방 편집국장

한겨레신문이 얼마 전 「위기에 선 시민운동」을 주제로 한 기획기사를 연재했다.

시민운동을 「87년 체제가 낳은 기린아」로 규정한 이 신문은, 시민운동이 지난 20년간 한국사회의 온갖 모순과 부조리를 깨뜨리고 나아가는 전위대 역할을 했다고 평가했다. 그러면서도 시대변화를 따라잡지 못하는 의제(議題)설정, 구태의연한 운동방식, 엘리트 인력의 이탈, 소수 활동가들이 좌지우지 하는 의사결정 구조 등 안팎의 도전에 주춤하며, 시민운동 전반이 큰 위기를 맞고 있다고 진단했다.

시민운동의 위기가 공공연히 회자되고 있는 이즈음, 거제지역 시민운동(단체)은 어떤 얼굴을 하고 있을까. 한겨레 신문이 지적한 위기에는 또 어떤 자세로 응전(應戰)하고 있을까.
결론부터 말하자면 위기에 대한 응전은 커녕 내부부터 곪아가고 있다. 소수 활동가가 시민운동(단체) 전체를 쥐고 흔드는 권력(權力)이 돼 버렸다. 순수 시민운동(단체)인지 생계를 위한 직업(단체)인지 구분이 안되고 있다. 운동(단체)의 정체성이 혼란스러울 만큼 「오만 잡일」에 다 손을 뻗치고 있다. 실로 무소불위(無所不爲)의 운동(단체)이요, 사람(권력)들이다.

항간에서 지적되는 시민운동의 환부를 한번 들여다 보자.
지역내 대표적 시민단체로 꼽히던 거제환경련. 지난해 1월1일 이후 없어졌다. 대신 통영·거제환경운동연합이라는 새 통합체가 출범했다. 통영과의 사무국 통합이 단체통합의 가장 큰 이유라고 한다. 별 이슈도 아닌 단순한 사무국 운영문제가 지역내에서 10여년간 뿌리내린 단체의 존폐를 결정한 셈이다.

단체통합 후 어떤 변화가 왔을까. 후원사의 지원아래 재단장 했다는 새 둥지를 제외하면, 상근자 규모나 활동방식 등에서 과거 거제환경련 시절과 별반 차이가 없어 보인다.
다만, 핵심간부 2명의 독일 환경박람회 출장(8박9일)길에 양대조선쪽에도 동참을 권유 알선해, 두 기업 환경팀 관계자와 동행하는 배짱(?)이 늘었고, 사무국을 찾는 민원인에게 검찰조사를 능가하는 「고압적 자세」를 보인다는 게 변화라면 큰 변화다.

거제환경련과 출범연혁이 비슷한 거제경실련은 어떨까.
경제정의분배실천이라는 기치아래 활발한 활동을 벌였던 초창기와 달리, 지금은 당시의 활동성과 순수성을 찾아보기 힘들 정도라고.
내부분열에 따른 초기 엘리트 세력의 이탈, 새로운 피 수혈 없이 10년넘게 「그사람이 그사람」으로 짜여지는 임원구성, 갓 동참한 인사가 안주인 명함으로 온 동네를 휘젓는 허약하기 짝이 없는 내부조직 등 까칠해진 단체얼굴의 발병원인은 이루 헤아리기도 버겁다.

시민운동단체인지 순수연구단체인지 성격 규정조차 불분명한 초록빛깔사람들은 또 어떤가.
국내최초 생태환경단체로서 언론의 꾸준한 관심과 격려를 받았건만, 시간이 갈수록 그 역할이 이상해 지고 있다. 건설현장 먼지 감시에서 환경평가 자문, 때로는 부설연구소를 통한 생태조사 용역까지 손이 닿지 않는 곳이 없다. 「걸면 걸리는」 건설현장 및 조선업체 속성상 업체관계자 저마다가 진저리를 칠 정도다. 그 폐해가 얼마나 심했으면 핵심활동가의 행태가 검찰수사망에 걸려 「공갈·횡령혐의」로 구속영장(법원에서 기각됐지만)까지 청구됐을까.

지속가능한 도시발전을 도모코자 출범했던 늘푸른거제21의 실체없는 몰락 또한 마찬가지다. 
활동성이 미약해 당초 설립취지를 살리지 못한 건 차치하고서라도, 시 지원 예산을 주먹구구식으로 편법운영(감사결과)했다는 데서는 짜증까지 난다. 도대체 왜 이런 단체에 한해 수천만원의 세금을 쏟아붓는지 이해가 안될 정도다.

어디 이 뿐이랴. 얼마전 거제YMCA 등 6개단체가 특정사안에 공동 대응하자는 취지의 「거제시민단체연대협의회」를 발족시켰다. 「거제시민연대회의」라 해서 오래전부터 공동성명 등을 발표해 오던 터인데, 느닷없는 시민단체연대협의회는 또 무엇인가.
특히나 시민단체연대협의회라 해 놓고, 정작 지역내 주요활동단체는 거의가 빠져 있다. 연대협 참여단체엔 민노총 거제지회, 거제농민회, 거제여성회 등 시민단체가 아닌 노동·농민 등 사실상 압력단체에 가까운 조직들이 대부분이다.

시민운동 한다는 단체들의 목소리도 제대로 합치 못하면서 무슨 「시민연대」는 이리도 남발되는가. 활동성과 조직 동원력이 미약한 일부 단체들이 거제시민연대라는 우산을 만들어 그 밑에 옹기종기 모이는 건 일견 이해도 된다. 그러나 행여 이들의 연대가 전국단위 거대조직의 우산 밑으로 가기 위한 위장연대 일지도 모른다는 생각이 미치게 되면 쓴 웃음이 절로 나온다.

한겨레신문이 지적한 시민운동의 위기. 적어도 거제에서는 이같은 위기라는 진단 자체가 어려울 만치 파행화 되고 있다. 아니 시민운동단체를 내세우면서도 정작 내부에선 소수운동가 그들만을 위한 조직으로 왜곡화, 권력화 돼 가고 있다.

성명서 발표, 상근자 중심의 농성집회 등 「구태의연하다」는 운동방식은 차라리 애교스럽다. 여느 단체마다 단체성격에 상관없는 지역내 현안에 발을 걸치지 않는 영역이 없고, 때로는 고소고발을 남용하며, 이미 약자가 돼 버린 기업과 시민을 무차별 위협하고 있다.
무엇보다 시민운동의 정당성을 감시감독 해야 할 현직 언론 종사자로서, 일상의 매너리즘에 빠져 이들의 행태에 눈을 감고 있었던 필자 자신부터 스스로를 자책하지 않을 수 없다.

 

※ 이 글은 필자가 새거제신문 편집국장 재직당시 썼던 글입니다.

 

신기방 기자  sgb@newsngeoj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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