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비축료 수입이 본업인가

 

   
             ▲ 신기방 편집국장

지난 5월9일자 모 중앙일간지 1면 하단에 실린 기사 한줄이 유난히 눈길을 끈다. 「세계 석유기업들 한국시장에 관심」이란 제목의 1단짜리 기사였다.

「세계적인 석유 대기업들이 한국정부가 추진하고 있는 정부소유의 에너지기업 민영화 작업에 지대한 관심을 갖고 있다」는 지난 8일자 영국 파이낸셜타임스 기사의 인용 보도였다.
이 신문은 「현재 한국 에너지시장에 관심을 나타내고 있는 업체는 셰브론 텍사코를 비롯해 엑손모빌, 로열더치/셸, BP 등으로 모두 이달중에 한국정부를 방문, 정부 관계자들과 접촉을 가질 예정」이라고 전했다.

자칫 지나치기 쉬운 이 작은 기사가 기자의 눈길을 끈 것은 국민의 정부 출범이후 지속적으로 추진되고 있는 「공기업 민영화」 방침과, 2000년 이후 한국석유공사가 추진하고 있는 「동북아 석유물류화센터」 방침이 묘하게 「오버 랩」 됐기 때문이다.

지난 2000년 국회산자위 국정감사 자료에 따르면 당시 한국석유공사 나병선 사장은 석유공사의 수익사업과 석유비축 두가지 문제를 동시해 해결하는 방안으로 「동북아 석유물류화센터」를 추진하고 있다고 밝혔다.

동북아 석유물류화센터 개념이란 우리나라가 지리적 이점, 양호한 항만조건, 잉여정제능력, 정제비 경쟁력을 바탕으로 석유물류 중심지가 돼 산유국(産油國)과 인근 소비국을 중계하는 교역 중심지로서의 역할을 수행하는 것이라고 설명하고 있다.

한국석유공사는 입지여건이 좋은 우리나라에 다수의 원유비축기지를 건설해 놓고, 비어있는 시설에 산유국의 원유를 채워 동북아일대에 원유를 공급하는 이른바 「원유 선물시장」을 열겠다는 복안이다.
다시말해 산유국의 원유를 이용한 「원유 임대장사」를 하겠다는 발상이다.

석유공사측은 이미 지난 99년 노르웨이 statoil사와 8백만배럴 규모의 공동비축협약을 체결, 여수기지를 활용하고 있다. 이에따른 수익금도 99년 27억원, 2000년 38억원, 2001년 67억2천만원을 각각 벌었다고 한다.
현재는 statoil사와 1천1백30만배럴의 공동비축 확대계약 갱신을 한 상태다. 또 중국과 2백만배럴, 향후 2천4백만배럴 수준까지 확대할 방침이라고 밝히고 있다.

그렇다면 현재 국내의 원유비축능력은 어떨까.
2001년말 현재 우리나라의 원유비축능력(국가시설)은 약 9천6백만배럴. 일일 국내 사용량(약2백만배럴) 기준 30일분 가량을 비축할 수 있다. 그러나 현재 비축된 원유는 약5천9백80만배럴로 전체 시설의 약38%가 비어있다.

오는 2004년까지 정부가 추진하고 있는 비축시설이 완공되면 시설용량은 1만6천6백만 배럴로, 현재 사용량 기준 50일분까지 확대할 수 있다고 한다. 석유공사측은 오는 2006년까지 시설용량만큼의 원유를 이 시설에 저장할 것이라고 장담하고 있다.

석유공사의 장담대로 비축하려면 현재 비축분의 약 두배에 달하는 1만6백20만 배럴을 4년동안 구입해야 된다. 그러나 우리나라의 연간 비축유 구입예산은 한해 2천억원을 넘지 않는다(2001년 약1천5백15억원). 그것도 지난 97년 이후 해마다 줄어들고 있는 상황이다. 따라서 2001년 예산기준 2006년까지 비축할 수 있는 원유는 약2천5백만 배럴로, 현재 운영중인 비축기지에 저장하고도 무려 1천1백20만 배럴를 저장할 수 있는 시설이 남아돈다. 석유공사의 비축시설이 완공될 경우 현재의 예산(2천만원 기준 4백만 배럴)으로 전국에 비어있는 비축시설에 채우는데만도 무려 15년이 걸린다고 한다.  

결국 석유공사측은 비어있는 비축시설에 외국 정유사들의 원유를 채워주고, 대신 이들로부터 연간 50억원 안팎의 임대료를 챙길 것이며, 안정적인 물류저장 거점을 확보한 산유국들은 다시 동남아에 되팔아 더 큰 이득을 보게 될 것이다.
어디 이뿐이랴. 앞서 언급된 모 일간지 보도처럼 정부소유 에너지 기업 민영화 방침이 구체화 될 경우, 우리나라 비축기지 자체가 세계적인 석유대기업들에게 아예 팔려버릴지도 모를 일이다.
생각만으로도 끔찍한 일이다. 「동북아 석유물류화센터」로 포장된 석유공사의 돈벌이 원유공급 「메카니즘」이 말이다.

한려해상국립공원을 끼고있는 수려한 절경지가, 관광거제를 표방하는 거제지역이 석유공사의 돈벌이 「터」가 되고, 급기야 산유국들의 원유저장고로 전락해 간다면, 이시대를 사는 우리는 후손들에게 어떤 평가를 받게 될까.

한국석유공사측은 거제시 일운면 지세포 일원에 80년부터 1차사업(2천7백28만 배럴)과 2차사업(1천2백67만 배럴)을 시행한데 이어 또다시 주민공증각서까지 파기하며 3차사업(7백만 배럴)을 강행하고 있다.
주민들은 지난 97년 이후 5년째 사활을 건 생존권 투쟁을 계속하고 있다. 본공사 강행이 시작된 지난달 30일부터는 진입도로 옆에 천막을 치고 10개마을 1백여주민들이 교대로 밤을 지새며 길목에서 공사차량 진입을 막고 있다.

다행히 최근 지역 시민단체는 물론 마산교구 사제단까지 가세해 주민들에게 힘을 보태고 있다.
거제시도 거제시민도 「U-2 문제」가 더이상 일운면민만의 문제로 치부, 「강건너 불구경」 해서는 안될 시점에 왔다. 주민들의 주장에 함께 귀 기울이고, 주민들이 주장하는 최소한의 요구가 실현될 수 있도록 시민 모두가 힘을 모아야 할 때다.
전국에서 두번째가라면 서러워 할 구천계곡 절경이, 앞선 지도자들의 「혜안부재」로 물에 잠겨버린 아픔을 기억한다면 더 늦기전에.

 

※ 이 글은 필자가 새거제신문 편집국장 재직당시 썼던 글입니다.

신기방 기자  sgb@newsngeoj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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