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석유공사 시설확장 더는 안된다

 

   
             ▲ 신기방 편집국장

노무현 대통령이 자원협력 확대를 위해 아시아·중동 3개국 순방을 마치고 지난 15일 귀국했다. 이번 중동순방은 지난 80년 최규하 대통령 이후 26년 만이며, 아제르바이잔 및 아랍에미리트는 한국 대통령으로선 첫 방문이다.

까마귀 날자 배 떨어진 격일까. 하필이면 노 대통령이 중동 방문을 마치고 귀국하던 그 날, 원유비축기지 인근 일운 주민들이 단체로 전남 여수 나들이에 나섰다. 석유공사측이 주선한 이 나들이는 여수기지 내 「제티(Jetty)」라는 시설을 견학하는 것이 주 목적.

제티(JETTY)는 부이(BUOY)와 대비되는 원유하역 시설의 일종이다. 부이는 해상과 연결된 해저배관을 통해 지하저장고로 보내는 방식이라면, 제티는 아예 그 지점까지 차가 드나들 수 있을 정도의 견고한 선착장을 만들고 이 구조물에 배관을 설치, 보다 안정적으로 원유를 하역하는 방식이다.

초기비용(약1,000억원)이 많지만 유지비가 적게 들고, 해상안전성도 높다는 점에서, 유조선 입출항이 잦은 중동 산유국 대부분이 이 시설을 설치하고 있다. 국내는 여수비축기지와 정유공장을 낀 일부 기지에 설치돼 있다.

석공측은 국내 최대 저장용량( 지하비축 시설 세계 최대규모)을 갖춘 지세포기지 내에 총1,100억원의 예산을 들여 오는 2008년 완공목표로 이 시설을 설치할 계획을 잡고 있다. 공식발표는 없었지만 노 대통령의 중동방문 훨씬 이전부터 준비해 온 것으로 보인다. 일운 주민들의 이번 여수 견학도, 사실상 4차공사로 인식되는 제티시설 추가건설을 위한 사전 정지작업(?)인 셈이다.

석유공사측의 제티시설 설치 명분은 그간의 환경영향평가에서 지적된 「유조선 하역시 가스(VOC)누출 방지책 마련」에서 찾고 있다. 이 명분을 어떻게 포장·설득(?)했는지 지난해 11월 일운번영회에서 시설설치가 가능하다는 결의(문서공증이 아닌 단순결의)까지 받아 둔 상태다.

지세포 3차공사 갈등이 한창이던 지난 2002년 5월, 필자는「석유공사, 비축료 수입이 본업인가」라는 기자칼럼을 통해 지세포만을 산유국의 원유저장 창고로 전락시키는 석유공사 행태를 간접 비판한 바 있다.
당시 정부의 공기업 민영화 방침과 석유공사측의 동북아 석유물류센터 추진 방침이 겹치면서, 결국 청정해역 지세포만이 원유 임대시장으로 변질돼 가고, 지세포 비축기지가 아예 산유국의 원유저장 창고로 전락해 버릴지도 모른다는 우려를 제기했다.

2000년 이후 석유공사가 추진하고 있는 동북아석유물류중심화를 모태로 한 동적(動的) 비축 의지와 노 대통령의 이번 중동순방, 지세포 기지내 제티시설 설치 움직임 등은, 당시 필자의 우려가 현실로 다가오고 있음을 웅변(雄辯)하고 있다.
지세포 기지내 제티시설 설치도 결국 지세포만이 중동 산유국의 원유저장 창고로 전락해 가는 서막에 불과할 뿐이라는 점이다.

석유공사측은 현재 국내 총 9,900만 배럴의 비축시설을 오는 2007년까지 146만 배럴 규모로 확장한다는 복안이다. 비축시설 확대이유는 대한민국을 동북아 석유물류 중심지로 탈바꿈 시킨다는 데 있다. 말하자면 산유국과의 공동비축사업을 통해 산유국의 원유를 국내 시설에 저장해 주고, 다시 이를 동남아 등에 되팔아 이윤을 챙긴다는 복안이다. 경우에 따라서는 공기업 민영화 방침에 따라 원유시설 일부를 산유국에 부분 매각(지분참여)해 아예 그들의 원유저장 창고로 쓸 여지도 남겨 두고 있다. 이를 보다 듣기 좋은 말로 포장한 게 「동북아 석유물류 중심화」 등일 뿐이다.

지세포만엔 지금도 연간 60여척 안팎의 유조선이 드나들고 있다. 국내 최대 저장용량(4,695만 배럴)을 갖춘 지세포만에 제티시설까지 들어선다면, 모르긴 해도 이보다 갑절은 더 많은 유조선이 드나들 게다. 어디 이 뿐인가. 산유국과의 공동비축 사업이 확대돼 장사(?)가 잘 된다면, 물류절감 차원에서 아예 지세포에 정유공장을 짓겠다고 할지도 모를 일이다.

거제는 자타가 공인하는 해양관광도시다. 한려해상국립공원구역을 지척에 둔 지세포만이 사실상의 중동산유국 원유저장 창고로 변해가는 모습은 누가 봐도 「언밸런스」다.
천혜의 절경 거제시에 원유비축기지가 들어선 건 이미 현실이 돼 버렸다. 그것이 앞선 지도자의 혜안 부족 결과물이든, 개발독재 시대의 일그러진 초상이든, 어쩔 수 없는 일이다.
그러나, 이제 더 이상의 시설확장은 안될 말이다. 관광거제의 미래를 산유국 기름덩어리로 채울 수는 없는 일이다. 무엇보다 우리 후손들을 위해서라도 말이다.

 

※ 이 글은 필자가 새거제신문 편집국장 재직당시 썼던 글입니다.

 

신기방 기자  sgb@newsngeoj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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