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축포결례, 이럴 수 는 없었다[데스크 눈]신기방 /편집국장

노무현 전 대통령이 서거한 지난 23일, 필자는 이날 하루에만 크게 두번 놀랬다. 아침에 눈을 뜨자마자 TV자막으로 흘러나오던 '노무현 전 대통령 자살' 소식에 깜짝 놀랬고, 이날 저녁 고현항 상공에 터진 축포소리에 또 한번 화들짝 놀랬다.

놀람의 반응은 극과 극이었다. 노 전 대통령 서거소식이 하루종일 '비통하고 침울'하게 만들었다면, 이날 저녁 축포소리는 나를 '울분'시켰고 '절망'하게 만들었다. 극과 극의 반응이 어디 필자 뿐이겠는가. 모르긴 해도 대다수 시민들이 공감한 감정일 게다.

양식이 있는 사람들이라면 이럴 수는 없었다. 그것도 문학을 한다는 사람들이…. 어디 이들 뿐이랴. 행사에 참석했던 일부 간부공무원과 정치인은 한술 더 떴다. 축포 쏘기를 말리기는커녕, 터지는 축포를 배경으로 사진 찍기에 여념이 없었다고 한다. 안 봐도 훤 한 그림, 참으로 가관이다.

서거한 전직 대통령을 조롱한 축포는 물론 아닐 것이다. 그러나 전직 대통령 서거 사실을 뻔히 알면서도 축포 쏘기를 감행한 그 배짱(?)을 필자로선 도저히 이해할 수 없었다. 무식하고 천박한 그 배짱에 그저 말문이 막힐 뿐이다.

주최측은 뒤늦게 '사진작가들을 위한 배려' 였지만 어쨌든 잘못된 실수였다고 해명했다. 축포 쏘고 난 뒤, 예정에 없던 애도묵념까지 했다는 점도 부연했다. 선상문학축제가 언제부터 사진작가들을 우선 배려하는 행사였나. 축포 쏘고 다시 애도 묵념하는 건 또 뭔가.  실수라고?, 행여 '밀어 붙이면 된다'는 평소실력(?) 아니었던가.

엄밀히 따지자면 선상문학축제는 문학동호회원 그들의 잔치였다. 물론 '해양'이라는 지역적 특성을 '시(詩)'와 결합시켜 척박한 지역문학을 활성화시킨다는 문인단체의 취지는 모르는 바 아니다. 그렇다고, 그 취지를 전 시민이 반드시 알아야 하고 공감해야 할 의무는 없었다.  문학과 여흥이 있는 선상파티, 이 '카피'만으로도 많은 사람을 불러 모을 수 있었고, 그 잔치는 그 자리에 모인 사람들(약800여명)만으로도 충분했다.

축포가 어떤 것인가. 깃발이 '소리없는 아우성'이라면, 축포는 '소리 높여 외치는 열광'이다. 문학인들의 시 낭송 선상파티에, 거제시민 모두가 소리 높여 열광 할 이유는 없지 않은가. 그들만의 행사에 왜 일반시민이 열광(熱狂-너무 기쁘거나 흥분하여 미친 듯이 날뜀)을 강요당해야 하나. 그것도 전직 대통령이 서거한 마당에….

그런 점에서 선상문학축제 '축포 쏘기'는 처음부터 없애야 할 내용이었다. 그런 보여주기 식 외형치장에 쓸 돈이 남았다면, 백일장 하나라도 더 열어 문학의 저변확대에 손을 보탤 일이었다.

지나간 일을 두고, 나름대로 행사준비를 위해 고생한 관계자들을 닦달한 생각을 없다. 단위행사에 시 예산을 얼마나 썼느니 하는 뒷다리 걸 생각도 없다.

중요한 건 이번 사태를 그냥 실수라고 말하며 은근 슬쩍 넘어가서는 안 된다는 점이다. 이번 사건은 우리 주변에서 쉼 없이 벌이지는 단위행사가 내실보다는 형식과 외형에 얼마나 치중하고 있는지를 극명하게 보여 주는사례다.

사태의 장본인인 문인단체만 탓할 일도 아니다. 우리들 모두가 실속 보다 번지르르한 겉치레를 중시하는 천박한 의식수준을 가졌고, 그로 인해 빚어진 '용서받지 못할 잘못' 이었음을 먼저 깨우쳐야 한다. 나아가 외형지상주의가 부른 우리 모두의 '치부'를 자각하는 계기로 삼아야 한다.

서거하신 날, 때아닌 축포가 터져 아연실색(啞然失色)했을 고(故) 노무현 전 대통령 영전에 삼가 국화 한송이 바치며 용서를 빌어 본다.

※이 칼럼은 09년 5월 노무현 전 대통령 서거직후 쓴 글이며, 당시 재거제신문 편집국장으로 근무하던 때입니다. 기사 업데이트는 뉴스앤거제 창간당시 데스크눈 코너에 모은 것입니다. 

뉴스앤거제  nng@daum.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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