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블랙 컨슈머! 악의적 경제범죄로 인식해야서영천 / 거제경찰서 지능범죄수사팀장

   
▲ 서영천 /
거제경찰서 지능범죄수사팀장

블랙 컨슈머(Black Consumer)! 특정기업이나 업주를 상대로 구매한 상품이나 물건에 대하여 보상금 등을 목적으로 악성 민원을 제기하는 소비자를 말한다.

대표적 사례는 지난 2005년 미국 패스트푸드점 웬디스(Wendy's) 수프 사건이다. 한 여성이 유명한 "칠리 수프"를 먹다가 손톱에 매니큐어가 칠해진 길이 3.8센치의 사람 손가락이 나왔다고 신고했다. 그녀는 곧 바로 이 사실을 언론에 알리고 고액의 손해배상 소송 준비에 들어갔다. 하지만 경찰은 수사를 통하여 문제의 여성이 과거 대기업들을 상대로 6건의 손해배상 소송을 벌인 사실을 알아냈다. 이후, 이 여성은 빚을 갚기 위해 보상금을 노리고 마침 절단사고를 당한 친구의 손가락을 칠리에 넣은 것으로 확인되었고, 이 과정에서 남편의 공모 가담혐의도 밝혀냈다. 법원은 이들에게 "대형사기죄"를 적용, 각각 징역 12년과 9년의 중형을 선고했다. 이 사건은 당시 미국사회에서 블랙컨슈머의 효과와 그로 인한 사회적 파장에 대하여 한참동안 논란거리가 되었다.

작년 성탄절 직전, 국내 최대 제빵업체인 '파리바게뜨의 밤식빵에서 죽은 쥐가 나왔다'는 메스꺼운 내용이 인터넷에 등장했다. 한 누리꾼이 "경기 송탄의 파리바게뜨에서 구입한 밤식빵에서 죽은 쥐가 통째로 나왔다."며 쥐의 사체가 드러난 빵과 영수증을 찍은 사진을 인터넷에 올린 것이다. 그러자 파리바게뜨를 운영하는 회사측은 "공장, 점포 등 제조공정에서 쥐가 들어갈 가능성은 없다."면서 해당 네티즌을 고소, 세간의 뜨거운 관심을 모았다. 결국 이 사건은 인근에서 경쟁업체인 '뚜레쥬르' 빵집을 운영하던 제보자의 자작극으로 밝혀져 구속되었고, 같은 회사 대리점주들로부터 이미지 훼손에 따른 영업손실 손해배상 소송까지 당하였다.

삼성 애니콜 환불남 사건도 비슷한 유형이다. 휴대전화가 충전중에 폭발했다고 주장해 제조사에서 497만원의 보상금을 타낸 20대 남자가 8개월에 걸친 경찰수사 끝에, 올해 초 업무방해와 명예훼손 혐의로 구속되었다. 이 남자는 지난해 5월 애니콜 휴대전화를 전자레인지에 넣어 고의로 훼손하고도, 충전 도중 폭발해 불이 붙었다고 언론사 등에 제보하고, 1인 시위, 유튜브동영상 등을 통하여 지속적으로 "애니콜 폭발 피해자"로 행세하면서 제조사를 압박했다. 그는 지난 2008년부터 8회에 걸쳐 노트북이나 팩시밀리 등을 구입한 뒤 하자(瑕疵)가 있다며 환불을 요구하고, 이에 응하지 않으면 언론에 알리겠다고 위협, 1000만원 상당의 새 전자제품을 받아낸 화려한 전력(前歷)의 블랙컨슈머 였다.

우리 사회는 이런 블랙컨슈머의 존재를 어떻게 보고 있을까. 이유 불문하고 부도덕한 골리앗(대기업)에 맞서 싸우는 용감한 다윗(소비자)으로 영웅시되는게 문제다. 위 두사건의 경우에도 사실 여부를 떠나, 초기 인터넷의 논조는 반신반의 하면서도 제조사의 책임부터 제기하는 내용이 더 많았다. 소비자 피해회복 운동은 건강한 사회에서 당연한 권리이자 권장되어야 할 소비문화의 일부다. 하지만 안타깝게도 기업의 문제점을 지적하며 접근하는 사람들 대부분은 사회적 정의감보다 사익(私益) 목적인 경우가 더 많은 듯하다. 그 대상도 전통적으로 소비자 불만 제기가 많은 식료품이나 유통업체를 넘어, 통신서비스나 자동차, 공연 등에 이르기까지 다양한 분야로 확산되고 있다.

무엇보다도, 잦은 블랙컨슈머의 등장은 시장을 어지럽히고 오히려 무고한 사람(소비자)들에게 피해를 준다는 사실을 잘 모르는 것 같다. 불량 민원으로 인한 판매관리비용 증가는 고스란히 제품가격에 반영된다. 정당한 소비자 요구에 대한 의심과 보상 절차가 점점 까다로워지고, 나아가 진짜 "소비운동가"들을 욕 먹게 한다. 때론, 부당한 방법으로 기업을 협박하면서도 양심의 가책을 팽개친 채 자신의 존재를 부각시켜 주변의 환호에 스스로 도취되기도 한다. 목적 달성을 위해 "검은 손"을 내밀었다가 거절 당하면 즉시 인터넷에 들어가 진상을 제대로 알지 못하는 선량한 시민들을 선동, 기업의 부도덕성을 호소 한다. 이를 토대로 힘을 키워 기업측과 거래를 다시 시도하는 등, 마치 양의 탈을 쓴 늑대처럼 악랄한 수법으로 범죄를 저지르는 것이다.

소비자보호원에서는 2009년 소비자 문제행동(블랙컨슈머라는 용어를 사용치 않음)의 유형을 조사한 바 있는데, 블랙컨슈머들은 억지 주장과 과도한 보상요구를 반복적으로 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규정이나 법규를 무시하고 막무가내로 자신이 원하는 것을 요구하고, 기업측의 대응이 요구에 미치지 못할 경우 또 다른 민원을 제기하거나, 대화를 거부한채 무조건 욕설, 폭언을 하며, 여성상담원에게는 비인격적인 대우와 화풀이를 한다. 대표자의 공식사과나 담당자 인사조치 요구, 정신적 피해보상을 포함, 과도한 금전적 보상을 요구하거나, 인터넷이나 언론에 제보하겠다고 협박하고, 장시간 전화나 홈페이지 반복 민원제기, 근무지를 찾아가 직접 업무를 방해하기까지 했다.

그렇다고 기업이 오로지 선의의 피해자라는 건 아니다. 기업 입장에선 블랙컨슈머가 문제를 제기하더라도 일반적인 소비자와 구분이 안되니 곧 바로 진상을 파악하기가 어렵다. 자칫,초기에 적절하게 대처하지 못할 경우 제품이나 기업 이미지에 큰 타격을 입을수 있기 때문에 문제가 생기면 일단 막고 보자는 심리부터 앞선다. 여기에는 진위 여부를 떠나, 언론이나 인터넷에서 논란이 되면 무조건 가해자,피해자로 구분하는 우리사회의 병리 현상도 한 몫 한다. 공정거래위원회의 소비자 분쟁해결 기준에는 식료품에 이물질이 들어 가거나 변질되었을 때 해당업체는 제품 교환 또는 환불해 주도록 돼 있다. 또 소비자가 피해를 입은 경우에는 치료비와 관련 경비를 보상해 줘야 한다. 하지만 금전적인 보상 외에 형사처벌등 별다른 제재가 없다보니 업체들은 제품보상이나 금전제공 선에서 슬쩍 마무리 지으려는 경향이 많다. 결국 블랙컨슈머가 기업의 품질향상에 일면 기여한다는 긍정적 측면은 별론으로 하고, 이런식의 임시방편적 대응책들이야말로 블랙컨슈머의 끊임없는 등장을 부채질한다는 지적에 반드시 귀기울여야 할 것이다. 

뉴스앤거제  nng@newsngeoj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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