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참을 수 없는 존재의 가증스러움[문화칼럼] 김형석 / 前 거제문화예술회관 관장

   
▲ 김형석
/ 前 문예회관 관장
‘시대로부터 비켜 살기! 소유하지 않고 사랑하기!’
패덕(悖德)과 우울의 21세기 생존법

2011년을 시작하며 미니홈피에 쓴 일기장에는 이런 낭만적 지진아의 독백 같은 은둔형 문구가 적혀 있었는데 최근의 시대상황이 수년 전 베트남 여행을 떠올렸다.

베트남인들이 친근하게 ‘호 아저씨’로 부르며 추앙을 했던 민족지도자 호치민(胡志明)은 베트남의 현대사에서는 물론이고 세계사적으로도 탁월한 정치적 지도력으로 불멸의 역사를 창조해낸 혁명가로 평가받고 있다.

검소하고 청렴한 호치민은 주석이 된 후에도 트레이드 마크인 염소수염에 색이 바랜 노동복과 낡은 타이어를 잘라 만든 샌들을 신고 다녔다고 한다. 외모만 보면 평범한 시골 영감처럼 보였지만 그는 세계 최강인 미국에 건국 이후 최초의 패전을 안기고 민족통일을 이룬 국부(國父)이다.

베트남 민족의 자긍심을 영구 안치한 호치민 기념관. 인도차이나 반도의 불볕더위에도 한 시간 넘게 기다리다 참배하는 베트남 국민의 존경과 사랑을 받는 리더십을 현지 여행가이드에게 들었다. 특히 기억에 남는 부분은 호치민은 평생 결혼을 하지 않고 독신으로 살았는데 가족이 있으면 조국의 독립과 통일에 전념할 수 없고, 자식이 생기면 사후 후계권 승계를 두고 권력투쟁을 염려한 이유였다고 했다.

   
▲'타임(TIME)'지 표지, 호찌민

인간의 기본 욕망 중 종족보존의 본능이 얼마나 강한가? 그것을 초월한 성직자 같은 고결한 삶을 산 걸출한 지도자의 발자취에 저절로 고개가 숙여졌다. 또한, 친인척의 권력 비리를 걱정해 부모형제를 자신과 철저히 차단했던 호치민은 유언에서도 자신의 무덤이나 동상을 만들지 말라고 했다. 우상화, 신격화될 위험이 있으니 화장을 하라고 했다.

역사적으로 명분과 신념으로 시작했던 지도자들이 권력을 잡은 후에는 급속히 타락했다. 독립, 통일, 혁명이라는 대의를 달성하기 위한 수단이었던 것들이 권력을 잡은 후에는 급속히 그 자체가 목적으로 변하기 때문이다. 독재화, 우상화, 심지어 권력 세습에 이르기까지. 호치민은 이러한 '권력의 부패'에 빠져들지 않고 살신성인을 실천한 진정한 권위의 혁명가였다.

부패하고 타락한 권력인 북한의 3대 세습에 게거품을 무는 무리가 많다. 그런데 삼성, 현대, LG 등 우리나라 재벌들의 3대 세습에는 왜 조용한가? 탈세, 편법증여 등을 통해 부의 세습으로 기업을 상속시키는 몰염치는 땀 흘려 일하는 공동체에 대한 일말의 예의라도 있는 것인가?

더욱 가관인 것은 기업을 창업하는데 벽돌 한 장 쌓지 않았고 경영능력 검증도 없이 최고경영자 자리에 오른 재벌가 3세 여인들의 명품 패션 찬양 뉴스 기사를 보면 기가 막힌다. 그룹 신년 하례식에서 3세 여성 CEO들이 럭셔리 패션을 선보였다는데 프랑스 유명 디자이너 작품 운운하며 최소 몇천만 원에서 비싼 제품은 억대에 이른다고 전했다. 이게 영혼이 있는 언론인가? 각계 원로, 지성인, 전문가가 넘쳐나는 대한민국! 누가 누구의 천박한 본분이탈과 도덕불감증, 타락한 부(富)를 경고해야 하는가?

   
▲중국화가 마바오종 '호찌민', 유명한 그림 '모택동 주석 안원에 가다'를 패러디한 작품.
소수정예와 '통섭'의 창의적 예술교육을 해 필자가 예술가가 되려는 후배들에게 서울대학교보다 적극적으로 추천하는 한국예술종합학교 출신 작가의 죽음 소식에 한동안 우울했다. "그동안 너무 도움 많이 주셔서 감사합니다. 창피하지만, 며칠째 아무것도 못 먹어서 남는 밥이랑 김치가 있으면 저희 집 문 좀 두들겨주세요." 라는 쪽지를 남기고 빈곤과 지병으로 서른둘에 요절한 최고은 작가의 꺾인 꿈이 가슴 아프다.

'재스민 혁명'이란 저항의 쓰나미가 이슬람 문화권인 북아프라카와 중동에 노도처럼 휩쓸고 있는데 그 진원지였던 과일 노점상 모하메드 부아지지. 그의 분노와 절망의 분신자살도 남의 일 같지 않다. 부패하고 무능한 독재정권에 죽음으로 항거한 튀니지 20대 청년이 책임진 아홉 식구의 기본적 생계를 위한 하루 벌이가 8,500원이었다고 한다. 리비아 독재자 카다피의 아들 중 한 명은 연간 유흥비로만 3,000억원을 탕진한다는데.

소유하지 않고도 행복할 수 있지만, 상대적 박탈감으로 우리 사회에 넘쳐나는 불편한 진실들! 거창하게 글로벌 인류애나 노블레스 오블리주 (noblesse oblige), '정의란 무엇인가?'에 대한 질문과 상생의 메세나 운동, 사회책임경영 등을 들먹이지 않더라도 부실한 사회안전망으로 '사회적 타살'이 없는 세상에 대한 관심을 촉구한다. 신념과 공동체를 위해 자신의 행복을 포기한 혁명가들처럼 살아달라고는 말하지 않겠다.

“부모 잘 만나 권력과 부의 온실에서 호의호식해 공정한 사회, 이익공유, 문화복지, 전셋값 폭등, 비정규직, 청년실업 등에는 관심도 없는 선택받은 대한민국의 명품족 신귀족님들, 계속 홀로만 행복하시렵니까?” 

김형석 / 컬처 크리에이터(Culture Creator), 前 거제문화예술회관 관장


뉴스앤거제  nng@newsngeoj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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