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화가의 사랑 ‘학동마을’[칼럼] 김형석 / 前 거제문화예술회관 관장

요즘 언론에서 전직 국세청장 간의 그림 뇌물수수 여부로 화제인 문제의 작품 고(故) 최욱경 화백의 '학동마을'은 경남 거제시 동부면의 학동이다.

거제도 장승포에서 창작활동을 했던 한국예술종합학교 초대 미술원장을 역임한 원로작가 오경환 화백이 얼마 전 서울 인사동 근처 조계사 옆 OCI미술관 초대로 개인전 열어 인사차 찾아간 술자리에서 들었다.

오경환 화백은 최욱경 화백과 서울대학교 미술대학 동기로 친분이 많았는데, 아름다운 거제도 풍경에 반한 최욱경 화백은 몽돌해수욕장으로 잘 알려진 학동에 거주하려고 땅까지 샀었다는 것이었다.

   
▲ 최욱경/학동마을(38×45.5㎝).캔버스에 아크릴.1984. 네거티브한 이미지로 유명해진 이 그림을 거제시청이나 거제시문화예술재단에서 구입 또는 기증받아 소장하는 게 아름다운 학동마을을 사랑한 화가에 대한 예의가 아닐까?

창조적이고 담대한 화풍과 실험정신의 여류작가 최욱경은 한국 현대 추상표현주의 미술의 대표적 화가 가운데 한 사람으로 형상을 완전히 해체하고 화려한 색채와 분방한 필력으로 독창적인 추상화의 세계를 보여주었다.

최욱경 화백은 영남대, 덕성여대, 미국 애틀랜타 주립대학교, 위스콘신주립대 등에서 교수와 강사로 활동했으며 한국, 미국, 노르웨이, 캐나다 등지에서 16회의 개인전을 열었고 파리비엔날레, 상파울루비엔날레 등 국제적인 미술축제에 대한민국 대표작가로 출품하기도 했다.

화제가 된 '학동마을'은 이런 최욱경 그림의 전형이다. 40대 중반으로 요절하기 1년 전에 그린 '학동마을'은 바닷가 풍경과 마을에서 느낀 이미지를 새롭게 재해석해 야수적 색채와 역동적이고 자유분방한 구도로 표현했으며 강렬한 붉은색이 인상적인 작품이다.

   
▲ 해변이 몽돌로 되어 파도소리와 함깨 시각, 청각적 아름다움을 선사하는 학동 해수욕장에서. 윤대녕 소설가와 필자

전 국세청장의 '학동마을' 그림 로비 의혹 사건을 계기로 몇 가지 안타까움을 적어 보자. 첫째, 공직자들의 투명한 도덕성이다. 고위공직자들이 국세청 인사를 앞둔 부적절한 시기에 당시엔 500만 원에 샀다지만 현재 가격이 2~3,000만 원 정도 한다는 환금성 있는 그림을 선물로 주고받았다는 것이 문제이다.

또한 전 국세청장의 개인 비리만을 기소하고 정권 실세가 관련된 권력형 의혹은 피해 간 면죄부 수사라고 시끄러운데, 공정사회(?)에 사는 예술을 사랑하는 한 사람으로서 예술품이 미술관을 벗어나 뇌물공여죄로 천박하게 대중 앞에 나왔다는 것에 심히 유감스럽다. 그것도 화가가 생명의 본질을 한국의 자연 속에서 포착, 열정적으로 구현한 작품이!

둘째, 미술품 유통구조의 투명성과 예술가 복지이다. 김대중 정권 당시 신동아 그룹의 김기창 화백 등의 한국화 정·관계 로비 의혹, 신정아 스캔들에서의 기획예산처(현 기획재정부) 그림 구입, 삼성 비자금 사건에서 팝아티스트 리히텐슈타인의 작품 '행복한 눈물' 구매 의혹, 국세청장에게 인사청탁성 그림 '학동마을' 상납 의혹, 그리고 최근 오리온 그룹과 서미갤러리의 비자금 수사까지!

유독 권력형 비리, 탈세나 로비, 불법증여나 상속 등의 전유물이 된 유명작가의 그림은 평소 문화강좌나 지인들과의 담소 자리에서 "미술품 투자는 문화참여!"라고 부르짖는 필자를 머쓱하게 한다.

우리나라 화가의 1%와 '그들만의 리그'인 미술품 양도소득세 문제로 언제까지 갑론을박만 하지 말고 대다수 예술인이 창작에 전념할 수 있는 문화정책의 창조적 실행에 신경 좀 써 주시라. 문화체육관광부에서 추진하려는 '문화한국의 브랜드화'는 지금 홀대당하고 있는 예술인들의 머리와 가슴에서 시작된다는 사실을 명심하라.

   
▲ '한국의 하롱베이' 홍포, 여차 가는 길에서 산책하는 서울시향 정명훈 지휘자 부부

셋째, 정부와 지자체들의 지역마케팅에 문화예술적 가치 창출이다. 아름다운 풍경은 예술가들 영감의 원천이다. 거제시의 예를 보더라도 천혜의 거제도 풍광에 반해 거주하려고 했던 유명 예술가가 최욱경 화백 외에도 윤후명 소설가, 마에스트로 정명훈 지휘자, 정명화 첼리스트 등 수없이 많다. 타 지자체들도 다양하고 차별화된 자연유산을 많이 가지고 있다.

시간이 지나면 쓰레기가 되는 것에 지자체 예산 낭비하지 말고 예술품처럼 문화적 가치가 급상승하는 명품 도시마케팅에 투자하자. 르네상스를 주도한 메디치 가문처럼 부를 개인의 향락에 쓰지 않고 건축가와 예술가 지원으로 천년, 만년 세계 각국 관광객 수천만 명을 불러들이는 이탈리아 도시를 벤치마킹하라. 전시성, 치적성 투자를 지양하라. 멀리 보는 문화적 안목과 철학으로 '예술을 활용한 친환경적 선택과 집중'의 리더십이 지역마케팅에 절실하다.

"귀국 후 2년간 나는 우리나라의 산들을 찾아다니며 감격해 했다. 특히 경상도 지방의 산들과 그 능선, 거제도 학동 앞바다의 물빛 등은 나로 하여금 생명의 본질을 느끼게 했다. 나는 지금도 그 산에서 느낀 충동과 감동을 내 그림 안에 살아 움직이게 하려고 노력하고 있다. 나의 희망은 '아름다운 그림'을 만들어내는 것이다."

짧았지만 왕성하게 창조적인 삶을 살다간 최욱경 화백의 희망은 '아름다운 그림'을 만들어내는 것이라고 했다. 그리고 '학동마을'과 같은 한국의 자연을 추상화시킨 실질적인 요소는 경상도 산들에서 요약된 곡선들과 실제로 존재하는 태양 곡선들의 생명을 불어넣은 것이라고 했다.

   
▲ 소설 '객주'의 김주영 소설가와 김한겸 전(前) 거제시장 간에 "거제도에서 노벨문학상을 배출해 보자."는 의기투합으로 폐교를 활용한 복합 창작스튜디오 추진을 위해 방문한 유명 소설가와 화가들. 거제도포로수용소유적공원에서

미술품을 재화적 가치로만 평가하는 속물적 인간들의 '아름답지 못한 그림 로비나 탈세'에도 '아름다움에 대한 건강한 도전'은 계속되어야 한다. 그래도 예술이, 예술가가 문화강국 대한민국의 희망이다!

뉴스앤거제  nng@newsngeoj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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