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축제, 존재의 패러다임을 고민하자!김형석 / 前 거제문화예술회관 관장

하계올림픽, 월드컵과 더불어 세계 3대 스포츠 축제라는 제13회 대구세계육상선수권대회 뉴스를 검색하다 대회 슬로건인 ‘달리자 함께 내일로(Sprint together for tomorrow)’를 보니 1991년 10월, 최초로 기획했던 부산바다축제의 주제 ‘함께 바다에서 미래를’이 떠오른다.

   
▲ 2011 대구세계육상선수권대회 공식포스터. 대회 이념은 지구촌의 모든 이들의 열정을 모아 보다 나은 내일을 향한 끊임 없는 도전으로 인류의 공존과 평화, 번영의 꿈을 실현하는 대회를 지향하는 뜻에서 '꿈(Dream), 열정(Passion), 도전(Challenge)'으로 정하였으며, 대회의 목표는 '인류의 평화와 번영의 꿈 실현', '지구촌이 함께하는 열정의 축제', '세계육상 발전의 신기원 창출', '세계로 도약하는 Colorful Daegu'로 정했다.

지금 생각하도 무지한 짓이지만 권위적인 군인들의 시대였던 7,80년대는 광장과 공공의 공간을 닫아놓고 대중들의 소통과 공감을 두려워했었다. 수백억 원을 들여 조성하여 86 아시안 게임, 88 올림픽 대회 개최 후 쇠사슬로 잠가놓고 시민의 접근이 통제되어 있던 부산 수영만 요트경기장을 부산시민의 품으로 돌려놓은 것은 ‘축제’였다.

   
▲ 91 부산바다축제 축제신문. 기획의도는 ‘바다와 인간의 만남’을 통해 부산을 세계적인 축제도시화하고 시민화합과 지역경제 활성화를 꾀하며 해양 스포츠 대중화를 통한 부산문화의 특화를 이루자 했다. ‘부산시민의 날’과 연계, 피서철의 여름바다가 아닌 생산적인 해양문화를 제시하고, 가장 부산적인 특색과 주체성 있는 내용으로 구성하여 국제성을 확보하며, 부산 최초의 대규모 축제를 통해 부산시민의 문화 향유 욕구를 충족시킨다는 의도였다.
당시, 제1회 부산바다축제를 폐쇄된 공간이었던 수영만 요트경기장에서 민간주도로 개최하여 하루에 10만여 명의 시민과 관광객이 운집했을 때 ‘축제의 대중 동원력’에 감동하고 흥분했었다.

대한민국이 문화의 불모지가 아니라 대중들이 문화에 굶주려 있다는 가능성을 발견하고, 요트경기장 2층 상황실에서 시민의 물결을 바라볼 때의 성취감은 문화기획자의 길을 걸어오면서 경험한 잊히지 않는 행복한 순간 중 최고였다.

자주 방문하는 인터넷의 예술경영정보 사이트에서 읽은 해외뉴스에서 ‘맨체스터 인터내셔널 페스티벌(Manchester International Festival, MIF)’은 축제의 패러다임을 고민하게 한다.

영국 맨체스터 도시를 떠올리면 우리나라 사람들은 축구선수 박지성 때문에 맨체스터 유나이티드와 축구를 많이 연상하겠지만, 글로벌 경쟁력을 야심 차게 노리는 혁신적인 ‘새로운 축제(New Festival)’ 도시이다.

에든버러, 아비뇽에 버금가는 국제적 예술축제도시를 추진하는 맨체스터의 ‘세계초연 전략’은 축제의 고유한 독창성과 축제에 대한 명성 그리고 도시 방문을 촉진하여 경제적 활성화를 위한 것이다.

혁신적 방식의 새로운 작품, 작품의 신작 제작으로 '세계초연'을 통해 단순히 시간적 선두가 아니라 지역의 자부심과 매력적 도시라는 이미지를 동시에 거두게 한다.

특히, 관심이 가는 것은 축제의 다양성, 독창성과 함께 공익적 정체성 도전이다. 공공기금으로 조성된 축제의 미션과 역할에 부합하기 위해 지구 온난화, 다문화, 청소년교육 문제 등과 같은 커뮤니티 프로젝트도 시도한다.

   
▲ 맨체스터 페스티발의 가장 큰 전략은 혁신적 방식의 새로운 작품(New Approach: Innovative), 작품의 신작 제작(New Commision) 그리고 세계 초연(World Primere)이다. 이러한 전략의 수행을 위해 축제위원회는 매년이 아닌 2년마다 홀수 해에 한번 개최되는 비엔날레 형식을 택했고 2년간 새로운 작품의 발굴과 제작 그리고 초연작의 투어를 진행한다

맨체스터 페스티벌의 도전적이고 다양한 시도는 단순한 공유와 유통의 아트플랫폼으로서 축제가 아닌 새로운 미학과 커뮤니케이션 공간의 역할을 수행하기 위함이다. 지역과 세대, 이슈와 미학의 틀을 넘어 새로운 소통 방식으로 사회와의 접촉을 시도하고 사회에 이바지하기 위한 고민을 하는 것이다. 이것이 궁극적인 축제의 존재 이유가 아닐까?

맨체스터 페스티벌의 예술감독은 "맨체스터의 오늘은 세계의 내일이다."라고 말한다. 그의 꿈과 열정, 도전정신을 보니 대한민국 축제기획자들이나 도시마케팅 전문가들도 축제의 다양성과 방향성, 그리고 창조적 문화생태계에 대한 고민을 더 많이 해야 할 것 같다.

이 시대는 영혼에 비타민을 제공하는 문화예술에도 돈, 돈 노래를 부르는 천민자본주의가 판을 치니 경제적 파급효과로 이야기해 보자. 대구경북연구원은 대구세계육상선수권대회의 생산유발 효과가 5조5,876억 원, 부가가치가 2조3,406억에 이른다고 한다. 여기에 대구의 브랜드 이미지 가치가 50억 달러 상승하고 고용유발 효과만 62,821명이라 한다. 총 10조 원 이상의 경제적 효과가 있다고 하며, 얼마 전 유치에 성공한 2018 평창동계올림픽의 경제적 파급효과도 64조 원에 이른다고 한다. 

   
▲ 2011 대구세계육상선수권대회의 지킴이인 살비(SARBI)는 충성심이 강하고 영민(英敏)한 한국의 토종개, 삽살개(천연기념물 제368호)를 모티브로 개발했단다. 삽살개는 주인에 대한 신뢰와 사랑이 두터워 사람에 대한 친화력이 좋고, 몸놀림이 민첩하여 운동신경이 잘 발달되어 있다. 특히 귀신과 액운을 쫓는 영험한 개로 알려져 있어 대회에 참가한 선수들의 액운을 막아주고, 신기록 향상과 안전대회 성공의 행운을 가져다주는 행운의 마스코트.
이런 실체를 알 수 없는 장밋빛 전망의 대규모 국제행사보다 35억 원의 예산으로 630억 원의 경제효과를 올린다는 내공이 있는 맨체스터 축제와의 만남이 더 간절하다. 살맛 나는 사회, 열린 공동체를 위한 진정한 축제는 무엇인가? 국제적 명성의 메가 이벤트만 능사가 아닐 것이다.

잔치가 열리는데 재 뿌리는 이야기인가? 이왕 천문학적 예산 들여 손님들 초대했으니 함께 동참하자. ‘세상에서 가장 빠른 사나이’ 우사인 볼트, 중국의 희망이자 아시아의 희망이라는 ‘황색 탄환’ 류샹, 신체적 장애를 극복한 ‘의족 스프린터’ 오스카 피스토리우스, 여자 장대높이뛰기의 ‘미녀 새’ 옐레나 이신바예바 등 세계 별들의 전쟁이 시작된다. 그보다 중요한 건 스타 선수, 무명 선수 차별 없이 공정한 페어플레이로 보다 멀리, 보다 높이, 보다 빠르게 인간한계에 도전하는 과정이다! 그들이 흘린 땀과 투혼의 결실 경연장인 대구에서 역사의 순간을 함께하자! 

김형석/컬처 크리에이터(Culture Creator), 前 거제문화예술회관 관장

뉴스앤거제  nng@newsngeoj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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