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들풀처럼 누워 원하는 '정치적 신뢰'[데스크 눈]신기방 /대표 겸 편집국장

 

   
▲ 지난 7일 기자회견을 열어 공천부당성을 강조하는 윤영 국회의원. 당시만 해도 상당히 격앙돼 있었으나 이내 냉정을 찾았다.


“이제 분노도 오기도 다 내려놓고 누운 풀처럼 살기로 했습니다”

마음이 짠하다. 정치적 성명서가 아닌 한편의 시를 읽는 기분이다. 정수리가 쪼개지고 심장이 터진다는 그 심정, 아내의 허물을 이제 그만 용서해 달라는 그 처연함, 거제시민의 과분한 은혜로 원 없이 일했다는 그 진솔함, 자신의 눈물이 시민의 아픈 가슴을 위로할 수 있기를 소원한다는 그 숙연함….

따지고 보면 윤영 국회의원만큼 다이나믹한 삶을 산 사람도 드물다. 그의 삶을 추적해 보면 한마디로 ‘롤러코스터 인생’ 그 자체다. 장목중학교를 졸업한 윤 의원은 부산고등학교에 진학하려 했으나, 그만 입학시험에 떨어졌다. 한 해를 재수한 그는 입학고사 만점(200점)을 받아 기어코 부산고등학교에 수석으로 들어갔다.

부산대학교 정외과에 진학한 그는 평범한 대학생활을 유희하다, 어느 날 뜻을 세워 고시공부를 시작했고, 오래지 않아 행정고시에 합격했다. 윤영 의원의 진가는 고위공직자 재임시절 가장 빛이 났다. 40대에 경남도 경제통상국장을 지낸 그의 최연소 이력은, 아직도 깨지지 않은 신화로 남아있다.

그의 삶이 다시 내리막길로 접어든 건, 거제부시장 부임이후 두 달 만에 공직을 벗어던지면서 부터다. 행정전문 관료로서 ‘위대한 거제창조’를 부르짖으며 거제시장에 도전했으나, 두 번을 내리 실패했다. 절치부심 하던 그는 결국 야인생활 6년 만에 거제시장이 아닌 국회의원으로 당당히 섰다.

국회의원으로서의 윤영은 일 하나만큼은 ‘똑 부러지게’ 했다. 안 되면 법을 만들거나 바꿔서라도 되게 했다. 수보구역 규제완화가 대표적 사례다. 형식에 치우치던 마을단위 의정보고회도 지역주민이 진짜 알고 싶은 내용을 쉽고 간결하게 설명했다. 국회의원으로서의 윤영은 위대한 거제창조를 위해 정말 열심히 일했고, 시민들도 그 점을 인정하고 있다.

윤 의원의 성격은 다혈질이지만, 뒤끝이 없고 순수했다. 이해타산적인 계산도 할 줄 몰랐다. 시간을 5분단위로 나눠 쓸 만큼 일에 대한 열정도 치열했다. 그러나 결정적으로 그의 발목을 잡은 건 지방선거 당시의 이른바 ‘돈 공천’ 사건이다. 그에 대한 정치적 신뢰가 무너진 것도 이때부터다.

새누리당 공천에서 배제된 이후 윤 의원은 기자회견을 열어 공천 부당성을 강조하고 중대결심을 예고했다. 다소 다혈질적인 그의 성정으로 미뤄 충분히 예측 가능한 행보였다. 그로부터 이틀 뒤, 윤 의원은 필자에게 전화를 걸어 “거제를 위해 내가 어떻게 하면 좋겠느냐”고 솔직히 물어왔다.

필자는 A4용지 1장 분량의 개인의견을 전달했다. ‘의정활동은 잘 했지만, 정치적 이미지는 안 좋은 편이다. 이런 상황에서 무소속 출마는 자칫 정치생명이 끝날 수도 있는 위험한 모험이다. 시민들로부터 정치적 신뢰를 회복하는 것이 우선이다. 시민을 감동시키고, 그 뒤 재기를 노리는 게 바람직하다’가 주 요지였다.

윤 의원은 어제 불출마 성명을 통해 ‘아내의 허물을 용서해 달라’고 솔직하게 말했다. 일할 수 있는 기회를 준 시민에게 ‘무릎 꿇고 감사드린다’는 말도 했다. 정치인 윤영은 그렇게 낮은 자세로 시민들에게 용서와 신뢰를 구했다. 감동까지는 아니더라도 정치적 신뢰회복을 위한 그의 진정성은 분명하게 전달된 셈이다.

‘오기도 분노도 다 내려놓고 들풀처럼 눕는다’는 그를, 이쯤되면 이제는 거제시민들이 보듬어야 하지 않을까. 들풀처럼 눕는 그를 더 짓누르는 건 너무 야박하지 않나. 장담컨대 정치인 윤영의 롤러코스터 같은 삶은, 어느 날 또 오르막을 치달으면 분명히 우리 곁으로 다가올 것이다.

 

 

 

 

   
 

 

 

뉴스앤거제  nng@newsngeoj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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