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거제도 파노라마, 11대 명산 한 곳에서 본다[연재]정도길…거제11대 명산 이야기② 선자산

   
▲ 홍성산우회 이날 홍성산우회 회원들이 거제도를 찾아 계룡산에서 출발 선자산까지 종주산행을 하고 기념촬영을 하고 있다.

지난 주말 봄비가 살짝 내린 다음 날인 일요일(18일). 거제도 11대 명산 이야기를 찾아 나서기로 한, 두 번째 산행이 시작됐다. 목적지는 거제도에서 일곱 번째 높이의 선자산(507m). 이 산은 거제의 주봉이라 할 수 있는 계룡산 줄기 남쪽으로 뻗어 있다.

고현동과 거제면의 경계에 있으며, 주 들머리는 삼거리 윗담마을에서 오를 수 있다. 가을에는 단풍나무가 그렇게 아름다울 수가 없다. 자작나무와 참나무가 무성해 맑고 깨끗한 계곡물이 넘쳐흐른다. 이 계곡에서 흐른 물은 굽이굽이 모여 구천댐 식수원을 이루고 있다.

   
계룡산 선자산 정상에서 바라 본 계룡산(왼쪽 끄트머리)

산은 봉우리와 봉우리가 연결돼 선처럼 긴 띠를 이루는 산맥을 형성하고 있다. 섬인 거제도는 전국의 유명산과 비교할 정도는 아니더라도, 동서와 남북으로 작은 산맥을 형성하고 있다. 구간마다 도로가 지나면서 허리가 끊어진 데는 있지만 그렇다고 종주등반을 하지 못할 코스는 없다.

지난 첫 번째 산행지인 북병산 하산 지점에서 연결된 삼거리지역을 들머리로 잡았다. 도로변에서 선자산 정상까지는 2km. 입구에 들어서자 평탄한 농로가 이어지는데, 먼저 간 후배는 저 멀리 앞서 가고 있다. 그런데 진작 들머리는 입구 바로 좌측으로 나 있다. 나뭇가지에 산악회 리본을 왜 붙여놨는지 눈치채지 못한 후배는 잘 닦여진 농로만 따라갔던 것. 작은 표지판이라도 하나 세워 놓았으면 좋았을 터.

   
연리목 두 가지가 합쳐져 하나가 된 것을 연리지라고 하는 반면, 연리목은 뿌리가 다른 두 나무가 합쳐져 하나의 몸통을 이루는 나무를 말한다.

산속으로 들어서자 급한 경사가 이어지고, 가쁜 숨은 턱밑까지 차올라 온다. 비가 내린 탓인지 땅이 촉촉이 젖어 푹신한 느낌이다. 허리를 숙여 땅만 보고 걷는데 이상한 나무가 눈에 띈다. 나무 하나가 다른 나무의 뿌리를 파고들어 새로운 가지를 뻗어내고 있다. 자세히 보니 두 종류의 나무가 한 몸에서 자란다는 연리목이다. 두 가지가 합쳐져 하나가 된 것을 연리지라고 하지만, 연리목은 뿌리가 다른 두 나무가 합쳐져 하나의 몸통을 이루는 나무를 말한다. 후배한테 조금 아는 체를 했지만 곧바로 머쓱한 기분이 들고야 만다.

   
노루귀 길고 추운 겨울을 이겨내고 새하얗게 아름다운 모습으로 핀 노루귀. 꽃말은 '인내'.

앞서거니 뒤서거니 후배와 앞뒤를 바꿔가며 산행은 계속되고 있다. 그러다 앞서 가던 나를 후배가 큰 소리로 부른다. 올랐던 길을 다시 내려가니 하얗게 핀 꽃이 반겨 준다. 갈색 낙엽 속에 무리지어 핀 노루귀. 새하얀 꽃잎과 진한 갈색 잎사귀가 명암을 이루는 환상적인 색의 만남이다. 길고 긴 추운 겨울을 어떻게 버티고 견뎌 내었을까?

매서운 추위와 힘겨운 고통을 이겨 내고 새 생명을 탄생시킨 노루귀. 그래서일까. 사람들은 '인내'라는 꽃말을 지워 주었는가 보다. 몸통에 붙어있는 보송보송한 털은 예쁜 여자아이의 하얗고 엷은 콧잔등에 난 털과도 같은 느낌이다.

   
거제 파노라마 선자산 정상에서 바라 본 거제 제일봉인 가라산(왼쪽 뒤 높은 산)과 노자산(오른쪽 중간 끝 부분 봉우리)

오르막길은 끝을 보여주지 않는다. 정상에 오를 때, 짧은 코스는 급경사로 힘은 들지만 빨리 오를 수 있다. 반면 완만한 경사는 체력소모는 덜하지만, 정상까지 긴 시간이 필요하다. 힘이 드는데 쉬어 가라는 것이었을까, 도룡뇽 한 마리가 바위에 앉아 있다. 사진을 찍자 셔터 소리에 놀라 줄행랑치는 도룡뇽. 그러고는 다시 나타나지 않았다. 냉혈동물인 뱀은 비 온 뒤 바위에서 몸을 말리는 습성이 있는데, 괜히 내가 쫓아버린 것 같아 미안한 마음이다.

한 무리의 등산객이 쏟아져 내려오고 있다. 멀지 않은 거리에 정상을 보니 안도감이 생겨난다. 오후 1시 들머리에서 출발, 1시간 40분이 걸렸으니 2시 40분에 정상에 도착한 셈. 그때까지 점심을 먹지 못했으니 배고픈 것은 당연한 일. 그래도 정상 표지석을 껴안고 기념촬영을 하는 한 등산객과 잠시 이야기를 나누었다.

"어디서 오셨어요. 사진 찍어 드릴까요?"
"홍성산우회에서 왔어요. 거제도가 좋다해서 왔는데, 아침 일찍 계룡산에서 출발해서 여기까지 왔네요."
"사진 찍어 주는데 비싼데…."
"사진 값은 홍성에 오시면 한우 한 세트로 갚아 드리겠습니다. 잘 찍어 주세요."

   
도룡뇽 산행 중에 만난 도룡뇽. 카메라 셔터 소리에 놀라 달아난 도룡뇽은 돌아올 줄 몰랐다.

빈말은 아니겠지만 그렇다고 사진값을 받으러 홍성까지 갈 수 있겠는가. 짧은 만남, 손을 흔들며 인사하고 자리에 털썩 주저앉았다. 배고픔을 달래야 했기에. 충무 김밥으로 허기를 달랬다. 참으로 맛이 있었다. 흰밥에 돌돌 말은 김과 깍두기, 어묵 그리고 오징어무침이 전부지만 호텔 음식 부럽지 않다.

빈속에 들이켜는 소주 한잔 맛은 마셔 보지 않은 사람들이 어떻게 알 수 있을까? 이 시간만큼 세상에 그 무엇도 부러울 게 없고 필요도 없다. 이런 생각과 마음이 평소의 삶에도 지속한다면 얼마나 좋을까마는, 그래서 속세를 사는 인간일까 싶다는 생각이다.

   
옥녀봉 선자산 정상에서 바라 본 옥녀봉(가운데 봉우리). 아래로 삼거리 마을이 보인다.
 
선자산은 거제도 중심부에 있다. 이 장소에서는 거제 11대 명산을 전부 조망할 수가 있다. 고개를 돌려 최남단으로 초점을 맞췄다. 남쪽 바다를 끼고 있는 망산이 보인다. 왼쪽으로 가라산, 노자산 그리고 약간 건너뛰어 처음 올랐던 북병산이 보인다. 뒤이어 옥녀봉, 국사봉, 대금산, 앵산, 계룡산, 산방산 그리고 내가 서 있는 선자산. 360도 파노라마는 거제의 아름다운 자연을 한 모습에 담아 주고 있다.

   
능선 거제도 최고의 산인 계룡산에서 선자산으로 이어지는 주 능선.
 
당초 계획은 계룡산까지 종주 산행을 하기로 마음먹었는데, 계룡산은 저 멀리 끄트머리에 있다. 좀체 다가올 것 같지 않은 느낌이다. 4시가 거의 다 돼 몸을 일으켰다. 가다가 못 가면 중간에서 내려가면 된다는 생각을 하니 오히려 맘이 편하다.

내리막길과 오르막길은 연속으로 이어진다. 등산로는 특 A급에 손색이 없을 정도로 걷기에 편하다. 시가지 회색빛 아파트를 잠시라도 피해 산으로 왔건만, 나의 눈에서 쉽게 멀어져 질 줄 모른다. 뒤돌아서 돌아 온 길을 보니 아득하다. 긴 능선은 편안히 누워있다.

   
고현시가지 회색빛 시멘트 도시를 벗어 산으로 왔건만, 그 곳은 나를 묶어 놓고 벗어나지 못하게 하는 느낌이다.
 
5시쯤 고자 산치에 도착했다. 이곳에서는 사방 갈림길. 앞을 보니 까마득한 경사길이 이어진다. 여기서 계룡산까지 2km. 시간상 무리라는 생각에 용산마을로 하산할 수밖에 없다는 결론을 내렸다. 사소한 욕심을 버리는 일, 무리하지 않는 것. 사람이 살아가면서 이 모두 쉽게 이루어지지 않는 것이 아니던가. 이날 하루 이 두 가지를 배운 산행이었다.

   
산행지도 선자산 산행지도
 
정도길의 블로그 ‘안개 속에 산은 있었네’ 바로가기  http://bamnwind.tistory.com/
 

뉴스앤거제  nng@newsngeoj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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