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사가 끝날 무렵 마산교구 김인식 신부의 선창에 따라 구호를 외치는 미사참석자들

27일 저녁 7시 30분께 천주교 정의구현 마산교구사제단이 집전한 '국가기관 대선 불법개입에 대한 대통령 사퇴를 촉구하는 시국미사'가 가톨릭 신자등 450여명이 참석한 가운데 거제 고현성당에서 열렸으나 별다른 불상사 없이 끝났다

시국미사 2시간여 전인 오후 5시께부터 고현성당 정문 앞에서 반대집회를 개최한 '고엽제전우회 경남지부'회원 100여명은 전원 군복차림으로 차량 3대를 동원, 성당 입구를 가로막고 반대구호를 외치며 기세를 올렸으나 성당내부 진입등 물리력 행사는 없었다. 이들은 미사가 진행 중인 저녁 8시경 자진해산했다.

하지만 성당 안에서는 미사가 집전되기전 정의구현사제단 소속인 배진구 고현성당 주임신부가 인사말을 하면서 마찰이 빚어졌다. 성당 내부에 미리 들어와 있던 20여명의 '대한민국수호 천주교인 모임' 소속 신자들이 시국미사의 부당성을 지적하며 배 신부와 한참동안 입씨름을 벌였다. 일부 신도는 배 신부가 서 있는 제대쪽으로 다가가며 삿대질을 하기도 했으나, 다른 신도들의 만류로 곧 진정됐으며 이내 미사가 시작됐다.

문규현 신부를 비롯한 20여명의 정의구현사제단 입장으로 시작된 미사는 한동안 순조롭게 진행됐다. 이날 강론을 맡은 이상원(베네딕토) 신부는 "특정 공무원들이 선거에서 특정 후보와 정당에 편향된 영향을 주고 편향된 결과를 얻기 위해 조직적인 활동을 한 것은 민주주의의 뿌리를 썩게하고 국민 권리를 침해하는 심각한 불법행위"라고 주장하는 등 비교적 평이한 수준의 비판과 성경의 비유말씀으로 마무리 했다. 강론이 끝나고 70대 한 반발신자가  갑자기 일어나 소리를 질렀으나 주변에서 이를 제지했다.

50여분간 원활하게 진행되던 미사는 영성체의식이 끝난 후 정의구현사제단 대표로 마산교구 김인식 신부가 '세상의 통치자들아, 정의를 사랑하여라'라는 제목의 성명서를 낭독하고 대통령 퇴진을 촉구하는 구호를 제창하면서 소란이 본격화 되었다. 성당 가운데 줄에 자리한 일부 반발신자들이 '말도 안돼' '너희가 왜 맘대로 해' 등 고함을 질러댔으나 김 신부는 끝까지 성명서를 읽어 내려갔고 대부분의 참석자들은 이에 환호하며 수차례 박수로 호응했다.

천주교 정의구현 마산교구 사제단 명의로 된 이 성명서는 '지난 대선은 국정원을 비롯한 국가기관들이 전방위적으로 선거에 개입한 명백한 관권 부정선거로 헌정질서 파괴행위'라고 전제, 첫째 지난 대선은 선거 자체가 부정선거 였고, 둘째 민주주의 가치가 무너졌으며, 셋째 대통령이 제시한 주요 선거공약들이 이미 폐지 내지는 변질되었기 때문에 박 대통령이 책임있게 사퇴하기를 촉구했다.

이 와중에서 반대 여신자 10여명도 자리를 박차고 나가며 미사를 집전한 사제단 석을 향해 '정의구현 사제단 물러가라' '사제복을 벗어라' '사탄이다' 등의 고함을 질렀다. 이들은 성전 밖으로 나와 현관과 복도를 오가며 10여분간 다른 신자들과 서로 밀고 당기며 격렬하게 항의하는 등 충돌 일보직전까지 갔다.

오후 8시 40분께 시국미사가 끝나고 신자들이 퇴장할 즈음, 성당 정문 앞에서는 '대한민국수호 천주교인 모임' 소속 신자 80여명이 정의구현사제단을 성토하는 구호를 외치며 반대집회를 벌였으나 별다른 문제없이 집회 시한인 9시께 모두 자진해산했다.

이날 시국미사는 당초  양측의 첨예한 대립으로 자칫 물리적 충돌이 우려됐으나 고현성당 사목회와 경찰이 적극 중재에 나서면서 사제단도 반발신자들과 불필요한 대응을 삼가하고, 보수단체를 비롯해 외지에서 온 반발신자들도  일부를 제외하곤 가급적 자제하는 모습을 보였다.

경비를 맡은 거제경찰서는, 김성우 서장의 지휘로 오후 4시 30분께부터 고현성당 주변에 경찰을 배치, 전날에 이어 이틀째 계속된 '대한민국고엽제전우회 경남지부'소속 회원들의 반대집회 경비에 들어 가는 등 양측간의 물리적 충돌에 대비했다.

경찰은 지원받은 1개 기동중대(100명)를 비롯해 거제경찰서 소속 경찰관 120여명 등 220여명이 동원돼 4시간동안 긴장된 분위기 속에서 만약의 사태에 대비했으나 사법처리 사안 발생 등 별다른 문제없이 상황이 종료되자 크게 안도하는 모습이었다.

이런 분위기를 반영하듯 미사가 끝난 후 고현성당 문종균 사목회장의 안내로 배진구 주임신부가 성당 정문쪽에서 현장지휘를 하던 김성우 서장에게 다가가 악수를 건네기도 했다.

이날 천주교 수사 출신인 강기갑 전 국회의원이 미사 중간에 일행과 모습을 보였으며, 이길종 도의원, 변광용 민주당거제지역위원장 등 지역야권 인사들과 경실련 및 환경련 등 거제시민연대 관계자 20여명도 미사에 참석해 내내 자리를 지켰다.

한편, 시국미사에 대한 전국적인 관심을 반영하듯, 방송사 및 언론사 보도진 50여명이 약간의 소란만 있으면 성당 곳곳으로 몰려 다니며 후렛쉬를 터뜨리는 등 열띤 취재경쟁을 벌였다. 또 성당 인근에 거주하는 시민들과 길 가던 행인들도 시위장면이 신기한 듯  한참을 구경하는 등 고현성당 주변이 한때 크게 북적였다.

△ 미사시작 전 고현성당 정문 앞에서 반대집회중인 '고엽제전우회 경남지부'회원들

△성당 정문에서 미사에 참석하려는 신자들과 집회참가자들이 함께 뒤섞여 이를 막는 경찰과 대치하고 있다

△문규현 신부를 비롯한 정의구현사제단 소속 신부들이 성당 입구에서 미사 시작전 입장을 기다리고 있다

△ 미사 시작전 소란을 피우는 반발신도와 대화하는 문규현 신부

△ 성명서 낭독에 반발하며 고함을 지르는 반발신자들과 이를 취재하는 기자들

△ 이날 미사중인 성당 안에도 취재진이 들어와 열띤 취재를 벌였다

△미사 끝 무렵 '박대통령 퇴진 촉구 성명서 낭독'과 '구호제창'에 반발하며 퇴장하는 '대한민국수호 천주교인 모임' 소속 신자들

△성명서 낭독과 구호제창에 반발하며 성당현관 복도로 퇴장한 여신자들이 소리를 치며 격렬하게 항의하고 있다

△신자들이 뒤엉켜 서로 고함을 치고 있는 모습

△ 반발하는 여신자들을 설득하는 이길종 도의원

△고현성당 정문을 차단한채 경비근무중인 경찰기동중대

△미사를 마친 정의구현사제단이 퇴장하고 있다

△ 격렬하게 반발하는 여신자와 이를 취재하는 방송기자들

△ 미사가 끝난후 성당정문 앞에서 반대집회를 계속하는 '대한민국수호 천주교인 모임'소속 회원들

△고현성당측은 반발신자들 모두 창원 등 외지에서 왔다고 말했으며, 대부분 고령자들과 여성들이었다.

서영천 기자  syc6871118@hanmail.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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