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12일 119구조대가 추락해 숨진 이 씨를 발견해 절벽 아래서 시신을 끌어 올리고 있다

이날 숨진 이 씨를 검안한 경찰과 의사는 사인을 ‘추락에 의한 두개골골절’ 이라고 밝혔다.

하지만 경찰과 소방당국은 급박한 순간에도 통신사의 위치정보에 따라 추락장소와 5.3km나 떨어진 전혀 엉뚱한 지역을 수색하는데 시간을 허비해, 긴급구호에 절실한 휴대폰 발신기지국위치확인시스템의 효용성에 대해 큰 논란이 일고 있다.

경찰과 소방당국에 따르면 숨진 이 씨는 지난 11일 오후 1시 15분께 자신의 휴대폰으로 119에 전화, “바닷가다. 머리쪽을 다쳤다”며 구조를 요청 했다.

이 씨의 구조요청은 경남도 소방본부 119상황실에 접수돼 그 즉시 위치추적에 들어갔다. 그러나 모 이동통신사가 소방본부에 통보한 휴대폰 발신지 위치는 숨진 이 씨가 구조요청을 한 거제시 능포동 양지암과 직선거리로 무려 5.28km 떨어진 거제시 옥포동 국산초등학교 주변이었다. 도로를 기준으로 하면 9km가 더 넘게 떨어진 위치다.

소방당국과 수색 지원요청을 받은 거제경찰서 옥포지구대는 순찰차 3대 및 거제경찰서 112타격대 10여명, 119구조대 등 수십명을 동원해 휴대폰 발신기지국 위치인 국산초등학교 주변을 무려 50여분간 찾아 헤멨으나 허사였다.

그 사이 거제경찰서 실종팀에서 숨진 이 씨의 휴대폰 이동통신사를 통해 거주지가 거제시 능포동 한 원룸임을 확인했다. 이때는 이미 숨진 이 씨가 구조요청을 한지 거의 1시간이 다된 오후 3시를 넘어선 시각이었다.

경찰은 숨진 이 씨의 지인으로부터 그날 오전 11시께 바다에 밀려온 낚시‘찌’도 줍고 ‘방풍나물’을 따러 능포동 양지암 바닷가쪽으로 나갔다는 말을 듣고 경찰수색팀과 통영해경·119구조대를 이동 배치해 해안가를 집중수색했다.

합동수색팀은 이날밤 10께 까지 양지암 주변 해안가 일대를 수색했으나 숨진 이 씨의 행적을 찾지 못하고 철수했다. 다음날 아침 8시부터 재개된 수색 끝에 오전 10시 20분께 이 씨는 바닷가 70m 절벽 아래서 싸늘한 주검으로 발견됐다.

이 씨를 발견한 한 구조대원은 “이 씨가 발견된 장소는 도저히 사람이 접근하기 힘든 수십미터 절벽 아래였다. 한 두번 둘러본 장소인데도 찾기가 힘들었다. 이씨 주변에는 방풍나물이 들어있는 작은 가방이 있었다”고 발견과정을 설명했다.

본사 취재결과 숨진 이 씨는 119에 구조요청 직후 주변 동료에게도 휴대전화로 “머리를 다쳤다”고 다급하게 전화한 것으로 확인됐다. 당시 이씨는 채 말을 잇지 못하고 중간에 전화를 끊었고 동료가 다시 전화했을때는 이 씨의 휴대폰에서 “어, 어”하는 소리만 가늘게 들릴 뿐 통화가 안됐다고 말했다.

경찰은 숨진 이씨가 생활보호대상자로 별다른 직업없이 동료들과 원룸에서 함께 어렵게 살아 왔다고 밝혔다. 이 씨는 평소 폐질환을 장기간 앓아 힘든 일을 하지 못하고 낚시가 건강에 좋다며 자주 바닷가를 찾아 다녔다고 한다. 

한편, 숨진 이 씨가 가입한 모 이동통신사의 휴대폰 발신지가 실제장소와 5.3km나 떨어졌는데도 동일 기지국 권역으로 확인돼 엉뚱한 지역을 수색한 경찰과 소방당국 역시 안타깝다는 반응이다. 해당 이동통신사의 기술적인 문제라는 것이다.

일반적으로 소방당국의 요구조자 긴급구호이나 수사기관의 범죄수사상 휴대폰 발신지 위치 추적구간은 1∼5km를 한 권역으로 본다. 하지만 이런 경우는 이동통신사 기지국이 많이 설치된 도심 지역에서다. 이번처럼 산간오지나 해안 벽지는 전혀 다른 얘기다.

실제, 많은 수색을 경험해본 소방 및 경찰관계자는 실종신고를 받고 휴대폰 발신지 위치추적을 하면 5km 권역을 훨씬 벗어나는 경우가 허다 하다고 한다. 해당 이동통신사에서 기지국을 얼마나 설치하느냐에 따라 다급한 생명의 구조여부가 좌우되는 것이다.

기지국의 많고 적음은 바로 이동통신사의 규모, 수익과 경쟁력이 그대로 맞물려 있다. 기지국 1개소를 신설하기 위해서는 수천만원의 시설비가 소요된다. 이번에 숨진 이 씨가 가입한 모 이동통신사는 다른 통신사에 비해 비교적 가입자가 적고 기지국도 적은 것으로 알려졌다.

하지만 일반가입자들이 이동통신사의 이같은 속사정이나 향후 닥칠 위급상황을 감안해 이동통신에 가입하는 경우는 그다지 많지 않다. 해당 통신사의 규모에 따라 다를 수도 있지만, 이번 사건처럼 산간오지나 벽지에서 사고를 당했을 때 이같은 황당한 위치정보시스템을 믿고 신고를 해봤자 구조될 확률은 그만큼 희박한 셈이다. 

이동통신사 근무경험이 있는 한 지역인사는 “이동통신사측은 우리 기술력의 한계를 핑계대는데 사실은 그렇지 않다. 요즘 도시권역은 반경 500m 이내 까지 거의 정확한 위치가 나올 정도로 기지국이 많다. 뭘 의미 하겠느냐. 바로 이동통신사의 장사속 꼼수일 뿐이다”고 지적했다.

이번 사건은 우리가 철석같이 믿고 있는 사회적 구조시스템의 허점을 그대로 보여 주는 안타까운 사건이었다.

△숨진 이 씨를 이송중인 119구조대와 경찰

서영천 기자  syc6871118@hanmail.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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