호남죽(湖男竹)· 죽순죽(竹筍竹)· 일본죽(日本竹)· 모죽(毛竹)을 경남 거제에서는 어떻게 부를까. 정답은 맹종죽(孟宗竹)이다. 맹종죽은 20m정도 자라며 지름 20cm정도로 국내 대나무 가운데 가장 굵다. 주로 한반도 남부지역에 자라고 껍질에 흑갈색의 반점이 있다. 대나무 재질은 윤기가 적고 매우 단단하다. 이런 맹종죽의 군락지가 경남 거제시 하청면 실전리에 있다. 임진왜란 때 조선 수군이 유일하게 패배한 ‘칠천량’ 앞바다가 한눈에 보이는 곳이다. 면적 300ha에 540여만 그루가 자란다.

전국 생산량의 70%이상이 거제에서 생산되고 있는 거제맹종죽은 1926년 하청면 공무원인 신용우 씨가 일본 산업 시찰 뒤 귀국할 때 뿌리가 있는 묘목 3그루를 가져와 심은 것이 퍼진 것이다. 국내 맹종죽의 첫 재배지가 하청면인 셈이다. 이처럼 대나무가 자생하는 곳에 마을이 형성될 정도로 하청 사람들의 삶은 대나무와 직결되어 있다.

과거 대나무 공예품을 마산 고성 통영 등지에서 사러오는 통에 사람들로 가득했던 거제5일장이 서는 날, 지금은 사라진 죽물시장의 영화를 위해 고군분투하는 사람이 있다.

거제대나무공예(010-2683-1970) 이 완(57) 대표는 “맹종죽 공예는 맹종죽 자체가 윤기가 적고 매우 단단하며 밑 둥이 굵기 때문에 가공 하는데 힘과 섬세함을 요하지만 가장 전통적인 맹종죽의 도시, 거제의 홍보를 위해 전통방식인 수작업으로 맹종죽 공예품에 혼을 그리는 것이 무척이나 행복 합니다”고 말했다.

칼과 인두, 대나무 등 작업실은 소박하기 그지 없다. 한국 속의 거제, 세계 속의 거제를 위해 거제의 명물인 맹종죽 공예품에 혼을 담고 있는 소천 이 완 명인의 일상이자 공방이다.

이른 아침부터 저녁 늦은 시간까지 1인 3역으로 쉴 틈 없이 분주하게 움직이는 이 완 명인의 얼굴에는 지친 기색도 없이 밝은 모습이다. 거제 최초로 맹종죽 공예품 명인으로 인정받은 이 완 대표는 인두를 들어 자신의 볼에 살짝 접근 시킨다. 인두의 온도를 측정하기 위해서다. 인두의 열도에 따라 대나무에 새겨지는 그림의 짙고 옅음이 결정된다. 낙죽 작업을 할 때에는 허리를 반듯하게 세우고 앉는다. 두발은 앞쪽으로 모아 외발 바닥에 낙죽 할 재료를 얹고 외손으로 단단히 잡는다.

오른손으로는 인두를 들고, 대나무에 그림과 글씨를 지지는데 이때 재료를 잡은 왼손은 인두의 움직임에 맞추어 적절히 이동시켜 주어야 한다. 인두의 열이 높을수록 빠르게 손을 놀려 선을 그리고 열이 낮아지면 눕힌 채 힘을 주어 질감을 넣는다. 꽃을 놓을 때는 낮은 열을, 줄기를 놓을 때는 높은 열을 쓴다.

인두가 지나간 자리의 흔적은 검정과 다갈색, 밤색 등으로 나타난다. 이는 과학적 실험이나 온도 측정 방법에 따른 것이 아니다. 오로지 오랜 숙련과 경험을 바탕으로 축척된 지혜에서 나온다. 인두 끝에 닿은 대나무 껍질이 검게 그을리며 타들어간다. 지져지는 것이다. 건조하고 무표정한 대나무위에 천년을 산다는 학이 날아든다. 구부러진 붓대엔 산수화가 그려진다.

일찍이 문학을 전공했던 이 완 명인은 우연히 맹종죽의 고장, 거제에서 남편을 만나 결혼을 하고 자리를 잡았다. 그 뒤 그는 남편의 도움으로 여러 공부에 매달렸다. 이곳저곳 명인을 찾아다니며 한문을 배우고 붓글씨와 사군자, 산수 그림을 배웠다. 그리고 연극 활동을 하면서 알게 된 고 김영숙 선생이 대나무공예를 배워 보라고 권유 한 것이 인연이 됐다.

그의 공부는 여기에 그치지 않았다. 거제 최초의 대나무 공예품 명인으로 인정받은 2007년, 장목항이 내려다보이는 산속에 전시관과 공방을 지었다. 하지만 지난 1월, 전시관에 화재가 발생하면서 10여 년간 공들인 입상작품을 비롯한 공예품이 모두 불타 사라졌다. 3개월간은 잠을 잘 수 없을 정도로 속이 상했지만 어느 순간 마음의 화가 사라졌다. 자신을 속박했던 속세의 욕망으로부터 해방된 것이라고 그는 설명한다. 흥이 난 이 완 명인은 자작시를 읊조린다.

/안개 낀 이른 아침
이슬을 재끼고 대나무 숲으로 향하니
한낮의 새 혀 같은 댓잎사귀
인기척에 놀라 숨소리를 낮추고
숲의 이들을 벗 삼으니
어느새 황혼이구려
깊숙한 대숲 동무들 빽빽하고
작은 보 살포시 내려
마음속 병 참선을
혼이 맑아온다/

@여행정보
맹종죽 이야기(제공처: 거제맹종죽 영농조합 637-0067)

-맹종죽이란―
호남죽, 죽순죽, 일본 죽, 모죽이라고도 한다. 높이10~20m 지름20cm 정도의 대나무가 가장 굵다. 산지는 한반도 남부지역으로 죽피에 흑갈색의 반점이 있는데다 윤기가 적으며 매우 단단하다. 탄력성이 적어 부러지기 쉬운 단점이 있어 주로 동공을 그대로 사용하는 일이 많다. 필통이 대상이 되며 속이 비고 밑 둥이 굵기 때문에 사용에 편리한 점이 많다. 표면에 음각이나 양각을 장식하여 사용함.

▲ 손영민

-맹종죽의 유래 및 설화-
중국 삼국시대 효성이 지극한 孟宗(맹종)은 오랫동안 병석에 누워 있던 모친이 한겨울 대나무 죽순을 먹고 싶다 하기에 눈이 쌓인 대밭으로 갔지만 대나무 순이 있으리. 없었다. 대나무 순을 구하지 못한 맹종은 눈물을 흘렸다. 그러자 하늘이 감동하여 눈물이 떨어진 그곳에 눈이 녹아 대나무 죽순이 돋아났다. 하늘이 내려준 이 죽순을 끓여 마신 어머니는 병환이 말끔히 나으셨다. 이로 맹종죽이 효를 상징하는 하나의 의미가 되었다. 눈물로 하늘을 감동시킨 죽순을 돋게 했다고 맹종설순(孟宗雪筍)고사성어가 있다.

글: 손영민 /‘꿈의 바닷길로 떠나는 거제도 여행’ 저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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