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13일 오전 시청앞에서 열린 유계리 주민 항의집회

유계리 마을주민 100여명은 13일 오전11시 거제시청 정문 앞에서 항의집회를 열고 주민생존권을 위협하는 (주)한국카본 거제공장의 이전을 강하게 촉구했다.

주민들은 집회에서 “거제시가 한국카본 거제공장 설립과정에서 주민의견 수렴도 없이 마을 한복판에 공장승인을 해줬다”며 거제시를 성토한 뒤 “마을 한복판에 있는 한국카본 공장에서 발생하는 유리섬유 분진이 인체와 농작물에 치명적인 피해를 줄 수 있는 만큼 즉각적인 공장가동을 중단하고 산업단지로 이전하라”고 요구했다.

반대대책위 박광호 집행위원장은 대시민 호소문을 통해 “평화로운 마을 들판 한복판에 유리섬유 소재의 부품을 가공 조립하는 한국카본이 꼭 들어와야 할 이유가 무엇이냐"며 "행정은 이해당사자들의 이해관계를 조정, 중재하는 것이 당연한 책무인데 공장 승인 과정에서 왜 주민들의 의견을 무시했느냐"고 강하게 따졌다.

박 위원장은 또 “유리섬유의 유해성에 대해서는 법원의 판단이 나와 있는 만큼 주민들의 생존권을 지키고 청정한 생활환경을 후대에 물려주기 위해 거제공장의 이전을 강력히 요구한다"며 "우리들의 평화적 요구가 외면당한다면 가능한 모든 수단과 방법을 동원해 저항할 것”이라고 경고했다.

반대대책위 조덕래 집행위원은 "마을 앞마당에 인체에 유해한 유리섬유 공장이 들어서는데 시청에서는 승인을 내주는 과정에서 주민들에게 전혀 알리지 않았다"며 거제시의 사과를 요구했다. 지역구 출신 박명옥 부의장은 집회에서 "시청이 주민의견을 귀담아 들었다면 오늘의 분쟁은 일어나지도 않았을 것“이라며 행정의 안일한 대응을 질타했다.

이날 집회가 끝난 후 권민호 거제시장과 반대대책위 간 면담이 14일로 정해지면서 주민들은 14일 시청앞에서 갖기로 했던 3차 집회는 일단 연기했다. 그러나 14일 오후 거제시청 열린시장실에서 열린 간담회에서도 뽀족한 해결책을 나오지 않았고, 도중에 간담회가 중단되는 등 진통의 연속이었다.

결국 이날 간담회에서는 마을주민과 거제시, 사업자간 3자협상 테이블을 마련해 논의를 계속해 나간다는 원칙에만 동의하고 일단 헤어졌다. 향후 논의과정에서 별다른 해법이 나오지 않을 경우 이번 갈등은 장기화될 것으로 보인다.

한편, 한국카본 거제공장 부지는 지난해 4월 공매로 나온 것을 한국카본이 매입해, 지난해 10월 회사명과 대표자 등 변경신청을 접수해 승인을 받고 현재 가동 중이다.

주민들은 유리섬유가 주재료인 보온(냉)재를 이용해 선박용 파이프를 2차 가공하는 공장임을 뒤늦게 알게 되면서 지난해 11월20일 시청을 항의 방문하고 12월1일에는 국민권익위원회에 진정서를 제출한 바 있다. 주민들은 또 거제시에 회사측 자료를 청구하는 한편 주민의 반대 서명지를 제출하고 12월5일 4개 마을 이장을 공동위원장으로 하는 반대대책위원회를 구성한 상태다.

다음은 마을 주민들의 호소문 전문이다.

존경하는 거제시민 여러분.
우리는 한국카본 유계공장이 가동되고 있는 하청면 유계마을 주민들입니다. 우리는 지난 12월 5일 한국카본유계공장 반대대책위원회를 구성하고 유계들판 한복판에 설립한 한국카본 유계공장을 산업단지로 이전해 줄 것을 줄기차게 호소하여 왔습니다.
앵산의 너른 품에 안긴 유계리는 거제도에서 세 번째 넓은 들로써 조상대대로 농사를 지으며 평화롭게 살아가고 있는 전형적인 농촌 마을입니다.
청정한 환경에서 생산되는 블루베리, 피망, 딸기, 유자, 죽순 등은 지역사회의 사랑을 받아온 대표적인 농산물이며 이런 좋은 환경 때문에 거제시가 정책적으로 지원한 친환경농산물 생산 장려지역입니다.
고려시대 영남 4대 사찰이었던 북사(北寺) 터 유적과 임진, 정유재란 때 거북선 해전 역사유적이 있는 유서깊은 고장이며, 네 마을 주민들의 자발적인 참여로 구성된 풍물패가 문화 공동체로 활동하고 있는 지역사회 화합의 본보기가 되는 마을입니다.
이런 평화로운 마을 들판 한 복판에 유리섬유 소재의 선박 부품을 가공 조립하는 한국카본이 꼭 들어와야 할 이유가 무엇입니까? 그 많은 산업공단은 무엇에 쓰려고 만들었습니까?
우리는 한국카본의 기업활동을 방해할 의도가 전혀 없습니다. 조상대대로 살아왔던 소박한 삶의 터전을 훼손하지 말아달라고 요구하는 것입니다.
행정은 이해당사자들의 이해관계를 조정하고 중재하는 일이 당연한 책무입니다. 왜 중요한 이해관계자인 주민의 의견을 행정의 의사결정 과정에서 무시합니까? 유리섬유의 유해성에 대해서는 이미 법원의 판단이 있었음으로 논쟁할 이유가 없을 것입니다.
우리는 우리의 생존권을 지키고 청정한 생활 환경을 후대에 물려주기 위해 한국카본 유계공장이 산업단지로 이전할 것을 강력히 요구합니다. 우리의 평화적인 요구가 외면당한다면 우리는 불가피하게 모든 수단과 방법을 동원할 수 밖에 없을 천명합니다.
오늘 거제시청을 항의 방문한 우리 유계들판 4개 마을 주민 일동은 단결된 결의를 모아 다음과 같이 다시 한번 요구합니다.

하나, 거제시는 한국카본 유계공장의 설치 과정에서 주민의견을 무시한 것에 대해 사과하라!
하나, 거제시는 한국카본 유계공장의 산업단지 이전을 위한 주민과의 대화에 즉각 나서라!
하나, 거제시는 한국카본 유계공장의 산업단지 이전을 적극 추진하라!

2016년 1월 13일
한국카본유계공장 반대대책위원회
 

신기방 기자  nng@daum.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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