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주 일본 도호쿠(東北) 지역을 강타한 대지진(규모 9.0) 여파로 국내 산업계 희비가 엇갈리고 있는 가운데 지역경제의 버팀목인 대우·삼성 양대 조선사는 아직까지 별다른 피해가 없는 상황이다.

일본서 들여오는 조선용 후판(厚板) 비중이 적잖은 편이지만 우선 강재수급에는 큰 지장이 없는 걸로 파악됐기 때문. 그러나 일본 철강업계의 생산차질이 장기화될 경우엔 물량 조달이 어려워지는데다 가격인상 부담으로까지 이어질 가능성이 높아 이번 사태를 예의주시하고 있다.

16일 조선업계에 따르면 현재 대우조선해양은 전체 후판 사용량 176만t 가운데 20~25%에 해당하는 35만~44만t 가량을 매년 일본에서 수입하고 있다.

주요 거래처는 일본 철강업계 1위인 신일본제철(新日本製鐵)을 비롯해 고베제강(神戶製鋼), JFE(Japan Future Enterprise)스틸, 스미토모금속공업(住友金屬工業) 등 4곳. 이 중 신일철과 고베제강이 차지하는 물량이 많다.

고로(高爐)가 있는 철강사 중 이번 지진으로 피해를 본 업체는 신일철, JFE, 스미토모금속 등인데 특히 이바라키(茨城)현 카지마(鹿島)제철소의 가스저장시설에 불이 난 스미토모 측 피해상황이 가장 큰 걸로 알려졌다.

신일철의 경우 지바(千葉)현 키미츠(君津)제철소가 지진 발생 직후 가동이 중단됐으나 지난 13일부터 고로 및 생산라인이 재가동됐고, 정상적인 출하가 되고 있어 당장에는 큰 문제가 없다는 게 대우조선해양 측의 설명이다.

스미토모 또한 2% 정도의 해양 관련 부자재만 구입하고 있고, 상선 발주 잔량이 없어 영향이 크지 않은 것으로 보고 있다.

대우조선해양 관계자는 “현재까지 일본 지진으로 인한 강재수급 차질 등 직접적인 영향은 크지 않은 것으로 파악됐다”며 “선박 생산에 차질이 없도록 조치할 계획”이라고 말했다.

이 관계자는 또 “향후 일본 내 지진 복구를 위한 강재수요 증가, 일본 측 제철소 공급량 감소와 국내 제철소 수요 증가 등이 예상된다”면서 “시장상황이 현재보다 타이트해질 것”이라고 내다봤다.

삼성중공업은 일본산(産) 후판 비중이 전체 160만t 중 40% 정도로 다소 높다. 그러나 일본 서남부지역에 위치한 히로시마(廣島)현 JFE 후쿠야마(福山)제철소, 오이타(大分)현 신일철 오이타(大分)제철소 등과 주로 거래하고 있는데다 스미토모와는 거래가 거의 없어 영향을 덜 받고 있다.

삼성중공업 관계자는 “1개월 정도의 재고 물량을 가지고 조업하기 때문에 이번 지진 사태로 인한 조달차질은 거의 없을 것”이라며 “여진 및 추가 지진 등 돌발 사태에 대비해 포스코, 동국제강 등 국내 조달물량을 확대하고 중국산 도입도 늘리는 방안 등을 다각도로 검토하고 있다”고 말했다.

한편 오는 4월로 예정된 일본 후판단가의 인상폭이 대지진 여파로 당초 기대됐던 10%를 뛰어넘을 것으로 예상돼 조선사들의 수익구조에 적잖은 영향을 미칠 것으로 보인다. 선박원가의 절반 이상을 철강가격이 차지하는 터라, 약간의 가격상승만 이뤄져도 수익성 악화가 불가피하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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