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수연 윤원기 / 뉴스앤거제 칼럼위원

새만금의 대역사가 이루어진 부안에서 2002년에 인연을 맺은 윤영민이라는 사람이 있다. 부안읍내에서 횟집을 경영을 했다. 부안백산면 출신으로 젊었을 때 청주 하이니스 공장에도 다녔다. 고향으로 돌아와 음식솜씨 좋은 형수님과 함께 제법 큰 횟집으로 유명세를 탔다.

제가 부안을 떠나 전주, 고산, 구미까지 근무하면서 연락이 닿았던 형님다운 형님이었다. 전화번호가 틀려지고 그렇다보니 거제에 온후 2년째 연락이 닿지 않았다. 금년초에 TV를 보다가 화재가 난 청주의 한 횟집을 여러 사람들이 도와서 복원해주는 아름다운 이야기가 KBS에 방영되는 것을 보았다. 당장 연락을 해보고 싶었지만 청주에 가면 깜짝 방문을 하리라 맘을 먹고 있었다.

금년도 봄날 여행일정은 순천-광주-부안-전주-대전-거제 2박3일 이었다. 4월 16일 광주 박수옥 사우의 결혼식이 봄날여행을 결심하게 했다. 여수에서 사는 최윤식 사우의 차로 거제에서 순천까지 이동했다. 1차 목적지는 순천 홈플러스였다. 거기에 근무하는 직원들에게 여러 가지 정보를 갖고 순천역으로 갔다. 긴 터널를 지나고 중앙시장을 구경했다. 김대성 선배에게 숙소를 배정받았다. 가는 도중에서 순천시청에 들려 관광지도를 얻었다.


지도를 들여다 보면서 순천만을 달밤에 한번 둘러보자는 결심을 했다. 참 보고싶은 송영일사우에게 전화를 걸었다. 내일 오후에 청주에 오라고 초청을 했다.

순천역을 가서 잠시 머물다 가기로 했다. 안내창구에 앳띤 얼굴의 KORAIL 직원이 근무하고 있었다. 오늘 숙소인 봉화그린빌을 문의했다. 답은 “금년도 신입사원이라 잘모릅니다. 저희 선배님을 소개해드리겠습니다. 잠시 기다리세요” 친절 그 자체다. 숙소와 순천만 가는길을 상세하게 알려 주었다. 그분들은 구효민 새내기와 정읍이 고향인 최경상님 이었다.

순천역이 24시 개방하는 역이고, KORAIL전남본부가 있고 전라선와 경전선으로 여수, 광주, 포항, 익산, 전주 등 사통팔달의 역이라 것을 알았다. 주암댐의 별칭인 상사댐이 가장 아름다운 이름을 가진 댐이라는데 공감을 했다. 광주-부안-전주에서 전주-광주-청주로 잠시 일정을 바뀌었다. 순천만을 오가면서 달빛아래 물소리, 파도소리의 아름다움을 귀뿐만아니라 몸과 맘으로 들을 수 있었고 그릴 수 있었다.

새벽 첫 기차로 전주에서 갔다. 7:51분 도착과 동시에 전주에 사시는 지인 네분에게 전화를 걸었다. 한분은 전주문화원 사무국장이고 전북금석학회회장인 김진돈님이고, 디지인하우스 물전문디자이너 최은주님, 전주시 상하수도과 출신 정재신님, 문자연구가 여태명님 이었다.

정재신님과는 사무실에서 만나 안부 인사를 전하고 곧바로 김진돈님과 차를 몰아 전주박물관 주차장으로 갔다. 차안에서 물에 관한 특강을 요청했다. “공자와 노자 그들은 물에서 무엇을 보았는가”책자를 읽다가 궁금해 점을 여쭈어 보았다. 물의 탄생과정을 설문해자로 해석해 주었다.

泉-谷-溪-河-江-海-洋-雲-雨 등까지의 물의 순환과정을 풀어 주었다. 잠깐 특강을 마치고 최은주님이 터미널까지 데려다 주면서 사부님 고향인 정읍에 관한 얘기를 나누었다. 섬진강댐이 보고이다. 井邑 큰 우물을 가지고 어떻게 활용하느냐를 연구해보자고....


송영일 사우에게 청주에서 저녁에 내가 알고 있는 횟집에서 만나자고 약속을 했다. 광주에서 아름다운 신부 박수옥 사우를 만나고 광주버스터미널에 돌아와 검색을 하여 청주에 있는 화재가 난 횟집을 찾았다. 동해라는 상호가 들어가는 횟집이었다. 8군데 정도가 있었다. 두번째 만에 형의 목소리를 들었다. 동해 횟센타(청주시 흥덕구 가경동)

마침내 만났다. 형수님이 전화를 받고 나서 몇시간 안절부절하는 모습을 보니 기분이 덩달아 좋아졌다고 했다. 송영일 사우도 합류했다. 그간 살아가는 얘기를 들었다. 3년전에 부안을 떠나 연고지인 청주에서 가게를 열었고 금년초에 화재사건으로 점포가 다 탔다고 했다. 주위분들의 도움으로 장사를 다시 시작하게 되었다.

쭈꾸미 샤부샤부를 시작으로 간재미횟무침, 콩나무해장국으로 이어진 전라도 음식은 내가 마치 10년전에 부안에 있었던 것처럼 즐겁게 해주었다.

왜 부안이라고 하지 않고 동해라는 명칭으로 횟집을 하냐고 물었더니 당초 동해라는 횟집을 인수받아서 했고, 상호가 통칭이라 더 사람들이 알아본다고 설명했다. 그렇지만 횟감과 음식은 부안에서 공급받는다고 했다. 앞으로 서해+동해+남해 해산물을 모두 받아서 내놓는 횟집으로 키울 요량이라고 했다. 그래서 거제 장목의 개조개 납품권(?)을 따냈다.


내가 해줄 것은 재능 기부로 횟집에 별칭을 부여했다 “동해아 웃어라”라고... 아직까지 특허권을 확보하지 못했지만 步讀笑명칭사용을 허락했다. 그리고 CCO- 문화담당이 되기로 했다. 매월 부안출신 시인인 이매창님과 신석정님의 시 한편씩을 택해 예쁜 부안경치를 배경으로 시를 수놓아 주면 가게에 걸어 놓고 손님들과 같이 낭독하고 손님들에게 나누어 주기로 했다. 대전집에 돌아와 ‘동해야 웃어라’라는 컨셉을 잡으면서 옛날 시집도 들여다 보았다.

“우리나라 보독소 처음가게 - 동해야 웃어라” 걸어라 대한민국아 / 읽어라 대한민국아 / 웃어라 대한민국아.... 스토리텔링은 이렇다.

내고향 산들바다호수의 고장 아름다운 부안이다. 이매창과 신석정 시인은 부안을 봄여름가을겨울 돌아보면서 아름다운 시를 남겼다. ‘동해야 웃어라’라는 작은 가게에 아주 작은 시전시관을 개설해 여러분들과 같이 하겠다. 동해야 웃어라 5월의 시다 시 1 화가에게 놀랍다 그대 솜씨 참놀라워 붓끝에 새날고 짐승이 뛰어 바라보니 날보니 靑鸞(청난)을 그려다오 두고 두고 자개장에 걸고보리라 手法自然神入妙 수법자연신입묘 飛禽走獸落豪端 비금주수낙호단 煩君爲我靑鸞畵 번군위아청난화 長對明紬伴影歡 장대명주반영환 * 贈畵人증화인-李梅窓이매창(1573∼1610) 시 2 변산일기 - 中溪중계* 辛夕汀신석정(1907~1974) 변산 열두골 물이 예서 모이고 예서 또 황해로 빠져 나가는 중계 중계 어구에 노디를 하나 건너서 밀주를 파는 주막이 있다 버큼이 툭툭 튀고 입술이 쩍쩍 들어 붙은 술을 마시고 오늘 잡어왔다는 꿩고기와 구수한 수수밥을 먹고 까마귀 때가 찌른 목침을 벼고 잣다 가면서 우리는 감으로 이름난 이고장을 올 가을에도 들어오자고 옛 이야기 처럼 소곤거렸다. * 중계는 아름다운 부안댐이 위치해 있는 곳입니다

4월 16일 저녁 참으로 기쁜 날이었다. 2002년 부안으로 돌아가고 있다. 먼 훗날 거제를 떠나서 거제에 다시 찾아 와서 만날 사람들이 많았으면 좋겠다.

오늘 아침 email 구미에 사시는 지인으로부터 거제여행소감을 담은 편지가 와있었다.

동네 노인정을 따라 나들이를 다녀왔다. 모두들 요즘 거가대교 가는 것이 당연 나들이코스가 된 것 같다.먼저 통영시장에 들려 신선한 회를 점심으로 먹고 바람의 언덕으로 갔다. 말 그대로 차에서 내리자말자 거센 바람이 우리를 맞이했지만 봄내음으로 가득한 주변의 유채꽃과 청정 바다를 내려보면서 가슴이 탁 트이는 것 같았다. 하루 종일 어르신들과 함께 시간을 보내면서 그동안 어르신이라고 뭔가 달리 생각했던 것을 모두 지워버리기로 했다. 유람선에 오르자말자 마치 놀이터를 보고 즐거운 비명을 지르는 아이들 같이 흥겨운 음악에 어깨를 들썩이며 춤추는 어르신들. 유람선은 넓은 바다로 나가자말자 바람과 함께 거센 파도로 좌우로 정신없이 흔들렸지만 약 두시간 가까이 배를 타는 동안 끊임없이 춤추는 어르신들은 즐겁기만 했다. 한분 한분의 표정을 유심히 살펴보면 그냥 즐거움뿐이었다. 때론 동네에서 근엄하게 보이기도 하지만 유람선 안에서의 모습은 그냥 한 인간으로서 자유롭게 표현하며 기쁨을 만끽하는 것이었다.

뉴스앤거제  nng@newsngeoje.com

<저작권자 © 뉴스앤거제,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