무상급식 지원을 위한 토론회가 지난 25일 시청 대회의실에서 열렸다. 행정과 정치권, 교육계, 학부모 등 참석자 대부분이 ‘무상급식’ 취지엔 공감하면서도 접근법은 조금씩 달리했다. 거제시와 지역정가는 재정 부담을 줄이는 쪽으로, 일선 학교 관계자들과 학부모들은 차별 없는 무상급식 시행을 바라는 쪽이어서 입장이 갈렸다.

내년부터 무상급식 확대 시행
시는 이날 토론회에서 내년에 면지역 초·중·고교, 동지역 초등학교 4~6학년, 동지역 저소득층(초·중·고) 130%, 특수학교에 무상급식비 33억1400만원을 지원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올해(19억9200만원)보다 250% 늘어난 규모로 면지역 고등학교와 동지역 초등학교 고학년 등으로 무상급식 대상이 확대되는 것이다. 또, 2013년부턴 동지역 모든 초등생이 무상급식(42억8500만원, 이하 지원 금액) 혜택을 받게 되고, 무상급식 완료 단계로 접어드는 2014년(55억6200만원)엔 동지역 중학교까지 범위가 넓어진다. ‘학교급식법’ 제8조 및 제9조와 ‘농어업인 삶의 질 향상 및 농어촌지역 개발촉진에 관한 특별법’ 제23조에 지원 근거를 두고 있다.

이에 따라 시는 내년에 지역 내 초·중·고 등 모두 63곳 1만7863명에게 무상급식을 제공할 예정이다. 대학을 뺀 전체 학생 수(3만8045명)의 47% 수준이다. 절반에 가까운 학생들이 무상급식 지원 범위에 속하는 셈.

면지역 초·중·고, 동지역 초등학교 4~6학년, 저소득 차상위 130%, 특수학교에 지원되며 재원은 앞서 지난해 확정된 경남도 지침에 따라 도 30%, 도교육청 30%, 시·군 40%(매칭 펀드·시·군이 예산을 확보하면 교육지원청이 일선학교에 지원하는 방식) 비율로 분담하는 형태다.

지원 단가는 올해 통계청 물가상승률(8.8%)에 우유단가 인상분(2.9%)을 더한 11.7%로 100명 이하, 200명 이하, 500명 이하, 800명 이하, 1200명 이하, 1200명 이상 등 지원 대상 학교의 학생 수에 따라 차등(3080원~1850원, 초교 기준) 적용된다.

이와 함께 시는 무상급식 지원 대상에서 제외된 동지역 단설유치원과 초등 1~3학년, 중고생 급식 질 향상을 위한 ‘학교급식식품비’도 올해 수준으로 지원할 계획. 190일 기준 유·초·중학교는 1인당 130원, 고등학교는 150원씩 모두 32곳(2만182명)에 5억1280만원을 지원하는 걸로 잡고 있다.

하지만 무상급식비가 올해 대비 2012년 250%, 2013년 324%(이하 추정치), 2014년 420%로 꾸준히 늘어나는 추세인데다 시 전체 예산 증가 비율(-5%~20%)보다 교육관련 예산 증가 비율(11~36%)이 높아 재정 부담이 가중될 우려가 크다는 게 시 입장이다.

더불어 학교 체육시설 설치, 영어마을 운영 등 교육에 대한 투자예산이 기하급수적으로 늘어나 각종 주민편익사업이나 신규 사업 추진이 어려울 걸로 예상된다는 설명.

이와 관련 시 관계자는 “무상급식비 지원은 전국적 현안문제로 시민 공감대 조성 및 국가적인 재정지원이 필요한 사업”이라며 “시 재정 부담을 줄이는 방안을 강구해야 한다”고 말했다.

구체적인 방법에 대해선 “현재 30%인 도비 및 교육청 분담율을 40%로 확대하고, 시 분담율을 20%로 축소하는 조정 방안을 경남도에 건의할 방침”이라고 설명했다.

“재정 부담 가중” VS “계획대로 추진해야”
시는 도 방침에 따라 무상급식 단계별 지원계획은 마련해 놓은 상태지만 적잖이 부담스런 눈치다. 가뜩이나 시 재정 여건이 좋지 못한데 불어난 무상급식비가 여러 사업 추진에 발목을 잡을 수 있단 우려 때문이다.

시 관계자는 “시 전체 예산 가운데 올해는 자율적으로 편성할 수 있는 예산이 400억 정도였던데 반해 내년에는 150억 정도에 불과할 것으로 예상된다”고 전제한 뒤 “긴축재정 운영이 불가피해 신규 사업 억제 등 어려움이 뒤따를 걸로 보인다”며 학부모 등의 이해를 구했다.

토론회를 직접 주관한 권민호 시장 또한 무상급식을 시행해야 한다는 것엔 뜻을 같이 하면서도 만만찮은 재정 부담이 걸림돌이라는 점을 분명히 했다.

질의응답에 나선 권 시장은 “이 계획의 출발은 경남도다. 참 좋은 제도인데 재정이 수반돼야 한다. 시행한다, 안 한다의 문제가 아니라 시민들이 원하고, 필요로 하는 쪽에 돈을 써야한다. 무상급식으로 가는 건 좋지만 각 지자체 재정 상황을 알고 시행하려는 건지 되묻고 싶다”고 했다.

그는 또 “수많은 지역현안과 민원을 해결하는데 쓸 수 있는 돈은 한정돼 있고, 어찌 보면 이런 것들이 무상급식보다 더 시급한 사안일 수 있다”며 현실적인 어려움을 토로했다.

토론회에 자리한 상당수 지역 정치인들 역시 권 시장과 비슷한 입장을 취했다. 무상급식은 사회적 흐름이자 대세여서 거스를 순 없지만 현재 계획대로라면 시 부담이 너무 커 분담 비율을 낮출 필요가 있다는 게 이들의 생각.

반면 교육 현장과 학부모들의 목소리는 무상급식 확대를 환영하면서 차질 없는 시행을 주문하는 것에 초점이 맞춰졌다. 다소 부담이 되더라도 기본적인 아이들 복지 차원에서 시급히 이뤄져야 할 문제라는 판단에서다.

참교육 학부모회 거제지회 최양희 지회장은 “관련 설명에서 무상급식으로 시 재정 위기가 온다는 느낌을 받았는데 당초 이러한 부분도 충분히 감안했을 거라 생각된다”며 “예정대로 삭감 없이 지원해야 하고, 불필요한 예산을 좀 더 꼼꼼히 살펴주길 바란다”고 했다.

교육계 관계자들도 어려운 재정 여건이지만 의지를 가지고 추진해 줄 것을 당부했고, 모 도의원은 거제시가 모범사례가 될 수 있도록 시장의 ‘통근 결단’을 주문하기도 했다.

신중한 추진을 주문하는 의견도 나왔다. 아이 셋을 둔 한 학부모는 “급식비를 충분히 감당할 수 있는 가정이 적지 않다고 생각한다. 급식소 종사자 처우 개선이나 환경 개선 등 시급한 일들도 많다”며 “무상급식은 감사한 일이지만 여러 측면에서 꼼꼼히 살필 필요가 있을 것 같다”고 말했다.

이처럼 다양한 의견을 들은 권 시장은 “40%의 매칭 펀드 비율은 상당히 부담스럽다. 재정 부담은 있더라도 무상급식 이슈가 지역사회 갈등의 원인이 돼서는 안 된다”면서 “상급기관(경남도)과의 많은 대화가 필요할 것 같다”는 말로 2시간가량 진행된 토론회를 마무리했다.

<새거제신문 이동열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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