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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성숙된 시민의식이 필요한 때’손영민 /'꿈의 바닷길로 떠나는 거제도여행' 저자

   
 
사과는 백과 가운데 가장 매력적이면서 화근을 내포한 과일이다.
성서의 창세기에 나오는 에덴동산의 사과부터가 그렇다. 악마에 유혹당한 이브가 금단의 사과를 아담과 더불어 훔쳐 먹은 것이 원죄가 되어 그 많은 인류가 그 때문에 마음을 앓아 온 것부터가 그렇다.
후세에 들어서서 ‘신곡’을 지은 서(西)유럽문학의 거장 단테는 이 에덴의 사과를 두고 이런 뜻의 글을 남기고 있다.

“관대하고 인자하신 신이 지혜를 독점하지는 않았을 것이다, 아마도 이브가 유혹을 당해 아담과 훔쳐 먹었던 사과는 덜 익은 풋사과 였을 것이라고…….”
신화시대에 가장 격렬했던 트로이 전쟁을 야기시킨 ‘파리스의 사과’도 덜 익은 풋과일이다. 트로이의 왕자 파리스는 주신인 제우스로부터 나체가 된 세 여신 가운데 가장 예쁜 미스 트로이에게 사과를 건네주라는 하명을 받는다.

그러나 그 세 여신들은 보통 여신이 아니다.
제우스의 아내인 질투의 여신, 창과 칼로 무장한 무용의 여신 그리고 음해만을 일삼는 미의 여신이 그들인 것이다.
파리스는 미의 여신에게 익은 사과를 주고, 제우스의 비에게는 덜 익은 사과를 준 것이 불화를 일으켜 전쟁을 야기 시키고 나라를 망치게 한다.
그래서 파리스의 사과 하면 ‘불화와 망신’을 대명사로 하여 전해 내려오고 있는 것이다.

제주도에 다음과 같은 민요가 있다.
“덜 익은 풋 귤 먹고/ 서울 양반들 배탈이나 나거라/ 나는 간다 나는 간다/귤나무에 풀독 부으러/나는 간다 나는 간다”
왜 그 소중한 귤나무 뿌리에 풀독을 부어 나무를 독살 하려 했을까.
옛날 제주도의 귤은 상류 사회 에서만 맛 볼 수 있는 희귀한 과일이었다.

상하 관원들은 자신의 상사들에게 귤을 진상하기 위해 토색수탈이 이만 저만이 아니었다. 그리하여 익기는커녕 탱자만 해져도 이를 따서 공출하라고 성화가 대단했다.
수탈을 면하려면 독살시키는 수밖에 없었던 것이다. 덜 익은 과일을 둔 뼈저린 역사가 아닐 수 없다.
덜 익었더라도 설탕과 꿀을 바르면 맛있게 먹을 수 있다는 영국조크도 있으나 아무튼 에덴의 과일이나, 파리스의 과일이나 제주도의 과일처럼 덜 익으면 화근이 되는 법이다.

과일 뿐만이 아니다. 우리의 인간도 마찬가지다. 인간은 40대부터 고개를 숙일 줄 알고 사리를 판단하여 어떠한 유혹도 정의가 아니면 뿌리 칠 수 있다고 하여 40대 연령층을 불혹(不惑)의 나이라고 했다.
그러나 인간은 과일과 달라서 나이가 찬다고 다 익는 것이 아닌 것 같다.

지난 25일, 거제시와 거제시의회, 거제시민 단체 연대협의회가 공동주최 하는 ‘장승포 호국 평화공원 조성사업 추진 관련 공청회’ 자리에서 지역주민들 간에 폭언과 폭행이 나타나는 등  볼썽사나운 일이 벌어졌다.

한때 거제어촌민속전시관 유치를 위해 힘쓰던 지역민들이 이웃에게 정을 주고 뒤에서 잘되도록 도와주기는커녕 팔짱끼고 구경하거나 비판의 대열에 서게 된다는 것은 장승포 호국 평화공원 조성사업의 효율성을 위해 염려스러운 일이 아닐 수 없다.

다시 말해 안하무인(眼下無人)적 사고는 거제지역사회의 올바른 성장을 저해 할 것이 불 보듯 뻔한 일이기에 시민들의 마음이 적잖이 상해있다고 할 수 있을 것이다.
그런 관점에서 본다면 우리는 지금 지역 이기주의에만 정신이 팔려 어렵사리 따낸 경남 모자이크프로젝트사업에 먹구름이 몰려오고 있다고 볼 수 있겠다.

이들의 얘기를 듣고 있노라면 세계가 인정하는 유적지를 둘러싼 논쟁이 너무나 초라하게 느껴진다. 이제 우리는 경남 모자이크 프로젝트를 거제시 관광 인프라 구축을 위한 사업으로 인식하고 더 이상 사업에 제동을 거는 일이 없어야 한다. 성숙되지 못한 시민의식을 지켜보면서 덜 익은 풋과일이 떠올라 이글을 쓴다.
 

뉴스앤거제  nng@daum.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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