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14일 오전 실시된 해금강휴양시설지구 조성용지 매각 입찰공고 개찰 결과, 입찰자가 아무도 없어 또 유찰됐다. 지난 05년 공매정보 포털 온비드(전자자산처분시스템)에 의뢰해 공개입찰을 시도한 이후 벌서 9번째 유찰이다.

▲ 해금강휴양시설지구 일대. 해금강이 한눈에 보이는 수려한 경관을 자랑한다.

조성된 사업부지 전자입찰은 05년부터 시작됐다. 그러나 번번히 입찰자를 찾지 못해 유찰됐고, 이번까지 합하면 9번째다. 올 초엔 부산소재 모 업체가 낙찰을 받고도 정식 계약시한을 넘겨 분양이 무산된게 유일한 응찰이었다. 비싼 세금을 들여 조성한 사업이 10년 가까이 주인을 찾지 못하자 시 입장에서도 손해가 이만저만이 아니다.

현재의 낙찰가 마지노선이 159억원이지만, 조성비용(129억원)에 지금까지의 금융비용 등을 감안하면 당장 낙찰돼도 잘해야 본전이다. 수의계약으로 갈 경우 되레 손해를 볼 공산도 높다. 수려한 경관지역에 조성한 휴양시설 부지가 왜 이렇게 주인을 찾지 못하고 있는 것일까.

덩치 크고 경기 안좋다 보니 투자 꺼린다
유찰의 가장 큰 이유는 덩치가 너무 크다보니 일반사업자들이 쉽게 달려들 수 없다는 데 있다. 낙찰가가 159억이면 시설비투자 등을 고려할 때 전체사업비가 400~500억원에 이른다. 국립공원 내 건축 제한에 따른 사업성조차 불투명한 상황에서, 일반 업체가 쉽게 나서지 못하는 결정적인 이유다.

그렇다고 1만여평에 이르는 부지를 쪼갤 수도 없는 처지다. 부지를 쪼갤 경우 당초 의도한 휴양시설단지가 제대로 갖춰지지 않기 때문이다. 되레 난개발만 부추기는 악영향만 남긴다. 설령 쪼갠다고 해도 입찰자가 많을 것이란 보장도 없다.

국내경기 위축에 따른 투자위축 심리도 큰 이유다. 시설지구 분양과 관련, 지금까지 국내 굴지의 대기업에서 수많은 문의가 있었다고 한다. 특히 이번 입찰을 앞두고 국내 유수업체들이 건축기준 등을 문의하면 입찰에 응할 뜻을 비쳤지만, 막상 뚜껑을 열어보니 아무도 참여하지 않았다. 이를 두고 시관계자는 모두가 투자시기를 저울질하고 있는 것으로 해석했다.

시설지구 일대 도시계획결정이 확정되지 않은 것도 투자자의 발목을 잡는 이유로 지목된다. 시설부지가 당초 공원지역에서 자연보호지구로 변경됐고, 다시 계획관리지역으로 변경 추진되지만 아직 확정되지는 않았다. 수요자 입장에선 도시계획변경이 확정되지 않은 상태에서 서둘러 부지를 매입해 비싼 돈주고 산 땅을 놀릴 이유가 없다고 판단하기 때문이으로 해석된다.

일각에선 투자자들이 서로간의 정보공유를 통해 입찰시기를 최대한 늦추고, 궁극적으로는 수의계약을 통해 최저가 매입을 노린다는 분석도 나오고 있다.

시, 파격적 당근책 내년 상반기 마지막 공개입찰
보물단지가 될 줄 알았던 해금강휴양시설지구가 애물단지로 전락할 조짐을 보이자 시에서도 특단의 조치들을 잇따라 내 놓으며 투자자를 유혹하고 있다.

그 첫단계가 도시계획변경결정이다. 시는 올 말 도시계획심의위원회를 열어 자연보호구역으로 지정된 시설지구 일대를 계획관리지역으로 용도변경 결정한다. 도시계획변경 결정이 이뤄지면 당장 수면에서 70m까지(4층높이)만 건출물 신축이 가능했던 데에서 최소 10층까지 더 높여 지을 수 있다.

또 계획관리 지역에선 2종지구단위 계획수립이 가능해 주변일대를 관광지구로 지정받을 경우, 건폐율을 더 올릴 수도 있다는 것이 시 관계자의 설명이다.

맞춤형 분양전략도 세우고 있다. 해금강 주변일대가 수려한 경관에 비해 국립공원구역으로서 추가개발이 곤란하고, 주변에 해수욕장도 없다는 점에서 대기업의 연수원이 제격이라는 평을 받고 있다. 시는 이 같은 점을 감안, 국내 유수업체들과 사전 접촉을 통해 기업연수원 부지 최적지임을 주로 홍보할 작정이다.

거제시가 당초 그어놓은 도로부지도 매각대상에 포함시켜 개발업체가 건축물 위치에 따라 업체 편의대로 도로를 낼 수 있도록 할 작정이다. 개발업자 입장에선 공공용지 비율만 맞추면 건축물의 위치나 모양 등에 대한 선택의 폭이 한층 커진다.

시는 도시계획이 확정되는 올 말 이후 늦어도 내년 상반기 내에 한차례 더 전자입찰을 실시하고, 여기서도 응찰자가 없을 경우 곧바로 수의계약에 착수할 예정이다. 그러나 수의계약 보다 공개입찰이 한 푼이라도 더 높은 가력을 받을 공산이 많다는 점에서 충분한 사전준비를 통해 공개입찰 매각에 마지막 승부를 건다는 복안이다.

신기방 기자  nng@daum.net

<저작권자 © 뉴스앤거제,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