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세상인과 전통시장 살리자고 내놓은 거제사랑상품권이 백화점에서 태반이 소비됩니다. 시에서는 단속도 안해요. 상위법에서 단속규정을 명시하지 않았다는 이유로 나 몰라라 합니다. 백화점 좋은 일만 시키는 거제사랑상품권, 이래도 괜찮은 겁니까. 우리도 경기 성남시처럼 상품권을 취급할 수 없는 대상을 시 조례에 명시하고, 발행취지와 어긋나는 행위들은 강력히 규제해야 합니다” -로드샵상인들

“백화점 점주들도 거제지역에 기반을 둔 거의가 영세상인 들입니다. 로드샵과 백화점 내 소형매장이 뭐가 다릅니까. 영세성으로 따지면 되레 우리들 아닙니까. 그리고 부산시내 대형백화점을 가면 ‘거제사랑 상품권 받습니다’라는 안내 문구를 쉽게 볼 수 있어요. 부산시내 백화점에서도 받는 거제사랑상품권을 왜 지역백화점 내 영세 점주들이 받으면 안됩니까” -디큐브백화점 내 점주들

▲ 거제사랑상품권.

상품권 유치를 둘러싼 상인들 간 갈등이 심상찮다. 상품권 유치 전쟁이라 해도 과언이 아니다. 추석을 앞두고 거제지역에 무려 200억원에 이르는 상품권이 한꺼번에 풀리면서 빚어진 일이다.

추석 앞두고 상품권 얼마나 풀렸나
삼성조선은 지난달 말 임금협상 타결 성과금 명분으로 거제사랑상품권 65억원어치를 구매해 직원들에게 나눠졌다(직영 50만원, 협력사 31만원). 여기에다 추석을 앞두고 얼마전 약4억원어치의 거제사랑상품권을 추가 구매해 직원들에게 지급했다.

삼성중공업은 또 이번 추석을 앞두고 그룹차원에서 구매해 거제조선소에 배당된 온누리상품권 113억원어치를  역시 직원들에게 나눠졌다.. 명절 때마다 다량의 상품권을 구매해 직원들에게 나눠주던 대우조선해양은 이번에 총18억원어치의 거제사랑상품권을 사들였다.

결국 추석을 앞두고 대우와 삼성에서 구매한 거제사랑상품권만 총87억원에다, 삼성그룹 차원에서 지급된 온누리상품권 113억까지 합하면 무려 200억원에 이르는 상품권이 거제지역에 일시에 풀린 셈이다.

▲ 권민호 시장(우측 세번째)과 백말숙 거제사랑지역경제협의회 회장(우측 두번째) 등이 거제사랑상품권 사용 홍보활동을 벌이고 있다.

거제사랑상품권 백화점 사용 두고 갈등
경기불황으로 예전 같지않는 매출고에 시달리던 지역 상인들은, 간만에 풀린 200억 상품권 시장에 ‘물 만난 고기’마냥 유치경쟁을 벌이지만, 이 과정에서 ‘상권충돌’이라는 예기치 못한 복병에 속앓이를 하고 있다. 상권충돌의 핵심은 거제사랑상품권의 디큐브백화점내 사용여부.

시장상인과 로드샵 업주들은 “거제사랑상품권은 영세상인 및 전통시장 활성화 차원에서 내놓은 상품인데도, 이를 백화점에서 취급하면 발행취지에 역행하는 것”이라며 백화점 사용금지를 주장하고 있다. 반면, 디큐브백화점측은 “백화점 내에 있는 점주 대부분이 거제사람들이고, 이들 역시 영세상인들”이라며 “부산에서도 받아주는 거제사랑상품권을 왜 거제지역에 있는 백화점은 못받게 하느냐”고 항변한다.

그러나, 갈등의 중재자가 돼야 할 거제시의 입장은 애매하다. 거제사랑상품권 발행취지로 따지면 전통시장과 로드샵 가맹점에서만 상품권을 취급하는 것이 맞지만, 그렇다고 백화점 내 취급을 규제할 법적근거가 없다며 지도계몽에만 의존하는 처지다.

이와관련, 고현상가번영회(회장 최성호)는 20일 저녁 긴급 임시회를 열고 백화점 내 상품권 취급에 따른 번영회차원의 대응방안을 논의할 예정이다. 고현상가번영회 김두호 사무국장은 “경기도 성남시의 성남사랑상품권은 관련조례 제정당시 취급제외대상을 명기해 당초 발행취지에 맞도록 사용처를 유도하고 있다”며 “거제시도 지금처럼 애매하게 운영할 것이 아니라 이참에 관련조례를 개정해 제한대상을 분명하게 적시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 삼성조선 직원들이 시장에서 물건을 구입한 뒤 거제사랑상품권을 지급하고 있다.

취급대상 제한된 온누리 상품권도 곳곳에서 ‘볼멘소리’
이번에 처음 풀린 중소기업청 발행 온누리상품권은 발행당시(09년) 거제사랑상품권 운영방식을 상당부분 벤치마킹한 것으로 알려졌으나, 사용범위는 ‘취급 제외대상 업종’을 명기해 철저하게 전통시장 및 시장주변 상가 위주로만 취급하고 있다.

그러나 오랜 경기불황에 시달리던 로드샵 업주나 백화점 내 점주들이 100억원이 넘는 상품권 시장을 그냥 외면할 수 없어 온누리상품권을 받았지만, 정작 현금교환을 할 수 없게 되자 골머리를 썩고 있는 실정이라고.

고현상가번영회측은 20일 긴급임시회에서 시장주변 상가를 대상으로 가맹점 신청접수를 받아 거제시를 거쳐 중기청에 일괄 제출해 가맹점 승인을 받아낸다는 복안이다. 이와관련, 상가번영회측 관계자는 거제시에서 가맹점 신청에 동의해 주면 중기청의 가맹점 승인을 받아낼 수 있다고 설명했다.

삼성중공업이 애초 그룹차원에서 매입한 온누리상품권은 지역사정을 고려해 거제만은 거제사랑상품권으로 대체구매했어야 했다는 볼멘소리도 나온다.

고현동에서 점포를 운영하는 김모(52)씨는 “온누리상품권은 지역내 회전율이 담보되지 않는 전국단위 상품권이라는 점에서 삼성측이 처음부터 지역사정을 고려해 거제사랑상품권을 대체했어야만 그만큼 지역경제에 더 많은 보탬이 됐을 것”이라며 아쉬워했다.

한편, 지난 06년 첫 발행이 시작된 거제사랑상품권은 연간 약20~30만장 정도가 발행되며 5000원권, 1만원권, 5만원권 등 3종류가 있다. 지금까지의 판매금액은 총560억원으로, 이중 대우가 280억원, 삼성 80억원가량으로 양대조선에서 전체 구매금액의 55% 정도를 차지하고 있다.
 

▲ 시장가게에서 거래되고 있는 거제사랑상품권.

신기방 기자  nng@daum.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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