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철수의 거세었던 바람, 미흡하지만 문재인 후보로의 결과적인 단일화, 이정희 후보의 사퇴로 외형적인 단일화는 완성이 되었다. 새정치를 열망하는 국민들의 바람도 충분히 불었고 이제는 투표율만 받쳐주면 승리는 보장이 되어 있었다.

그리고 마침내 75.8%의 투표율, 승리는 마침내 확정이 되었다. 아직까지 여성 대통령이 우리나라에는 시기상조이기도 하기에 4대강으로 대표되어지는 MB정권 심판의 마침표를 시작으로 새로운 시대는 열리는 듯 보였다.

그러나 저녁 6시 출구조사에서 이상한 기류가 감지되었다. 오후 저녁 8시를 좀 지나 각 방송사 통계시스템들은 박근혜 후보를 당선 유력시 된다고 집계 추세 분석 자료를 제공 하였다. 그리고 마침내 패패 하였다. 어이없는 결과였다.

왜? 무슨 이유로?  보수와 진보로 편을 정확히 나누었고, 진보의 대 통합을 이루었고, 새 정치를 열망하는 국민들의 바람도 거세었고, 투표율도 충분히 받쳐 주었는데 왜? 왜? 무슨 이유로? 이번 선거는 우리나라의 국민의식이 새로운 전환기에 있다는 사실을 정확히 보여준 역사적 사건이었다.

진보니 보수니 하는 개념은 일반 국민들이 정한 개념이 아니다. 누구나 개인들은 진보적인 성향도 있고 보수적인 성향도 있다. 때로는 어떤 사실에 대해 보수적인 견해를 취할 때도 있고 진보적인 견해를 취할 때도 있다.

이는 일부 소수의 지식계층이나 사회 여론을 리드하는 이노베이션 계층을 제외한 일반 시민은 현실적인 문제가 더 절실하고 이념적인 성향은 그때 그때 군중 심리에 휩싸인다는 표현이 맞는 지도 모른다. 그것을 선거 전략을 수립하고 집행하는 정치집단에서 보수나 진보로 편을 나누고 그기에 바람을 일으켜 선거 캠페인을 완성시켜 가는 것이라고 이해를 해야 함이 옳다는 생각이 든다.

이번 대선 결과를 이해하기 위해서는 필자는 각 캠프의 전략을 고찰해 보아야 한다는 생각이 든다. 이것이 대선 결과를 이해하고 차후 5년 안에 정치계에 어떤 지각 변동이 일어날지를 예측해 보는 또 하나의 척도가 아닌가 하는 생각이 들기 때문이다. 물론 전략이라고 말하는 것은 필자가 느낀 점이라는 것을 전제하기로 한다.

2011년 12월 한나라당은 디도스 사건으로 급격히 침몰하기 시작 하였다. 한나라당은 홍준표 대표의 사퇴 및 위기에 강한 박근혜 후보를 비상대책위원장으로 내세우면서 위기극복을 모색하였다. 당 이름은 무슨 정당이름 이라기에는 좀 생소한 사회단체 같은 이름인 새누리로 바뀌었고, 당의 상징컬러는 보수에서는 금기시 되던 빨간색으로 바뀌었다. 각종 정책은 과거 진보의 전유물로 여겨지던 복지정책이 한술 더 떠 채택이 되었고, 경제민주화라는 개념을 수용하면서 일부에서는 좌클릭이라고 표현했지만, 그때가 일반국민의 뇌리에서는 이념논쟁이 종식되는 순간이었다. 진보니 보수니 뭐가 뭔지 모호해져 버린 것이었다. 동시에 MB정권과 최소한 국민의 심리에서는 연관성이 어느정도 단절 되었다.

그 결과 4월 총선에서 새누리당이 대승 하였다.

대선에서는 여성후보라는 점이 과거 정치권의 부패에 대한 염증을 새로운 우려속 기대감으로 대체하는 효과도 가져왔다. 동시에 유신체제와의 연관성도 일반 국민들 심리에서는 모호해져버렸다. 이념이 아니라 이상하게도 어느 순간 감성으로 바뀌어져 버린 것이었다. 그기에 국민대통합이라는 5년 이상의 장기적인 포석이 놓여졌다.

그러나 선거를 막바지에 둔 3차례의 TV토론에서 문재인 후보는 여전히 4대강 정책심판, MB정권심판, 참여정부의 심화계승등의 이미지로만 국민들에게 비춰졌다. 모든 수를 다 노친 순간이었다. 이정희 후보는 불에 기름을 부은 결과를 빚었다. 정권심판론은 표적을 잃었고, 부패로 대표되던 보수라는 표적은 여성후보로 굴절이 되었다. 표적을 놓친 것이었다.

그렇게 해서 대선은 끝이 났다.
진보의 대 연합은 과거의 방식으로 전쟁을 하였고, 보수라고 말하기도 조금은 애매한 새누리당은 새로운 방식으로 전쟁을 한 결과였다.

경영학 마케팅전략의 핵심은 소비자들의 심리를 누가먼저 점유하느냐는 인식과 선점의 문제라고 정의한다. 원하는 개념을 경쟁사가 선점했으면 다른 카테고리를 만들고 그 카테고리에서 선점하라고 충고한다. 군사학에서는 과거의 방식으로 전쟁을 하지 말라고 한다. 우선 큰 눈으로 큰 전략을 먼저 세우라고 한다.

미원과 미풍전투에서 패배한 미풍이 다시다로 명성을 굳히는 것이 마케팅적인 사례이고, 1806년 당대 최고의 강철 같던 프로이센군이 집시처럼 보이는 허름한 나폴레옹군에게 대패한 사건이 군사전략적인 사례가 될 것이다. 프로이센군은 게릴라전과 시가전을 선호하는 나폴레옹군을 이해 할 수도 없었고 할려고 하지도 않았다. 또한 1968년 구정초에 베트남에서 벌어진 전투, TV로 생중계되던 미국과 북베트남, 베트공과의 전투에서 사소하게 보이던 케산 전투 후 불과 3개월뒤 미국은 철군 하겠다 발표를 하면서 무승부를 인정하였다.

북 베트남의 적은 베트남에 와있는 미군이 아니라 미국에서 TV를 시청하던 일반 국민이었다. 미군 최고 사령관들은 그것도 모르고 TV로 중계되는 미군의 영웅적인 활약상을 자랑스러워 했다. TV앞에서 국민들이 무슨 생각을 할지는 관심 밖이었다. 미국이 전투에서는 압승하였으나 전쟁에서는 지는 순간이었다.

이제 대선은 끝이 났다. 국민들은 이념보다는 민생에 관심을 가지고 새로운 가치관과 기대감으로 정치권에 변화를 요구하고 있다. 이제는 사람중심의 붕당정치를 종식하고 국민들에게 정책과 미래에 대한 비젼으로 다가와 주기를 바라고 있다.

비젼은 1)미래지향적이어야 하고, 2)실행 가능하여야 하며, 3)관여자가 상호 공감을 하고 동의를 하여야 그것이 비젼이다. 그렇지 않으면 구호일 뿐이다.

국민대 통합 슬로건을 보면 장기적인 전략관점에서는 여당이 야당보다 현재까진 여러 수 앞서는 것은 분명해 보인다. 선거가 끝났으니 막연히 외치는 구호로만 들리지 않기 때문이다.

그러나, 정책이던 국기기관이던 아니면 정당의 개혁이던 그 중심에 항상 일반국민이 있어야 우리 정치는 진정한 선진정치가 될 것이고 우리나라는 선진국이 될 것이라 생각 한다.

Y셔츠 광고에 잘 찢어지지 않는다고 우리나라 국회의원들의 힘겨루기 사진이 실리지 않는 그런 새로운 정치 세상을 염원한다면 너무 소극적인 기대인가 ?

사건이 역사적인 의미를 가질 때 우리는 그것을 역사적 사건이라고 부른다. 금번 대선결과가 역사적 사건일지, 아니면 금번 대선 이후 야권의 대 변화가 역사적 사건일지는 좀 더 먼 미래에 볼 일이지만 모든 중심에 민생과 비젼이 그 바탕에 있기를 간절히 바래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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