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거제도 순행 길에[연재]고영화의 거제도 고전문학

   
 
황준량(黃俊良)선생의 '금계집'에는 강원도 동해안에서 경상도 전라도 제주도까지 바닷길을 순행하면서 기록한 글이 수십 편이 실려 있다. 그 중에 거제도에 관한 한시를 소개한다. 진해시 제포에서 영등포로 건너 온 후, 거제현 읍치가 있었던 고현성에 도착해, 객사에서 하룻밤 묵은 후 남해도로 향해, 항해 길에 올랐다. 다음은 1551년 양력 4월20일을 전후, 고현성 거제현아에서 바라본 경치와 변방 거제의 풍경, 수자리 사는 거제수군의 밭갈이 모습에 읊은, 거제도의 평온하고 아름다운 한시를 감상해 보자.

1) 차 거제헌(次巨濟軒).

山水窮千里 천리 멀리 바라본 산과 바다에
乾坤此一邊 하늘과 땅이 이 한쪽 변방에 접해있네.
蜃噓樓蔽日 신기루가 해를 덮으니
鯨鬪鬣掀天 고래싸움 지느러미가 하늘 높이 나부낀다.
人狎舟中敵 사람들은 주중적국에 익숙한데
官居橘裏仙 벼슬살이는 유자 속의 신선놀음,
耕犂迷海戍 밭갈이에 빠진 변방부대 병사들,
聖化不期然 자연스레 이룬 성인의 덕화(德化).
(東接島夷 南環橘島 故云) 동쪽으로는 오랑캐와 접한 섬이며 남쪽을 빙 둘러 귤도가 있다고 전해진다.

[주1] 주중적국(舟中敵國) : 한 배 안에 적의 편이 있다는 뜻으로, 군주가 덕을 닦지 않으면 자기편일지라도 모두 곧 적이 될 수 있음을 이르는 말.

[주2] 불기연(不期然) : 저도 모르게, 무의식중에, 모르는 사이에. <동사> 이와 같을지는 예상치 못하다.

제포(薺浦)는 지금의 진해(웅천)의 한 포구이다. 1551년 양 4월20일 곡우날, 마침 웅천(熊川) '곰(熊) 신(神)'이 만조를 만드니 정박한 배를 띄울 수가 있었다. 거제 영등포에선 '영동 할미' '영등신(嶺登神)'이 바람을 일으켜, 제포에서 구영등포(장목면)를 향해, 쏜살같이 나아간다. 석양 속 구름일고 바람 불어, 돛단배 깃발 나부끼며 빠르게 전진하는데 동풍에 파도일어나 갯바위와 해오라기를 때린다. 저 멀리 바라본 수평선엔 작은 섬들이 아득하게 미혹하니, 선생은 문득 이 광활한 풍경에 빠져, 속세의 모든 걸 내려놓고 "신선의 영약이나 찾아 떠나볼까?" 현혹당한 마음을 내비친다.

2) 제포로부터 영등포로 건너가며(自薺浦渡永登)

薺浦城邊穀雨晴 제포성 변방엔 때가 곡우인지라 날이 개이고
熊神江口晩潮生 웅신(熊神,곰신)이 강구에다 만조를 일으킨다.
旗翻西日山雲亂 나부끼는 깃발, 서녘에 기운 해, 산 구름 어지럽고
帆駃東風海若驚 동풍에 돛단배 질주하니 바다가 놀란 듯,
巖老舂撞稜角瘦 거센 물결에 익숙한 바위는 뾰족한 모퉁이 오뚝 세우고
鷺新澡雪羽儀明 해오라기는 물로 씻어 단장하니 날개 깃털 깨끗하다.
遙看一髮徐生島 멀리 수평선 모든 섬이 한 올의 머리카락처럼 아득한데
想得求仙採藥行 생각건대, 신선을 찾아서 약초나 캐러 갈까..

황준량(黃俊良)은 조선중기의 문신으로 서정적인 유선(儒仙)의 풍류를 이어받아 자신의 시속에다 선계(仙界)의 모습을 구체적으로 표현한 것이 특징이다. 또한 그는 성현의 긴요한 말씀이 담긴, 작은 첩(帖)을 걸어놓고 스스로 경계하고 성찰하기를 게을리 하지 않았다. 학교와 교육진흥에도 힘을 기울여 문묘(文廟)를 수축하고 백학서원(白鶴書院)을 창설하는 등 많은 치적을 남겼다. 1551년에는 경상도감군어사로 임명되고 이어 지평에 제수됐다. 위 한시 2편은 이 당시 경상도 순행 중에 지은 작품으로써, 그의 문학적 특색이 고스란히 묻어난다.

3) 읍동(泣洞)

幽谷元無路 그윽한 골짜기엔 원래 길 없고
新芽只自香 새싹은 다만 저절로 향기롭네.
陰崖深貯雪 음습한 언덕에는 깊이 눈 쌓이고
懸瀑亂飛霜 걸린 폭포에 어지럽게 날리는 서리.
古寺欹巖隱 옛 절에 기울어진 바위 숨겨있고
孤村宿霧藏 외로운 고을에 안개가 서려있도다.
興來唯所適 흥이 나는 대로 가다가
矯首望扶桑 머리를 치켜들고 부상을 바라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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