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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내에 대한 연정(戀妻之情) (1)[연재]고영화의 거제도 고전문학

   
 
조선시대에는 사대부의 가문뿐만 아니라 일반 백성도, 집사람에 대한 사랑의 직접적인 표현을 금기시하였다. 그러나 죽천 김진규(竹泉 金鎭圭, 1658~1716)선생은 1689년 7월~1694년 4월까지 거제도 유배생활동안 형제 부모에 대한 그리움은 물론이거니와, 아내와 자식의 사랑을 구구절절 거침없이 표현하였다.

영조실록 기사에 기술하기를, 선생의 부인인 정씨(鄭氏)는 정철(鄭澈)의 6대 손녀인데 집안에서의 기거하는 의범(懿範)이 일문의 긍식(矜式)이 되었으며 홀로 된 뒤로는 스스로 목숨을 끊기로 마음을 먹고 미음도 마시지 않아 결국 남편을 따라 사망해, 이후 영조 28년(1752년) 5월에 정려(旌閭)를 받았다한다.

거제에서 선생은 가족의 유리로 인한 번민이 저변에 깔린, 비통한 선생의 시(詩)는, 타인의 눈에 아무리 투박하고 모호하게 비추더라도 개의할 필요가 없는 자신만의 처연한 독백이었다. 특히 우리나라 역사상 가장 많은, 아내에 대한 연정(戀情)의 시편을 남겨 전하고 있으니, 부인에 대한 사랑이 참으로 지극하신 분이었다. 조선 최고의 지식인과 현대인과의, 사랑의 시구(詩句)를 비교, 상상해서 읽다보면 그 재미가 솔솔하다.

선생이 거제면에 활짝 핀 아름다운 꽃을 보면서 아내를 떠올리는 한시 즉, 옛 격식에 맞추어 지은 '의고(擬古)' 中 일부 시편을 감상해 보자.

"물가 모래톱엔 두약꽃이, 깊은 산골엔 어수리꽃 피었네. 캐고 또 캐어 어디에 쓸런가? 부인과는 천리에 막혀있는데. 바람 맞으며 보내주고자 해도 길이 멀어 맡길 심부름꾼 없네. 서로 사랑해도 만날 수 없지만 근심 없는 평온함, 어찌 닮지 않으랴"[汀洲有杜若 幽谷生芳芷 采采亦安用 佳人隔千里 臨風欲相詒 路遠無歸使 愛之而不見 離憂定何似].

옛날 중국 북송시대 소동파 시인이 "드넓은 모래밭에 흐드러진 두약꽃을 보고 여인의 아름다움에 취했다"고 한다. 어수리 꽃은 높은데 살며 귀하신 산채이다. 머나먼 곳, 그리운 부인(佳人)생각에, 두약꽃 어수리꽃 시어를 늘어놓고 사무친 연민을 그리고 있다.

"고운 아내가 밤마다 꿈에 나타나는데, 알고 보니 눈물에 치마가 젖었다. 가련토다, 하늘에 뜬 맑은 보름달, 선명하게 빛나네[嬋媛夜夜夢 覺來淚盈裳 可憐天上月 三五澄淸光].

"아름다운 여인이 나타난 북쪽지방, 빼어난 자태, 부인 침실의 끈인가. 고운 눈썹은 세상에 다시없고 아름다운 얼굴엔 절로 향기 나구나"[佳人出北方 秀色絙洞房 蛾眉絶代無 玉顔自生香].

이별의 한(恨)이 얼마나 사무치면 꿈속에서도 눈물바다인가. 선명하게 빛나는 저 보름달마저 가련하게 보인다. 날마다 소식 기다리는 북녘 하늘에서 촛불 켜진 부인 침실을 떠올린다. 아~ 그리운 그대, 내 여인이여~. 아내의 자태가 나긋나긋, 놀라 날아오르는 기러기처럼 나부끼니, 마치 승천하는 용 같아 보였으리라(翩若驚鴻, 宛若游龍).

"아내여 아내여~ 함께 머리 묶어 언약했는데 백년언약 깊은 정이 천리에 떨어졌구나. 남편을 받들면서 함께 굶주리고 목마를 그 언제였던가? 부러워라~ 저 작은 새들도 모두 짝지어 살고나"[有妻有妻共結髮 百年深情千里別 /何時擧案同飢渴 羨彼鳥雀皆雙栖].

"장기 낀 바다에서 먼 이별 중인데, 화장대를 엿 보는 자 누구인가? 미인의 눈썹에 이미 스산한 바람소리 일어, 이 모습 바라보니 다만 슬픔만 더할 뿐"[瘴海遠相別 粧奩誰爲窺 雙蛾已蕭颯 對此秪添悲].

"기다리는 편지는 오지 않고 푸른 구름만 서로 어울리는데, 집사람 소식 어이 그리 아득한고? 미천한 이 몸에 박명한 여자팔자, 감히 원망스러우나 작은 성의(誠意) 바라건대, "그대여 무탈하시라"[靑鳥不來碧雲合 美人消息何茫茫 微軀敢怨妾薄命 寸誠庶幾君無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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