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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내에 대한 연정(戀妻之情) (2)[연재]고영화의 거제도 고전문학

   
 
1690년 음력 6월에 마침내 김진규(金鎭圭) 선생의 부인이 잠시 머물려고 거제도 배소를 찾았다. 중앙절 9월 9일에도 아내와 함께 하였으나, 두고 온 어린 자식과 모친을 오랫동안 홀로 둘 수가 없어 다음해 봄날 다시 서울로 돌아간다.

"조각배 겹겹의 바닷물, 6월 때맞춰 아주 먼 길, 먼 변방으로 누가 나를 찾아왔다. 머리에 쪽을 찌고 상투 튼 정(情)이 끝이 없었지. 밥상을 눈썹위로 받드는 예는 허물이 아닐진대, 괴롭게도 얼굴은 더욱 야위어 가고 슬픔과 근심에 눈물이 얼마나 맺히는지.. 죽을 때까지 마음의 빚을 우러러 보며 단지 서로 가엾게 여길 뿐. 한번 이별 후엔 기약 없이 아득했는데 다시 만나니 참으로 꿈만 같구나. 뺨에 흐른 눈물이 가엾게도 흠뻑 젖어, 근심에 잠긴 사랑스런 눈썹으로 점점 퍼지네"[片舸層溟水 長程六月時 窮荒誰我訪 結髮情無極 齊眉禮不愆 辛苦容逾瘦 悲憂涕幾懸 終身負仰望 相對只相憐 一別杳期斷 重逢眞夢如 淚臉憐猶濕 愁眉愛漸舒].

320년 前, 거제시 거제면에서 아내에 대한, 그리움과 사랑을 표현한 글이다. 금슬상화(琴瑟相和) 즉 '거문고와 비파의 조화로운 음률'처럼 부부의 정(情)이 넘치는 선생이셨다. 예로부터 남정네들은 "집의 닭은 멀리하고 들의 꿩을 사랑한다"(家鷄野雉)라는 사자성어에 물들어 사는 분들이 많다. 하지만 세상에 인연으로 맺어진 가장 소중한 내 짝을 귀히 여겨야 함을 당연한 일이다. 선생의 감각적인 사랑이야기를 읽는 동안, 내내 미소 머금으며, 서거정(徐居正)의 '석부사(石婦辭)'를 떠올렸다.

"천지는 끝이 없고 바다는 가이없거니 차라리 돌이 되어 아무것도 몰라버리리. 강가에 홀로 우뚝 서 있음이여, 천추만세토록 마음 변치 않으련다"[天地無窮兮海無涯 寧化爲石兮頑無知 表獨立兮江之湄 千秋萬歲兮心不移].

"부드러운 인정에 옥으로 꾸민 거문고를 주었는데 그 가락을 누가 붙잡아 둘 것인가? 곁눈질로 바라보며 이미 눈빛으로 통했는데, 내 창자가 꼬이도록 너무 젊고 예뻐, 함께 같이 자며 즐기기를 원하니, 띠를 두른 비단 옷을 차고 다니었지"[柔情付瑤琴 中曲爲誰長 眄睞已目成 婉孌結中腸 願爲合歡帶 繫在羅衣裳].

"밤마다 잠자리에 생겨나는 근심, 누가 말했나? 흩날리는 꽃잎 주렴에 들어와 독수공방 비웃네. 처마 앞의 무성한 대나무, 고독한 사랑, 한겨울 푸른빛, 딱 맞는 의미네"[誰言夜愁枕席生 入簾飛花笑獨寐 簷前獨愛竹猗猗 此意要譬歲寒翠].

정황(丁熿)은 1548년~1560년 까지 고현동 계룡산 아래에서 귀양살이했다. 측실 정(鄭)씨와 장모가 함께 따라와 그를 보살폈다. 거제에서 태어난 호남(好男) 정남(正男) 서얼 두 아들을 돌림병으로 잃게 되었고 1554년 정(鄭)씨마저 세상을 떠났다. 유배객의 처절하고 절규하는 마음에 '유의즉사(有意卽事)'라는 시제를 붙여서 느낀 바를 즉석에서 읊조린다.

"외로운 섬에서 춘정(春情)이 일어나고 차가운 매화가 빛나니 괴로워서 신음한다. 당신과는 만날 수 없는데, 멀리 보이는 산봉우리, 달 아래 비껴 탔네"[孤嶼發春心 寒梅費病吟 美人不可見 橫月下遙岑]. / "나는 그대를 어머니같이, 그대는 나를 아버지같이 의지했다. 두 인연이 하루아침에 갈라졌지만 이로써 만고에 영원하리라"[我倚君如母 君倚我如父 兩綠割一朝 以此成萬古]

그리움의 정서는 인간의 자기 정체성을 확인하고 인간의 본연적인 삶을 회복하기 위한 가장 순수한 인간적인 감정이다. 따라서 물질만능시대의 현대인은 그리운 사람과 산천 등, 그리움의 정서를 회복하여 본연의 인간성으로 되돌아가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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