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형!
지난 2011년 12월, 대우조선해양이 인도네시아 국방부로부터 1,400톤급 잠수함 3척 건조를 약 1조2천억 원(미화 11억 달러 상당)에 수주한 사실은 대우조선해양이 세계 잠수함 건조 시장에서 새로운 강자로 떠오른 것입니다.

이는 독일 프랑스 소련 등 기존의 잠수함 건조 강국들을 제치고 이뤄낸 성과입니다. 잠수함은 조립부품의 수가 많고 건조기간이 길기 때문에 고도의 건조기술과 노하우를 필요로 한다는 점을 생각하면 가격, 품질, 조선기술 협력 등 여건이 기존 잠수함 건조 강국들에 비해 대우조선해양이 ‘경쟁 우위’에 있음을 인정 받은 것입니다.

대우조선해양의 인도네시아 잠수함 3척 건조 수주 프로젝트 최종 계약이 마무리된 날은 2011년12월20일이었습니다. 바로 이날 독일 북부 잠수함 메카인 킬(Kiel)시 시민들은 모두가 긴 한숨을 내쉬어야했습니다. 이유는 1960년대 이후 50여 년 동안 세계 잠수함 건조의 최강자로 인정 받아온 TKMS조선社(옛 HDW·하데베 조선소)가 잠수함 수출 챔피언 자리를 잃게 될 위기를 맞았다는 우려 때문이었습니다.

킬市의 23만 시민들을 더욱 허탈하게한 것은 그 상대가 20년 전 하데베(HDW)社가 잠수함 건조 기술을 기초부터 가르쳐 주었던 한국의 대우조선해양이었기 때문입니다.

S형!
하데베 조선소는 1964년부터 크고 작은 잠수함 123척을 수출한 세계적인 잠수함 전문 조선소입니다. 우리 해군이 잠수함을 도입한 1992년부터 2011년까지 20년 동안만도 하데베는 11개국에 66척의 잠수함을 수출했습니다. 수출가액은 약20조원.(1척당 평균 2억5000만 달러) 하데베 조선소 직원 2300명이 잠수함 수출로 한 해 1조원의 매출을 올린 셈입니다.

20년 전 하데베로부터 잠수함 건조 기술을 배운 대우조선해양은 지난 연말 방위사업청으로부터 한국 해군의 차세대 3천톤급 잠수함 2척의 건조업체로 선정되었습니다. 계약금액은 약 15억6천만 달러(척당 7억8천만 달러).

대우조선해양은 현재까지 209급 잠수함 9척, 214급 잠수함 3척, 인도네시아 잠수함 3척, 이번 3000톤급 잠수함 2척 등 총 17척의 잠수함을 수주, 건조하고 있습니다. 기존 209급· 214급 잠수함은 독일 하데베社가 개발한 잠수함을 바탕으로 건조된데 비해, 이번 3천톤급 잠수함은 기본설계를 비롯한 상세설계와 관련된 기술 모두를 대우조선해양이 자체 개발하는 최초의 잠수함입니다.

S형!
잠수함 건조 기술면에서 황무지나 다름없었던 대우조선이 어떻게 우수한 한국형 잠수함을 개발 한데 이어 해외수출형 잠수함 개발에 성공할 수 있었는지를 살펴보면 그것은 뛰어난 기업 경영자의 미래를 위한 결단과 과감한 투자, 잠수함 기술진의 20년에 걸친 끈기와 집념의 산물입니다.

지금의 잠수함 설계진은 1980년대엔 잠수함에 대해 완전 문외한이었습니다. 기초적인 잠수함 설계교육은 1991년 3명의 설계요원이 영국의 런던 대학에서 10주간 받았습니다.

대우조선해양의 연수생들은 열의가 대단해 토요일 오후 늦게까지도 도서관에 남아 공부를 계속하자 그 대학신문은 ‘한국에서 온 공부벌레 엔지니어들’ 이란 감탄 기사를 크게 보도 했습니다.

대우조선해양의 기술자들은 잠수함 건조기술 습득을 위해 1989년부터 3년간 200여명이 6개월에서 1년간 독일 하데베社에 파견돼 설계와 건조 과정을 익혔습니다. 이 과정에는 하데베사에서 건조된 한국 잠수함 1번함인 장보고함(209급)의 견학이 핵심이었으며 이때, 기술진의 경험으로 2번함인 이천함의 국내 건조를 성공적으로 이뤄냈습니다.

대우조선해양이 잠수함 설계기술 습득에 결정적 기회를 잡은 것은 1994년이었습니다. 구 소련이 붕괴되고 러시아연방의 탄생 과정에 러시아 잠수함 설계국 측이 ‘외화 벌이’를 목적으로 한국에 잠수함 설계기술을 전수했습니다.

이 귀중한 기회를 당시 대우조선 金宇中 회장은 놓치지 않고 거액(당시 30억원 이상)을 투자한 것입니다. 대우조선 설계요원 7명이 파견된 곳은 모스크바에서 북동쪽 약400㎞ 거리인 볼가강 연변에 자리 잡은 라주러트(Lazurit) 잠수함 중앙 설계국. 러시아의 우주항공 및 군수 관련 연구소와 제작사들이 모여 있는 곳으로 서방 세계에는 잘 알려져 있지 않은 비밀도시였습니다.

설계요원들은 10개월간의 공동설계 과정을 통해 2600톤급의 중형 디젤 잠수함을 완성했는데 이때의 공동설계 경험은 러시아 잠수함의 기술적 특성을 상당히 배울 수 있었다고 설계팀 관계자는 회고했습니다.

좀 더 발전된 기술을 쌓기 위해 대우조선해양은 2004년 독일 하데베사와 공동으로 3000톤급 중형 잠수함을 14개월간 설계했습니다. 이 때 참여한 대우조선해양의 설계팀 30명에게 회사가 들인 비용은 무려 50억원이었다고 합니다.

S형!
대우조선을 창업한 金宇中(77)씨는 한국이 낳은 ‘세계적인 장사꾼’으로 평가 받습니다. 20여년 이후를 내다보고 인재 양성에 과감한 투자를 했던 열매가 오늘의 대우조선해양의 잠수함 수출입니다.

金 회장은 ‘실패한 기업인’으로 찍혀 한국에서 기업 활동을 못하고 베트남에서 청년 기업가 양성을 위한 ‘글로벌 영 비즈니스맨 포 베트남’을 성공적으로 운영하고 있어 베트남에선 국빈 대접을 받고 있습니다. 김대중 정부가 대우그룹 창업자인 金宇中 회장을 ‘국민경제에 막대한 피해를 준 장본인’이라고 몰아붙인 것은 너무 가혹한 측면이 없지 않습니다.

그에겐 과(過) 못지않은 공(功)이 있습니다. 1967년 불과 500만원으로 세운 회사를 98년 말 재계 서열 2위 그룹으로 키운 공이 그것입니다. 샐러리맨들에게는 우상이었고, 청소년들에겐 희망이었습니다. ‘대우의 신화’를 본 무수한 인재들이 ‘제2의 김우중’이 되겠다며 도전 한 것이 오늘의 대한민국을 이룬 힘이 됐습니다. ‘세계경영’도 그의 공적입니다. 세계화란 단어 자체가 생소했던 1993년, 그는 ‘세계 경영’을 내걸고 전 세계를 누볐습니다.

S형!
지금은 산업은행이 대주주인 대우조선해양의 상임고문 역으로 김우중 회장을 모셨으면 하는 바램은 필자만의 생각일까요.
 

뉴스앤거제  nng@daum.net

<저작권자 © 뉴스앤거제,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