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신치용 감독

신 감독은 지난 2005년부터 9년간 일곱번 1등을 했고, 최근 6년간은 한번도 1등 자리를 내주지 않았을 정도로 대한민국 배구계에서는 전무후무한 기록을 가지고 있는 주인공이다.

최근 이건희 삼성그룹 회장은 新경영 선언 20년을 맞아 삼성화재 배구단을 그룹내 新경영 대표모델로 선정했다.  삼성그룹은 지난달 사내방송을 통해 '삼성의 핵심가치로 본 삼성화재 V7(프로배구 리그 7회 우승) 우승의 비밀'이라는 다큐를 만들어 전 삼성직원들에게 보여줬다.

인재제일(선수 개개인의 장점을 극대화)과 최고지향(전력은 뒤지지만 목표는 항상 우승), 변화선도(외국 용병이 바뀔 때마다 무명선수를 특급으로 변신), 정도경영(훈련과 기본기 충실), 상생추구(팀워크) 등 삼성화재 배구단의 1등 비결이 이건희 회장의 新경영 핵심 가치와 일치한다는 메시지였다.

삼성화재팀의 주전 선수들의 평균 연령은 30세를 넘겼다. 또 해마다 우승하는 바람에 신인을 뽑는 드래프트에서 순위가 꼴찌로 밀려 좋은 선수를 뽑을 수 없었다. 하지만 매년 우승 트로피는 삼성화재가 가져갔다. 1등 하기보다 더 어려운 게 수성(守城)이지만 지난 6년간 매번 우승은 삼성화재 몫이었다. 이런 비결에 대해 신 감독은 "산 정상은 가장 바람이 세게 분다. 우린 남들보다 장비가 부족하기 때문에 엄청나게 견뎌야 정상을 지킬 수 있다. 내려가면 다시 올라오기 힘들다는 걸 잘 안다. 그래서 지킨다"고 말했다. 또 "풍요는 태만을 부른다. 요 정도 실력이면 됐다고 자신과 타협하는 선수가 가장 싢다"고 선수들을 채근해 왔다.

삼성화재팀의 실내 훈련장의 작전판에는 '신한불란(信汗不亂·흘린 땀의 대가를 믿는 사람은 어떤 어려움을 당해도 흔들리지 않는다)', '겸병필승(謙兵必勝·겸손하면 반드시 이긴다)', '오만은 성공의 운을 끊어버린다' 등 선수들에게 강조하는 명언이나 글들이 많이 붙어 있다고 한다.

신 감독은 평소 팀워크는 선수 간의 헌신에서 나온다고 믿는다. 삼성화재 실내훈련장 벽에는 '조직을 위해 헌신하라', '열정' 등을 한문으로 쓴 큼지막한 현수막이 내걸려 있다. 얼마나 선수들의 귀에 못이 박혔는지 삼성화재의 용병이었던 가빈의 몸통엔 한글로 '헌신, 열정, 결속'이라는 문신이 적혀 있다.

과거 김세진, 신진식 같은 스타 플레이어가 있을 때는 화려한 개인기를 조합해 우승을 했지만, 스타들이 은퇴한 뒤 삼성화재는 팀의 핵심 역량을 팀워크로 바꾸었다. 신 감독은 "해마다 실력 있는 선수를 못 뽑으니 분업화밖에 답이 없었다"고 말했다. 팀워크가 좋으면 전력이 3대7로 열세여도 승부를 뒤집을 수 있다는 게 신 감독의 소신이다.

이건희 회장은 자신의 에세이 '생각 좀 하며 세상을 보자'에서 '아무 일도 하지 않아 실패하지 않는 사람보다 무언가 해보려다 실패한 사람이 훨씬 유능하다'며 실패를 두려워하지 않는 도전정신을 강조했다. 신 감독의 소신과 딱 맞아 떨어지는 셈이다.

신치용 감독(삼성화재 상무 대우)은 1955년 장승포 3구에서 태어나 장승포초등학교 5학년에 다니다 본격적으로 배구를 하기 위해 부산 아미초등학교로 전학, 영남제일중과 부산성지공고를 거쳐 성균대학교에서 아마추어 배구선수로 활약했다. 고향인 장승포에는 삼촌과 동생 2명 등 가까운 친척들이 살고 있다.
 

서영천 기자  syc6871118@hanmail.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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