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장평동 디큐브백화점 뒤 구 항만부지에 신축예정인 지상 46~49층 규모 주상복합아파트 조감도.

장평동 디큐브백화점 옆에 들어서는 49층 주상복합아파트는 이미 폐기처분된 고현항 인공섬 수로를 전제로, 높이제한 규정을 통과해 허가된 것으로 드러났다. 더욱이 49층 건물부지 앞쪽이 바다지만 20여년 전 양정식 시장 재임당시 거제시도시관리계획에 상업지로 지적고시 해 놨다는 점에서, 지적부상 맞은편 상업지와 20m 도로를 사이에 두고 있는 사실관계를 무시한 채, 계획조차 없어진 바다수로를 전제로 49층 아파트를 허가한 것은, 건축법상 사선규정을 무시한 명백한 편법특혜라는 지적이다.

거제시 주장의 논리적 모순은 또 있다. 거제시는 해수부가 올 4월초 3차 변경 고시한 고현항정비기본계획에는 인공섬이 폐기돼 수로가 없어졌지만, 사업주의 허가신청(12년 6월) 전 고시된 항만정비기본계획(06년 12월 수립, 09년4월10일 1차변경, 12년 4월9일 2차변경)에는 49층 아파트 예정지 앞쪽 바다에 도로와 수로가 계획돼 있었다는 점에서, 허가신청 시점을 기준으로 하는 행정절차상 49층 아파트 높이는 법적으로 문제될게 없다고 주장했다.

그러나, 거제시의회 이행규 의원 등이 확인한 바에 따르면 해수부(전 국토해양부)의 고현항정비기본계획 고시는 전체 사업구역만 표시(1,2,3차변경 전부)했을 뿐, 도시계획상의 세부 관리계획은 아직 수립조차 안 돼 있는 내용인데도, 단지 가상그림에 불과했던 인공섬 수로계획을 근거로(더구나 지금은 계획조차 없어짐), 사선규정을 적용한 것은 법적효력이 없는 내용을 중대한 허가요건에 끌어다 붙인 명백한 ‘꼼수행정’이라며 즉각적인 허기취소를 주문했다.

거제시, 49층 주상복합아파트 건립 허가

▲49층 건물예정지 앞 바다는 20여년전 상업지로 지적고시 돼 있는 엄연한 육상부다.

부산에 주소를 둔 ㈜자인산업개발이 장평동 1212-2 일원(디큐브백화점 뒤) 5,430.2㎡에 지하 5층, 지상 46층, 49층 주상복합 아파트 2개동(348세대)을 건설한다는 계획을 거제시에 접수시킨 건 지난해 6월. 총사업비가 1420억원이 든다는 이 건물은 완공될 경우 경남도내에서 가장 높은 건물이 된다.

관내 아파트허가는 거제시장이 허가권자지만, 20층 이상 건물은 경남도의 심의를 거친다. 경남도건축심의위원회는 두 차례의 심의 끝에 지난 1월17일 이 아파트 건립을 조건부 승인했다. 경남도 건축심의위의 승인조건은 앞선 주민설명회에서 장평주민들이 요구한 내용과는 동떨어진 것으로, 지하주차장을 한 층 더 늘리고(지하4층→지하5층) 건물 위치와 형태를 일부 변경하는 것으로 사실상 별게 없었다.

앞선 주민설명회에서 장평동번영회(회장 천종완) 관계자 등은 ‘교통영향평가 내용이 현실을 제대로 반영하지 않았고, 건물이 들어설 경우 교통대란이 발생할 것’을 우려하며 건물부지 와 맞닿은 병목구간 공터에 1차로 추가확보와 바다쪽 1차로 추가확보, 교통영향평가 재실시 등을 요구했다. 이에대해 당시 설명회에 참석한 설계사관계자와 거제시청 공무원은 “주민요구를 적극 반영해 공터부지 1차로 추가확보, 바다쪽 데크 설치를 통한 1차로 추가확보, 교통량재조사” 등을 약속했었다.

경남도건축심의위의 승인은 받은 장평 49층 주상복합아파트 건립 건은 이후 행정절차가 일사천리로 진행됐는데도 불구하고, 허가가 계속 미뤄졌다. 이와관련, 항간에선 당초 주민들과 약속한 병목구간 공한지 차로확보가 성사되지 못했고, 바다쪽 데크 설치도 해수부의 동의를 얻지 못했으며, 건축법상 사선(높이제한)규정이 새롭게 불거져 시장 결재가 늦어지고 있다는 소문이 파다했다.

경남도건축심의위의 조건부 승인에도 불구, 여타 제약으로 인해 쉽사리 허가되지 않을 것으로 보였던 장평동 49층 주상복합아파트는, 그러나 지난 8월6일 전격적으로 허가가 떨어졌다. 당초 주민들과 약속한 병목구간 차로확보는 못한 채였다. 장평 주민들이 줄가차게 요구했던 병목구간 차로확보에 대해 시관계자는 “허가조건에 사업기간 중 추가차로 확보를 ‘권고‘ 했다. 40개월 넘게 걸리는 공사기간 중 충분히 해결할 수 있다고 판단했다”고 말했다.

바다 쪽 데크는 “경남도 항만물류과로부터 보도확보 시설물설치를 위한 한시적 점사용허가(13년 6월28일~15년 6월27일)를 받았다”고 말했다. “해수면 점사용 허가는 정부(해수부)에서 하는 것 아니냐. 도로시설 구조물을 한시적으로 허가받으면 허가기간 이후에는 어떻게 하느냐”고 묻자 “해수부와의 관계는 자료를 더 확인해야 된다, 한시적 점사용 부분은 시설물 설치 후 기부채납 받을 것”이라며 질문취지와 다른 다소 모호한 답변을 내놨다.

허가과정에서 가장 논란이 되는 부분은 건축법 제60조(건축물의 높이제한) 규정. 처음엔 잘 몰랐다가 뒤늦게 논란이 된 이른바 사선제한(斜線制限-건축물이 무제한으로 높아져서 일조나 채광, 통풍, 미관 따위의 도시 환경이 악화되는 일이 없도록 도로에 접한 건물의 높이를 제한하는 일) 규정이다. 건축법 제60조 ①항은 ‘최고 높이가 정하여지지 아니한 가로구역의 경우 건축물의 각 부분의 높이는 그 부분으로부터 전면도로의 반대쪽 경계선까지의 수평거리의 1.5배를 넘을 수 없다. 다만, 대지가 둘 이상의 도로, 공원, 광장, 하천 등에 접하는 경우에는 건축물의 높이를 해당 지방자치단체의 조례로 따로 정할 수 있다’라고 명시했다.

거제시도 관련내용을 조례로 정하고 있다. 거제시 건축조례 제23조 ①항에서 이를 구체적으로 명시하고 있는데, 그 가운데 ‘…건축물의 각 부분의 높이는 그 부분으로부터 대지가 접하는 도로 중 가장 넙은 전면도로의 반대쪽 경계선까지의 수평거리의 1.5배를 넘을 수 없다’라고 명시했다. 49층 아파트가 들어설 부지 일대는 건축물 최고 높이를 따로 정해 놓지 않은 지역이다. 가로구역 대지도 둘 이상의 도로와 접해있다. 따라서 건축법과 거제시조례에 따라 넓은 도로를 기준으로 그 도로 폭(공원이나 하천 포함)의 1.5배가 건축물의 높이가 된다.

49층 아파트가 접하는 도로는 폭 35m의 국도14호선과 폭20m의 시도 증로1-6호선(삼성호텔 진입방향 도로)이 있다. 상식적인 선에서 보면 국도14호선이 가장 넓은 도로다. 이 도로와 양방향 녹지공간 등을 합친 거리의 1.5배가 49층 아파트건물의 최고 높이가 된다. 그런데 거제시는 가장 넓은 도로를 국도14호선이 아닌 시도 1-6호선으로 산정했다. 그리고 1-6호선과 고현항 인공섬 추진당시 계획했던 수로를 포함시켜 높이제한 규정에 적용, 49층까지 건립이 가능하다며 허가한 것이다.

▲ 지난 4월 해수부가 3차 수정고시한 고현항재개발 밑그림. 이 그림은 당초 인공섬 형태와는 완전히 다른 것으로 매립지 주변 수로는 사실상 중곡 쪽 한곳으로만 한정했다.  우측 붉은선 부분이 49층 주상복합아파트가 들어서는 곳으로, 시에서는 이 건물이 거제시의 랜드마크가 될 것이라고 자랑하지만, 랜드마크 건물은 조감도 하단 건물이 더 어울려보인다.

인공섬 수로 전제로 한 높이제한 적용은 ‘꼼수행정’의 전형
거제시의 49층 주상복합아파트 허가는 병목구간 추가차로 미확보에 따른 교통문제는 차치하고서라도 높이제한 규정에서 법적 효력이 없는 가상그림을 전제로 편법허가 했다는 비난은 피할 수 없을 것으로 보인다. 거제시의회 이행규 의원과 장평동번영회관계자의 말을 종합하면 높이제한규정의 편법적용 과정은 이렇다.

건축법상 높이제한 규정과 관련, 상식적인 선에서 본 가장 넓은 도로인 국도14호선을 적용할 경우 몇 층까지 가능할까. 국도 14호선 노폭은 인도포함 총35m다. 건축법에서 적시한 양 방향 녹지공간(각 15m)을 합치면 총 65m가 된다. 여기에다 고현방향 녹지공간 옆 소로(4m)까지 합치면 69m로 전체 길이가 70m를 넘지 않는다. 원칙상 이 70m의 1.5배(약105m)가 건물최고 높이다.

그런데 49층 아파트 건물은 국도변 바깥 경계에서 약 9m가량 더 안쪽에 세워지는 것으로 설계돼 있다(당초.6.6m에서 설계변경을 통해 더 안쪽으로 밀어 넣음). 이 거리까지 합산하면 최대 80m를 넘지 않는다. 따라서 80m의 1.5배인 120m가 현행 건축법이나 시 조례에서 정한 최고 높이다. 건축업계에선 아파트 건물의 층당 높이를 통상 3m로 계산한다. 결국 120m를 3m로 나눌 경우 최대 40층까지 나온다. 장평 49층아파트는 현행법규를 정상적으로 적용할 경우 최대 40층까지 밖에 지을 수 없다는 설명이다.

그러나, 거제시는 가장 넓은 도로를 이 도로가 아닌 중로 1-6호선으로 산정했다. 중로 1-6호선 노폭은 20m. 여기에다 건물위치가 경계선에서 27.7m가 들어가 있다. 이를 합산하면 최대 47.7m다. 47.7m의 1.5배면 71.5m로 이를 3m로 나누면 기껏해야 24층밖에 못 짓는다. 그런데 어떻게 49층을 지을 수 있는 거리산정이 나왔을까. 이유는 고현항재개발사업 입안당시 계획했던 인공섬 수로를 도로에 포함시켜 높이제한 규정에 적용했기 때문이다.

시는 지난해 4월 국토해양부가 수정 고시한 고현항 항만재개발사업 기본계획에 의거, 중로 1-6호선 20m와 고현항재개발 계획에 따른 공지(수로 및 도로) 62m를 포함하면 82m가 되고, 따라서 법에서 정한 가장 넓은 도로는 전체 69m밖에 안 되는 국도14호선이 아니라 82m가 나오는 1-6호선이라고 주장하고 있다. 시는 그러면서 중로1-6호선 노폭 20m와 고현항재개발 기본계획에 따른 공지(수로 및 도로) 62m, 여기에다 대지 경계로부터의 이격거리 27,7m를 더하면 총109.7m가 되고 이 거리의 1,5배는 164m로써 49층아파트 건립이 법상 충분히 가능하다는 논리를 폈다.

국토해양부의 항만재개발사업 계획이 올4월 3차 수정고시에서 인공섬을 폐기하는 새로운 안으로 바뀌었고, 때문에 당초 그려진 수로는 없어졌다는 주장에 대해 시관계자는 “사업신청 당시 고시내용에 인공섬 수로계획이 있었고, 따라서 행정절차는 현재가 아닌 신청당시의 계획을 토대로 진행한다”고 말했다.

▲고현항인공섬 계획당시 입안됐던 조감도. 인공섬 바깥 경계부분은 전부 수로가 흐르는 그림이다.

“인공섬 수로는 폐기된 그림일 뿐, 법적효력 없어”
거제시의 이같은 주장에 대해 거제시의회 이행규 의원은 “국토해양부의 항만재개발사업 고시는 전체 사업구역만을 표시했을 뿐, 세부관리계획을 전혀 반영되지 않았다” 며 “세부관리계획이 수립되지 않은 단순한 개발계획 밑그림을 토대로 49층 건물을 허가한 것은 꼼수행정의 전형”이라고 맹비난했다.

말하자면 세부 도시관리계획이 수반되지 않은 기본계획 밑그림을 토대로 이를 기정사실화 해 인허가 행정행위에 적용한 것은 법적 효력이 없는 내용을 억지로 끌어다가 붙인 억지이자 꼼수라는 설명이다. 더 큰 문제는 고현항 수로가 계획된 지점은 20여년 전 이미 도시관리계획에 의거, 지목상 일반상업지로 고시된 지역으로써, 지금은 바다지만, 지적부상 엄연한 육상부 상업지로 나온다.

관련내용은 현행 거제시건축조례에도 나와있다. 시 건축조례 제23조 ③항에는 최고높이 완화 등 공지가 있는 경우에도 도시관리계획 등의 토지이용계획이나 도시미관 및 경관계획 등 5가지 요건을 고려해 건축위원회 심의를 받도록 규정하고 있다. 기 확정된 토지이용계획 등을 함부로 침범해서는 안되는다는 규정이다. 그런데도 지적부상 상업지를 인공섬 수로로 가정해 도로 폭에 편입시키고, 이를 근거로 높이제한 규정을 통과시킨 것은 조례에서 명시한 엄격한 적용을 되레 비웃는 ‘꼼수행정’이나 마찬가지라는 게 이행규 의원의 주장이다.

문제는 또 있다. 건물높이 제한규정은 도시미관이나 일조권 등을 고려한 것이지만 원칙적으로는 이 건물이 그대로 넘어졌을 때 옆 건물에 피해가 가지 않도록 한다는 의미도 포함돼 있다. 그런데 고현항이 매립되면 현재 지적부상 상업지는 그대로 갈 수 밖에 없다. 이 경우 20m도로 너머에 49층 높이 건물이 들어서 있다면, 도로와 맞닿은 상업지 땅 62m 구간은 건축행위가 불가능한 쓸모없는 땅으로 전락할 수 밖에 없는 처지다. 수년 뒤 있을지도 모를 이같은 상황에 대해 과연 누구에게 책임을 물을 것인가.

장평번영회 천종완 회장은 “국도14호선 노폭을 적용한 40층도 현 부지에서는 비정상적인 기형건물인데도, 이미 폐기된 고현항 인공섬 수로를 전체로 49층 높이를 억지로 맞춘 것은 편법이자 꼼수행정의 전형”이라며 “이제라도 허가를 취하하고 도시계획심의위를 다시 열어 재심의에 들어가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

장평번영회 송만수 전 회장은 “주말이나 퇴근시간만 되면 디큐브백화점 일대는 차량 병목현상이 심각한 수준이다. 이런 곳에다 추가차로 확보 없이 경남도내에서 최고로 높은 아파트건물을 허가한다는 게 상식적으로 이해가 되는 일이냐”며 “사업주와 거제시가 병목구간 차선확보를 주민들에게 약속한지 10개월이 지났는데도 결국 못한 채 허가했다. 그리고는 ‘공사기간 중 확보 권고’라는 말장난만 하는데, 사업주가 끝내 확보를 못하거나 안하면 누가 책임질 것이냐”고 강하게 따졌다.

송만수 전 회장은 또 “거제시 대표건물을 지을 땅이 그렇게도 없어 교통지옥 중심지에 49층짜리 건물을 지어놓고 거제시 랜드마크 운운하는 게 가당찮기 그지없다”며 “지금이라도 거제시도시계획심의위를 다시 열어 확실한 교통대책을 마련하고, 높이도 상식이 통하는 선에서 조정해야 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한편, 거제시는 장평주민들이 요구한 주민설명회를 오는 10일 장평동사무소 강당에서 다시 열 예정이다. 이날 설명회에는 장평동 마을이장 등 유지급 인사 다수가 참석할 예정이어서, 교통문제 및 높이제한 적용을 두고 사업주 및 거제시와 주민들간 격한 논쟁이 오갈 것으로 보인다.
 

▲ 고현항인공섬 개발 구상도. 좌측하단 복합부분이 현 지적부상 상업지로 돼 있으며, 그 바깥쪽으로 수로가 흐르는 것으로 짜여져 있다.

신기방 기자  nng@daum.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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