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수연 윤원기 /수자원공사

넓은 섬 거제도는 산도 많다. 산들이 사방으로 이어져 있다. 바닷가를 빙 두르다 못해 속살 깊은 곳까지 모조리 산이다.

높이순으로 가라산 585m, 계룡산 566m, 노자산(565m), 옥녀봉554.7m, 앵산 507.6m, 산방산 507.2m, 선자산507m, 북병산465.m, 대금산 437,5m, 망산 397m 등 11대 명산이 있다. 사계절 어느 곳을 찾아도 산행의 참 맛을 느낄 수 있다. 그래서 바다와 산 그리고 진미를 한꺼번에 즐길 수 있는 거제라 하여 연중 사람들이 몰려오고 있는 가 보다.

거제에 온지 두달이 되었다. 매월 한개 산을 오르기로 결심했다. 1월에 계룡산에 올랐다. 2월에는 어느 산을 오를 까 망설이다가 마지막 날이 되었다. 전날 유명 신문의 노자산 소개 글을 읽었다.

“불로초와 절경이 어우러져 늙지 않고 오래 사는 신선이 된 산이라 하여 이름 붙여진 이 산은 동남쪽에 동부면 구천·부춘·학동을 끼고 있으며 남쪽으로는 거제시의 수봉 가라산(585m)과 연결되어 있다. 낮은 산이지만 한려해상국립공원 위로 우뚝 솟아 있어 시야가 시원스레 트여 색다른 즐거움을 준다. 세계적으로 희귀조인 팔색조가 서식하고 있어 신비의 산으로 일컬어지고 있다. 학동 몽돌밭에서 바라다보이는 정상의 기암괴석도 일품이며 정상에서 내려다보이는 다도해의 비경이 특히 아름답다. 날씨가 좋으면 대마도도 볼 수 있다.”

▲ 노자산 정상에서 필자(우측).

산행은 고향인 명사인 띠동갑친구와 함께 했다. 학동고개에서 출발했다. 전남 광주에서 온 4050산악회 팀과 같이 산에 올랐다. 구수한 전라도 사투리와 경상도 사투리로 이얘기 저얘기 하면서 전망대까지 빠르게 왔다. 이곳에서 학동과 해금강을 바라보다가 길을 돌려 한참을 내려갔다. 단숨에 다시 쳐 올라가 정상에 이르렀다.

동서남북을 한꺼번에 내려다 보고, 멀리볼 수 있는 조망의 즐거움을 안겨주었다. 바다만 바라보는 조망이 아니라 산,들,바다를 구천댐이 있는 선자산, 북병산, 계룡산을 연이어 볼 수 있었다. 거제면과 멀리 통영도 가까이 있는듯 했다. 학동, 해금강, 외도, 내도 등 다도해의 봄바람을 만질 수 있었다.

하산 길은 자연휴양림쪽 길을 택했다. 가파라서 약간 위험했다. 천천히 내려왔다. 자연휴양림의 동백나무길을 오르면서 계곡의 물이 콸콸흐르는 모습을 보았다. 골이 깊은 산이구나 하는 것을 알았다. 사방댐에서 계곡으로 물을 내려 보내는 시설을 보고 인간의 지혜를 새삼 느꼈다. 반나절 산행으로 몸도 튼튼하고 맘도 너그러워 질 수 있었다.

왜 산 이름을 老子山이라 했을까 하며 상상의 나래를 폈다. 거제에 유배를 온 선비가 이곳 저곳 산행을 했다. 어느 산에 이르렀다. 깊은 계곡이 있어 물이 흐르고, 사방으로 산과 바다를 내려 보고, 하늘을 올려보면서 無爲自然 무위자연 이라는 노자의 공부를 흠뻑 빠져들어서 이산을 노자산이라 칭하지 않았나 생각했다.

산행은 자기를 찾아가는 소박한 선택이다. 심신이 지친 사람들에게 노자산에서 옛 성현 노자를 만나고 노자의 글 한마디 만이라도 체득할 수 있었으면 하는 생각이 문득 스쳤다. 스토리텔링이 있는 산행을 제공하는 것이다.

노자 도덕경은 81장 5,000여 글자에 달한다. 산행 표지기에 노자의 말씀을 적어 놓거나, 정상에 글 전체를 모아 대형 판에 새겨 설치하는 것보다 좋겠다. 자연휴양림을 별칭 노자공원으로 꾸미는 것도 괜찮을 것 같다. 노자를 만나는 산행으로 거제를 알리고 전국에서 한자문화권인 중국, 일본 등지에서 많은 사람들이 산행을 위하여 찾아왔으면 한다.

'내려갈 때 보았네 올라갈 때 보지 못한 꽃' 고은의 시 그꽃 처럼 노자산을 오르내리면서 노자를 자연스럽게 만나는 것이 무위자연이라 하겠다.

▲ 노자산 정상에서 일행과 함께 물사랑에 대한 펼침막을 든 필자(좌측)

윤원기  nng@newsngeoj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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