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10월 초순부터 거제예총 산하 8개 예술단체가 중심이 되어 펼친 예술제는 전시행사와 공연, 경연대회로 크게 나뉜다.

전시행사로는 문인협회의 ‘시화순회전시회’가 예술회관, 거제시청, 백병원을 거쳐 거제면 섬꽃축제장에서 자리를 잡았다.

예술회관 테라스에서 힘차게 펄럭이는 수십 점의 걸개시화는 청마 유치환의 깃발을 연상케 하였다.

그리고 미술협회는 옥포에서 ‘바다미술제’와 회원작품전을, 사진협회도 예술회관에서 회원작품전을 펼쳤다.

공연행사로는 음악협회의 정기연주회가 다양하고 아름다운 하모니를 선사하였고, 연극협회가 작품 ‘갯골 여인들’로 공연을 펼쳤으며, 무용협회는 창작무용 ‘거제 의종폐왕무’로 개막공연을 맡았다.

한편 경연대회로는 문인협회와 국악협회 및 연예협회가 전국시낭송대회와 풍물경연대회 등을 열었다. 각지에서 모여든 출연자들로 북적이는 가운데 낭랑하고 신명나는 분위기 속에서 갈고 닦은 기량을 겨루었다.

그 중 예술제 행사의 하이라이트인 개막행사를 관람한 소회를 몇 가지를 언급하고자 한다.

먼저, 관객동원 면에서 성공적이었다. 개막행사장은 예술회관 대극장이었다. 예총회원과 일반인은 물론 중․ 고등학교 학생과 군인 등이 대거 참석하여 1, 2층 1,500여 좌석을 전부 메웠다.

사실 학생들이나 군인들은 문화의 소외계층이라 할 수도 있다. 부대와 학교에서 쌓인 스트레스 해소와 함께 문화마인드 함양과 정서순화에도 좋은 기회가 되었을 듯싶다. 물론 그들 모두 우리 거제 시민임은 말할 나위도 없다. 예총 집행부의 노력에 학교장 및 군 지휘관의 유연하고 긍정적인 사고가 만석에 일조하였다.

이어서, 공연작품의 수준이 기대치 이상이었다. 서예 퍼포먼스와 시극에 이은 무용협회의 창작무용 <거제 의종 폐왕무>가 취재진과 중앙예술인 및 관객들로부터 격찬을 받았다.

무용협회는 오래전부터 이 작품으로 각종 경연대회에서 수상을 하고 있는데 해를 거듭할수록 공연수준과 작품의 완성도가 더해져 중앙무대를 능가한다는 평가를 받기도 했다.

거제도와 왕의 유배라는 역사적 사실에 기초한 ‘거제 의종폐왕무’는 거제의 대표적인 공연브랜드로 키우기에 충분한 가치가 있다. 더 많은 관심과 지원이 필요해 보인다.

다음으로, 성숙된 관람문화에 찬사를 보낸다. 그간 내빈으로 참석한 정치인들이나 단체장들의 경우 개회식을 마치면 자리를 뜨는 것이 관행처럼 되어 있었다. 그리고 남겨진 사람들끼리 김빠진 행사를 하던 것이 일반적인 모습이었다.

그런데 이날은 거제시장님을 비롯한 대부분의 내빈들이 끝까지 공연을 관람하였다는 점이다.

여느 때와는 다른 모습에 출연자들도 고무되었고 관객들도 무대를 향해 숨을 죽였다. 끝까지 자리한 내빈들 역시 지역예술인들의 노력과 열정을 여실히 느꼈음에 틀림없다.

끝으로, 예술회관의 변화를 들 수 있다. 그 동안 예술회관을 이용한 대다수 외부공연은 고급 장비와 전문기술팀을 공연자 측에서 대동하는 것이 기본이다. 사실상 공연의 성패는 음향과 조명 등 기술진의 손에 달렸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기 때문이다.

하지만 거제지역 예술인들의 경우는 다르다. 열악한 연습환경과 턱없이 적은 예산으로는 고급 장비나 전문기술팀을 부르는 것은 엄두를 내지 못한다. 따라서 애초부터 제대로 된 공연작품이 나올 수가 없었다.

그런데 최근 예술회관이 지역예술인의 공연에 적극적으로 기술지원을 나서고 있다. 공연에 앞서부터 출연팀과 분주하게 움직이는 모습에서 관리자의 운영방침과 새로운 경영마인드가 엿보였다. 이번 개막공연의 성과도 그 산물이다.

결론적으로 여러 가지 측면에서 살펴보건대 올 해 거제예술제 행사는 한마디로 성공적이었다는 평이다.

새로 들어선 집행부와 회원들의 열정을 바탕으로 완성도 높은 작품과 성숙된 관람문화가 망라된 예술잔치 한마당이었다. 내년이 기대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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