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수연 윤원기/수자원공사

거제에 온지 두달이 됐다. 거제를 한 바퀴정도 돌아본 것 같다. 사랑의 섬 지심도에 가 본 적 있다. 사랑을 주제, 소재로 한 시집을 지니고 갔다. 파도를 응시하고 있는 커플에게 시 낭송을 부탁해 보았다.

파도야 어쩌란 말이냐/파도야 어쩌란 말이야/임은 뭍같이 까딱 않는데/파도야 어쩌란 말이야/날 어쩌란 말이야 - 유치환 : 그리움

의외의 반응이 나왔다. 아주 좋다는 것이었다. 사람들은 바깥에서 자연을 만나면 경계심을 풀고 한없이 어려지고 감성적이 된다는 말이 맞았다. 거제 출신 유치환 일생과 시를 주제로 얘기 꽃을 피웠다. 알고 있는 한사람은 유치환 시인의 행복,깃발 등을 연달아 낭독할 수 있다고 소개했다.

“나서면 바다요, 듣으면 파도요, 맞으면 바람이요, 쳐들면 하늘이요, 멀리보면 섬이라” 거제는 시인이 될 수 밖에 없는 풍광과 정취를 갖고 있다. 하늘, 구름, 바위, 파도, 바람, 사랑, 지조, 세월, 인내, 남쪽, 달빛, 물, 호수... 거제사람들은 시를 사랑한다. 유배 온 선비들이 시를 읊조리며 세월을 보냈다. 무위자연의 삶을 살았다. 그래서 많은 시들이 전해 내려 오고 있다. 조선선비 이행의 시를 감상해보자.

“산길 자주 쉰다고 어찌 방해되랴 반드시 높이 올라 구름낀 곳까지 갈 필요는 없네. 쉬다보니 문득 이 몸이 편안함을 깨달아, 가는 곳 마다 하늘의 뜻 즐길 수 있음을 비로소 알겠어라 山徑何妨屢息肩 不須高步躡雲烟 憩來便覺身安穩 到處從知可樂天 산경하방루식견 불수고보섭운연 게래편각신안온 도처종지가낙천 - 반쯤 올라 쉬면서”

거제는 시의 고장이다. 우리나라 대표 시인 유치환선생님의 고향이다. 시와 관련된 행사를 많이 치루었으면 한다. 국립공원관리공단는 몇 년전에 산행의 즐거움을 주기 위해 시집을 만들어서 등산객들에게 배포하고 있다. 좋은 반응을 보여 관리공단에 문화이미지를 가져다 주었다.

알맞은 곳에 알맞은 때라는 사자성어는 適所適時 적소적시가 아니라 適時適地 적시적지라 한다. 일이 제대로 되려면 알맞은 시기와 장소가 있어야 한다.

거제도 11대 명산 관광안내의 등산지도 처럼 시를 특화하여 適/詩/適/所지도를 발간했으면 한다. 그장소에 詩板을 만들어 놓는 것도 괜찮다. 시홈페이지에 동영상으로 장소와 어울어진 시낭송을 상영하는 것도 관광상품으로 성공가능성이 있다. 시집을 발간판매하거나 전국 시낭송대회를 개최하는 것도 관광문화마케팅의 한방법이라 하겠다. 전국 최초, 세계 최초라 명성을 얻기에 충분하다.

▲ 거제 바람의 언덕

자주 찾아가는 바람의 언덕에서 시를 하나 바람에 읊고 싶다. 국민가수 조용필이 부른 :바람이 전하는 말“의 모태인 마종기의 ”바람의 말“을.

우리가 모두 떠난 뒤
내 영혼이 당신 옆을 스치면
설마라도 봄 나뭇가지 흔드는
바람이라고 생각지는 마.

나 오늘 그대 알았던
땅 그림자 한 모서리에
꽃 나무 하나 심어 놓으려니
그 나무 자라서 꽃 피우면
우리가 알아서 얻은 괴로움이
꽃잎 되어서 날아가 버릴 거야.

꽃잎 되어서 날아가 버린다.
참을 수 없게 아득하고 헛된 일이지만
어쩌면 세상 모든 일을
지척의 자로만 재고 살 건가.
가끔 바람 부는 쪽으로 귀 기울이면
착한 당신, 피곤해져도 잊지 마,
아득하게 멀리서 오는 바람의 말을.

윤원기  nng@newsngeoj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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