거제도 지세포항에 가면 사람도 바람도 하늘도 그리고 물고기도 자연산이다. 방금 내린 단비로 촉촉한 동부평야를 가로질러 동쪽 바닷길로 달리면 어느새 갯내음이 섞인 무공해 소금냄새가 푹푹 풍겨온다. 지세포항을 품고 있는 선창마을. 아침과 저녁 무렵 등 적당한 물때가 되면 포구 앞바다에 쳐놓은 통발을 걷으러 어선이 뜨기 시작한다.

"거제 바다 사람들은 봄 도다리, 가을전어보다 겨울 볼락과 쏨뱅이를 최고로 칩니다."

바다 냄새가 물씬 풍기는 지세포항에서 만난 1.6톤 우성호 선장, 이상문(53)씨의 볼락 예찬이다. 오는 3월 1일 개장하는 '거제통발배 체험관광(010-8885-8839)'의 선두주자인 그는 지세포항에서 통발 낚시 잡이를 23년 째 하고 있다. 각종 어종에 해박한 그는 요즘 잡히는 볼락의 맛은 어느 고기보다 맛있다고 한다. 지세포항의 통발어장은 입춘이 지나 거제도의 동남쪽 해역을 중심으로 본격 형성된다.

3월중 정점을 찍고 연중 이어진다. 지세포 앞바다에 띄워놓은 통발에 고기가 많이 잡히는 것은 중간 기착해역인데다 지세포만에서 5km 떨어진 서이말 등대, 지심도 사이는 협곡이 많아 물살이 세고 먹이가 풍부하기 때문이다. 센 물살을 거느리며 충분히 영양섭취를 한 볼락의 살은 탱탱하기 그지없다. 값도 이맘때면 상한가다.

볼락은 갯바위나 선상에서 장대를 이용해 잡는 것으로 널리 알려져 있지만 지세포 볼락은 주로 전통통발배낚시로 잡는다. 길이 1.2m, 폭 60cm의 큰 통발에 정어리나 고등어. 멸치로 미끼를 넣어 하루나 이틀정도 지나면 40여개의 메달아 놓은 통발 줄을 끌어 올리는 일명 통발낚시가 대세다.

지세포항 통발 낚시배는 9척으로 대부분 5톤 미만의 소형어선이다. 지세포항에서 전통어업방식인 통발낚시로 그 명맥을 유지해오던 통발낚시가 "통발배낚시체험관광"이란 이름으로 다시 태어났다. 한때 거제시 시의원을 역임했던 이 선장이 1996년 어민들의 소득사업 일환으로 "통발배낚시체험관광" 사업을 제안한 것이 시초. 이 선장이 통발낚시채비를 하는 동안 지세포성지가 있는 선창마을을 둘러보았다.

지세포항 선창마을은 지세포만의 남동쪽에 위치한 낮은 지세포성 산지와 해안 사이에 형성되어 있어 농지가 넓지 못하지만 자연 경관이 좋아 마을 주변 야산에는 펜션과 횟집들이 많이 들어서 있다.

해녀들이 간단한 휴식을 취하는 선상 땟목 한켠엔 많은 어선과 낚시 배가 정박 중이다. 간조시에 100m까지 갯벌이 드러나는 해안가엔 바지락 채취를 하는 인파가 북적인다.

110년의 역사를 간직한 천주교 순례길로 이어지는 지세포성은 작은 항구가 자리 잡고 있는 선창마을 뒤 계곡 쪽에서 높지 않은 산정을 따라 축성되었다. 선창마을의 민가들이 서쪽담장을 민가삼아 옹기종기 모여 있어 서문과 서쪽 성벽을 담장인지 성벽인지 분간하기 어렵지만 성 하단부의 거석을 이용한 축성 흔적이 확인되어 담장이 아닌 성곽이라는 것을 알 수 있다.

오후 3시 30분 드디어 통발낚시 채비를 마친 이 선장과 갯 장화로 갈아 신은 나는 배를 타고 앞 바다로 향했다. 선장의 표정이 사뭇 진지하다.

"통발에 고기들이 많이 들어야 하는데" 서이말 등대 앞바다로 나아간다. 육지에서는 바람도 평온하고 그리 춥지 않았는데 배를 타고 나아가니 추위가 몰려온다. 통발을 거둘 장소에 도착했다. 서서히 통발을 거둬들이기 시작했다. 첫 번째 통발이 올라왔다. 이제는 모두가 힘을 보태서 통발을 들어 올려야 한다. 얼마나 잡혔을까?

통발 안을 들여다보는 선장은 "아하 볼락도 보이네요." 볼락 뿐만 아니라 전복, 해삼, 돌게, 소라, 문어 등이 담겨 있었다. 그렇게 통발 고기잡이를 체험하고 다시 육지로 돌아오며 가져온 고기는 아이스박스에 얼음을 채워 꼭꼭 담아놓고 살아있는 볼락을 바로 즉석에서 선장님이 회를 떠 주신다. 소주 한 잔에 회 한 점이 어찌나 맛있는지. "근년에 이런 대풍이 없었다며 혀를 내둘렀다."

정말 오랜만의 이색낚시체험이었다. 쿨러 가득 낚은 볼락과 쏨뱅이로 회를 뜨고 돌게 매운탕을 끓여 포식한 다음, 때 마침, 해거름 녘이라 해넘이의 장엄함에 하루 여정을 풍성하게 마무리 해준다.

# 여행정보
레저 @거제통발배 체험(문의: 우성호 010-8885-8839)
(블로그: 네이버 검색창 ‘거제통발배 체험’)
거제시의원 출신 이상문(우성호 선장)씨는 전국 최초 거제도해양생태체험어장을 기획하고 어민을 규합하여 시행해왔던 경험과 부친과 함께했던 덴마선인 독진호의 23년 통발경험. 그리고 최근 7개월간의 시험조업 결과를 바탕으로 2014년 3월1일 본격 개장한다. 작업장을 손보아 방2개와 대형 홀 테이블 1개를

▲ 손영민

마련, 요리 실습및 시식 공간을 확보 했으며 통발배 2대와 해녀배에서 수확한 해산물을 대형수족관을 이용, 산채로 또는 손질 즉시 택배나 테이크아웃하는 준비도 마쳤다. 통발체험 수확이 적을땐 1kg까지는 선장이 채워준다고 한다. 체험료는 통발배 팀당 십만원. 요리시식 팀당 삼만원으로 비교적 저렴한 가격이다.

@선상 이색체험관광(문의: 강성호 김강대 선장 010-8618-6290)
선창마을에서는 갯벌체험도 할 수 있으며 해녀 작업장에서 해녀가 갓 잡은 해산물을 직접 구입한 후 대기중 인 강성호 유람선에 오르면 서이말 등대- 지심도를 돌아오는 선상에서 소주파티와 함께 칠백리 해상관광을 마음껏 즐길 수 있다.

글·사진: 손영민 /칼럼니스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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