숯불에 장어를 올려 노릇노릇이 맛있게 구워진 장어구이. 두툼한 살점을 한 젓가락 집어 초고추장에 푹 찍은 후 깻잎에 부추. 마늘 고추. 생강 채 이렇게 한 잎 싸서 눈 딱 감고 한번 먹어보자. 새콤한 초장과 기름진 여름 보양식 장어 살이 어우러진 그 맛이란 비록 주당이 아니어도 소주 한 병 생각 안날수가 없다. 여름 거제도 여행이 즐거운 이유는 장어가 있기 때문이다.

지난 2010년 개통한 거가대교를 넘어보자. 푹푹 찌는 열대야가 도시의 하늘을 무겁게 내려 누르는 한밤중이면 더 좋다. 구조라 항도 좋고 장승포 항도 좋다. 어느 곳이든 차를 세워놓고 밤바다로 시선을 던져보자.

칠흑 같은 어둠속에서 집어등을 밝힌 오징어. 장어 잡이 배들이 빼곡하다. 언뜻 보면 심해 발광체들이 일제히 수면으로 부상, 펼쳐 보이는 빛의 향연과도 같다. 밤바다를 불야성으로 밝히며 장어 잡이에 나섰던 수십 여척의 어선들이 일제히 귀항하는 오전 6시경.

포구의 방파제 마다 즉석 경매가 서고 산 장어에 소주한잔 흥겨운 술 파티도 마련된다. 푸른 남해 바다를 담고 출렁이는 장승포항. 남해 장어가 집결되는 장소중의 하나다. 언제 찾아봐도 난장이건 어시장이건 장어가 지천에 널려 있다. 어른 팔뚝만한 자연산장어가 1Kg에 2만원이다. 물론 어획량에 따라 가격도 달라진다.

장어는 거제도를 대표하는 수산물이다. 특히 지구 온난화 현상 등으로 한류성 어종인 명태 어획량이 급감하여 난류성 어종인 장어가 완전히 주인공으로 떠올랐다.

장어는 남해안에서 사철 잡힌다. 그래도 굳이 성어기를 꼽는다면 7월에서 9월까지다. 북상하는 난류세력을 따라 올라오는 장어의 어군이 홍도 연근해와 해금강 인근에 몰리기 때문이다. 장어는 그물. 낚시 .통발 같은 어구를 사용한 어법으로 잡는데 그중에서 주낙으로 낚아 올린 장어를 최상품으로 친다.

5t짜리 장어주낙배, 정승호 선장 이 웅주(48)씨는 “ 주낙은 아랫줄에 백여 개 남짓 낚시를 메달아 싱싱한 오징어를 썰어서 미끼로 사용, 수심 100m 심해에서 연중 조업하지만 먹이 활동이 활발한 여름철에 잡히는 장어가 씨알도 굵고 힘이 좋으며 어부들 사이에선 전설의고기로 불리는 초대형 ‘돗돔’도 가끔씩 장어주낙에 잡히기도 한다” 라고 설명한다.

이 선장의 말처럼 장어는 여름 장어가 기름지고 맛있는 것으로 정평이 나있다.

장어는 우리가 흔히 알고 있는 민물장어인 뱀장어를 비롯해 갯장어. 붕장어. 먹장어 등이 있다. 뱀장어는 유생기 때 강으로 올라와 생활한 후 산란을 위해 자신이 태어난 심해로 돌아가 알을 낳은 후 죽는다.

먹장어는 생김새가 혐오스러워 우리나라에서만 먹는데 껍질을 벗겨내도 한참동안 살아서 꼼지락 거리는 모습을 보고 ‘꼼장어’라고 부르며 스테미너 음식으로 통한다. ‘아나고’ 란 명칭으로 알려진 붕장어는 구이뿐 아니라 횟감으로도 인기가 있는데 날것으로 먹으려면 물에 깨끗이 씻어서 핏기를 없애야한다.

장어는 여름부터 초가을이 제철인데 단백질을 비롯해 각종 비타민과 무기질이 풍부해 맛도 좋지만 영양 그 자체라 할 수 있다. 무게가 1~ 5kg가량 되는 대물 주낙장어는 같은 양의 쇠고기에 비해 거의 200배가 넘는 비타민 A를 함유하고 있다.

또 불포화 지방을 함유해 혈관이 노화되는 것을 예방하고 콜레스테롤이 침착되는 것을 막는다. 빈혈과 골다공증을 예방하고 스트레스 해소. 노화방지 및 허약체질개선과 병후회복에 널리 쓰인다.

예전의 원조 자연산횟집 이었던 장승포 장어 조개구이 집(010-4899-4808)이 장어를 무한정 먹을 수 있는 곳으로 바뀌었다. 장어 애호가들은 보통 무게가 Kg당 1~2마리 정도의 주낙으로 낚은 큰 장어를 선호하는 탓에 이 식당 주인 이웅주 선장이 해금강 일대에서 직접 잡아 판매하는 주낙장어는 식감이 부드러우면서도 쫄깃하고 장어탕은 더위에 지친 여름보양식으로 손색이 없다.

그러나 여름장어의 진미는 역시 구이를 먹어봐야 알 수 있다. 식당 한쪽 편에 급한 대로 번개탄에 석쇠를 얹어놓고 장어를 구울라 치면 고소한 향이 산지사방으로 진동하는데 “팔순 노인도 냄새를 맡으면 힘이 불끈 솟는다”는 식담(食痰)이 정말 실감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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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장어 요리법
우리나라 사람들은 예부터 장어 찜을 비롯해 장어구이. 장어튀김. 장어덮밥. 장어탕등 다양한 요리법으로 장어를 즐기고 있다. 장어탕은 장어를 삶은 국물에 어린배추. 고사리. 숙주. 토란대등의 야채와 된장으로 간을 한 것으로 한여름 보양식으로 제격이다.

어슷하게 썬 붉은 고추 등을 넣고 푹 끓인 뒤 먹을 때 지역에 따라 방아 잎을 넣기도 한다. 맛있는 장어구이를 만들기 위해서는 먼저 장어의 배를 갈라 평평하게 해서 뼈를 발라내고 피를 마른 천으로 닦아낸다. 그 다음 7~8cm정도로 장어를 토막 내 소금과 생강즙을 약간 뿌려둔 후 구어야 한다. 이때 머리와 뼈는 따로 푹 고아 양념장의 소스 로 사용하면 더욱 맛있는 장어구이를 맛볼 수 있다. (출처: 장승포장어 조개구이 집 055-682-4808)

* 주변 관광지

여름 거제여행은 푸른 바다와의 만남으로부터 시작한다. 거가대교 장승포IC에서 빠져 옥포방면 국도를 타면 여름 장어로 유명한 장승포항에 닿는다. 장승포항은 거제문화예술회관도 유명하지만 일몰과 일출을 동시에 볼 수 있는 지역으로 더 명성을 얻고 있다.

인근의 능포 양지암 조각공원은 천혜의 자연공간과 조화를 이룬 열린 문화공간으로 거제시민들과 관광객들이 즐겨 찾는 문화명소로 자리 잡고 있다.

글, 사진: 손영민 /칼럼니스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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