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을밭에 가면 가난한 친정에 가는 것보다 낫다”는 속담처럼 시골 들녘을 가면 눈과 입으로 담겨오는 가을 맛에 가슴이 벅차다.

사과, 배, 감, 포도, 밤, 대추, 유자, 누런 벼이삭과 그것을 감싸주는 코스모스. 맨드라미 그리고 갈꽃과 억새꽃. 가을의 과실과 꽃들은 어려운 경제사정과 수해에 지친 우리의 육신을 적잖이 위로해준다. 그런 가을색깔 속으로 찾아가는 고향은 필시 우리에게 싱싱한 활력을 제공해주리라.

거제는 예로부터 가을걷이와 관련해서 ‘유자의 고장’으로 알려져 왔다. 이 무렵 거제 들녘은 거의 황금빛유자나무 밭이다. 늦가을 서리와 이슬이 내리면서 길가엔 길손을 맞기 위해 유자상자가 쌓여간다.

26일, 거제시 사등면 청곡리 1만 여 평의 땅에 높이 2~3m가량의 유자나무 1000그루가 늘어서 있다. 진눈깨비가 내리는 궂은 날씨에도 푸른 잎 사이로 어른주먹만한 황금색 열매가 주렁주렁 매달려 있다. 대정유자농원 직원 10여명이 나뭇가지에 난 가시를 피해가며 수확이 한창이다.
 
비타민C가 레몬보다 3배가 많은 유자다. 이 농장은 30년 전 유자를 심었고 7년 전부터 농약, 화학비료를 전혀 쓰지 않는 유기농업을 하고 있다.

국내 최초로 유자청을 개발한 공로로 경상남도가 유자명인으로 선정한 대정유자가공농원 대표 천만복(65)씨는 “유자는 찬바람이 쏠쏠 부는 11월이 돼야 상큼한 신맛과 달달한 단맛을 제대로 낸다”며 “거제 유자는 껍질이 두껍고 울퉁불퉁해서 품질이 좋은 것” 이라고 말했다.

경남 거제의 유자재배 면적은 300ha로 농가 570곳에서 연간 생산하는 수확량은 약1200톤으로 전국 생산량의 15%를 차지한다. 이들 중 300여 농가는 껍질을 주로 먹는 특성을 감안해 친환경 재배를 하고 있다. 유자나무는 연평균기온이 13도 이상 되는 곳에서 자란다.

영하 10도를 밑도는 추위에는 서너 시간 만에 가지가 고사한다. 남해안에서 툭 튀어나온 거제는 연평균 기온이 13.9도이며 일조량도 전국 평균 241시간이 많다. 섬 이라는 특성 때문에 사면에서 해풍이 불어온다. 거제시 농업기술센터에 따르면 “거제유자는 온화한 기온에다 사방에서 부는 해풍 때문에 향기와 맛이 진하다”고 한다.

유자는 중국 남부 원산성 등이 원산지지만 주로 한국과 일본에서 재배된다. 장보고가 신라 문성 왕 2년 중국 당나라 상인에게 얻어와 국내에 유입 됐다는 이야기가 전해진다.

이후 조선시대 역사서인 세종실록(세종8년)에 경상도 거제, 전라도 고흥에 유자를 많이 심게 했다고 적혀 있다. 성종 때 편찬한 지리서인 ‘동국여지승람’에도 거제가 유자생산지역으로 나와 있다.

옛 선조들은 유자나무를 과실수 보다 조경용으로 키웠지만 ‘유자는 열었어도 선비 손에 놀고, 탱자는 잘 생겨도 거지 손에 논다’ 는 속담이 있을 정도로 식용이 가능한 유자와 식용할 수없는 탱자는 급히 다르게 취급됐다.

거제에서 가장 오래된 유자나무는 수령 130년 정도다. 거제에서 유자를 과실수로 본격적으로 심기 시작한 것은 1980년대 중반이다.

탱자나무 뿌리에 유자나무 가지를 접목시키는 방법이 도입된 이후의 탱자나무뿌리를 접목시킨 유자나무는 추위에 강하고 심은지 4년 만에 열매를 맺지만 10년이 지나야 제대로 익은 명품유자를 맛볼 수 있다.

과거 1990년대 거제에는 ‘유자나무 몇 그루면 자식을 대학교에 보낸다’고 해서 ‘대학나무’로 불릴 정도로 귀한 과일이었다. 지금은 가격이 많이 저렴해졌고 감기에 좋은 과일로 많이 알려져 있다.

우리나라에선 유자껍질과 설탕을 일대일 비율로 썩어 유자청을 만든 뒤, 차로 마시는 것이 주류를 이룬다, 요즘은 일본처럼 유자즙을 음식소스용으로 만들거나 유자주스, 유자막걸리, 유자과자, 유자빵, 유자화장품 등 가공식품이 나오고 있다.

현대화된 가공시설을 갖춘 대정유자가공농장(055-632-5266)에서 생산되는 유자청은 일본을 비롯해 이탈리아, 영국, 프랑스 등 유럽에 수출하고 있다. 최근엔 황금색을 좋아하는 중국 사람들에게도 큰 인기를 끌면서 중국수출이 크게 늘고 있다.

거제농산물수출영농조합(055-636-1494)에서 개발한 간식거리인 ‘거제 햇살 긴 유자 빵’은 부드러운 카스테라 속에 달콤한 백앙금과 상큼한 유자를 송송 박아서 유자의 상큼한 향과 달콤한 맛을 즐길 수 있다.

맛과 더불어 영양까지 뛰어나니 아이부터 어른까지 즐길 수 있는 온 가족의 간식거리다.

그리고 50년 전통을 2대째 이어온 성포양조장(055-632-5134)은 거제 특산물 유자로 만든 무살균 자연발효주인 ‘유향막걸리’를 출시해 지역을 대표하는 명품주로 큰 인기를 얻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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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자이야기(한국문화재재단 제공)
요즘처럼 일교차가 심하고 변덕스러운 때에는 갑자기 추워지는 날씨 때문에 감기가 걸리는 사람이 많이 생긴다. 11월이 제철이고 달콤한 맛과 부드러운 향이 일품인 유자는 감기에 효과가 좋다. 겨울이 다가올 때 마다 많은 사람들이 찾는다. 동짓달 유자차를 마시며 유자를 띄운 탕에 들어가 목욕을 하면 일 년 내내 감기에 걸리지 않는다는 옛말처럼 유자는 겨울철 건강 선물로 최고이다. 유자의 성질은 서늘하면서 맛은 달고 시다. 유자는 감기 예방뿐 아니라 동의보감에 ‘술독을 풀어주고 술 마신 사람의 입 냄새까지 없애준다‘ 라고 쓰여 있는데 서늘한 성질 때문에 가슴을 시원하게 하며, 술독을 풀어준다. 또한 본초강목에는 ’뇌 혈관 장애도 생기는 중풍에 좋다‘고 기록 돼 있다. 이는 비타민B와 당질. 단백질 등이 다른 감귤류 과일보다 많고, 모세혈관을 보호하는 헤스페레딘이 들어있어 뇌혈관 장애와 중풍을 막아주기 때문이다.
풍부한 비타민C는 레몬보다 3배나 많이 들어있어 감기와 피부미용에 좋고 피로를 방지하는 유기산이 많이 들어있다. 또 배농 및 배설작용을 해서 몸 안에 쌓여있는 노폐물을 밖으로 내 보낸다. 그리고 방향성 건위효과가 있어 소화불량. 구역질이 날 때. 밥맛이 없을 때 사용하면 좋다. 또 가래를 삭이고 그치게 하는데도 좋다.

* 11월 가을축제
‘거제 섬꽃축제’는 'touching hand made festival-madein geoje'란 슬로건에서도 느낄 수 있듯이 단시일에 많은 예산을 투입하여 돈을 이루어지는 축제가 아니라 거제면 서정리 소재 거제시 농업개발원에서 추운겨울과 뜨거운 여름을 지나 가을날까지 꼬박 한 해 동안 수많은 사람들이 직접 꽃을 길러 작품을 만들어 물을 주고 잡초를 뽑으며 하나하나 손으로 만들어온 진정한 수제(手製)이다.

▲ 손영민

거제 섬꽃축제는 미래지향적 농업방향제시와 난지농업의 활로개척, 관광거제에 부응하는 대표적 가을 축제로 장식하여 시민의 눈높이에 맞는 정서함양과 웰빙 공간조성을 목적으로 매년 11월 개최된다.

축제기간 동안 가을꽃 조형물전시, 테마꽃동산, 국화 소품 등 가을꽃의 향연이 펼쳐지고 마당놀이, 탈춤, 난타, 통기타 락공연, 활쏘기, 국화 따기 체험, 꽃꽂이, 공예품 만들기, 사진경연 등 다양한 문화공연과 체험행사가 준비되어 있다.

글, 사진: 손영민 /'꿈의 바닷길로 떠나는 거제도여행' 저자, 칼럼니스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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