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20일 오후 2시 거제경찰서에서 열린 취임 기자간담회.

경남 밀양출신인 김 서장은 동아대 법대를 졸업하고 1990년 간부후보생 38기로 경찰에 입문, 2013년 총경승진 후 거창경찰서장 경남경찰청 수사과장을 역임했다. 그의 이력상 거제와 특별한 인연은 없다. 그런데도 지역민들조차 잘 알지 못했던 역사를 거론하며 자매결연을 제안한 건 부임지에 대한 나름대로의 공부가 선행됐기 때문으로 보인다.

김 서장은 “거창에 가면 가조리가 있고 수월이나 우두봉(둔덕소재) 같은 거제지명이 많다. 이는 고려중기 때 거제민들이 강제 이주돼 5세대(150여년)를 살면서 독자적인 촌락을 이뤘기 때문”이라며 “이처럼 거제와 뿌 리깊은 인연을 지닌 경남도 최북단 거창과 최남단 거제가 자매결연을 맺어 교류한다면 형제도시로 거듭날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김 서장이 언급한 ‘고려중기 거제민들의 거창이주’는 어떤 연유로 일어난 일일까. 거제고전문학 연구가 고영화 선생이 뉴스앤거제에 기고했던 글 중 이 부분을 인용하면 이렇다.

「우리 거제도 역사 중에, 고려중기(1271년), 거제현 관청과 관리 관노 등 일부 백성들이 육지인 진주 거창 등지로 피난 가 살다가 조선 초 세종4년(1422년)에 환도(還島)하는 불행한 역사가 있었다. 이후 조선시대 각종 기록과 많은 사람들은 지금껏 왜구의 침범으로 인하여 피난 간 걸로 알고 있지만 사실은 그렇지 않다. 그 이유는 1270년에 발생한 삼별초항쟁이 시작되면서 1271년 진도에 있던 삼별초가 여,몽 연합군에게 함락 당하자, 주력 부대가 제주도로 옮겨간 삼별초는 남해안의 세곡선과 세곡창고를 습격했다.

이에 정부는 거제지역 사람들이 삼별초 항쟁세력과 연대할 수 있는 소지를 차단하기 위해 미리 육지로 소개령을 내렸던 것이다. 본도(本島)안의 속현(屬縣) 및 역(驛)·원(院) 등 총 1000명 정도의 관청 관계자와 노비 등이 거창군 가조현, 진주목 영선현 등으로 옮겨가게 되었다.

고려시대 현령은 현의 수령으로, 현의 인구가 1만 명 이상이면 현령을 두고 그 이하이면 현장(懸長)을 두었다. 당시 거제인구 최소 8000명 이상이었다. 원종(元宗) 13년(1272) 11월에는 삼별초(三別招)가 거제현(巨濟縣)에 쳐들어 왔다. 거제현 민을 지키던 거제현령을 잡아가고 전함(戰艦) 3척을 불태웠다. 이후 중앙에서 파견되던 거제현령은 거창군 가조현의 거제현으로 부임하게 되었다. 이후 계속해서 거제관청이 본도(本島)로 돌아오지 못한(151년 간) 이유는 왜구의 침범으로 인한 불안한 정세 때문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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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선초기로 들어오면서 그 전(前), 삼별초항쟁으로 발생한 거제현의 피난이 돌연 왜구의 침략으로 바뀐 이유는 첫째, 거제등지의 남해안방어의 필요성이 대두되면서 신흥 국가의 안정된 체제를 구축하기 위해 삼별초의 항쟁 같은 사실을 숨기기 위한 방편이었고, 둘째는 신증동국여지승람을 지은 '이행'이 거제 귀양살이(1506년) 하는 동안 당시 거제민에게 전해들은 바, "왜구의 침략"이 원인이라고 단정하여 기록했기 때문이며, 또한 삼별초가 끝까지 몽고에 항쟁하여 유교적 도리를 다한 사실로 인한, 가치의 갈등을 감추고자 했던 이유이기도 하다.」

김 서장은 이날 “공직자는 어떤 형태로든 시민의 삶을 편안케 하는 것이요, 치안의 목적 또한 시민들에게 범죄로부터 안도감을 주는 것”이라며 “지역 특색에 맞는 기본에 충실한 치안행정을 펼쳐 나가겠다”고 말했다.

치안이 불안해 거제를 등져야 했던 아픈 역사를 거론하며 수백년전 거제민이 고향을 떠나 머물렀던 도시와 자매결연을 주문하고, 기본에 충실한 치안소신을 밝힌 김 서장의 행보는, 부초처럼 떠다녀야 하는 공직자에겐 보기 드문 진정성으로 다가왔다.

김 서장은 기자간담회 직후 가진 취임식에서 거제경찰서 치안 목표를 ‘안정된 거제치안’으로 삼아 “▲시민이 체감하는 안전 확보 ▲법질서 확립 ▲시민과 함께하는 협력 치안 ▲소통하고 화합으로 시민을 섬기는 믿음직한 경찰이 되도록 노력해 달라”고 당부했다.

신기방 기자  nng@daum.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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