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주)세진산업개발이 장목 율북마믈 상단에 추진중인 건설폐기물처리장 부지. 부지 바로 인근에 산업폐기물 공장(빨간 건물)이 허가돼 가동되고 있다.

장목면 율천리 율북마을 주민들은 지난 17일 거제시에 접수한 호소문에서 “2014년 7월 율북마을에 설립 허가된 산업폐기물처리업체 부창 이엔티 사업추진을 두고 여러 차례 반대집회를 열었으나, 결국 시에서 허가를 내 준 사실이 있다”며 “우리는 이 사례를 경험하면서 더 이상의 소모적 민원제기 보다 기업과 상생·공존하는 방향이 타당하다는 결론을 체득했다”고 밝혔다.

주민들은 또 “건설폐기물처리업 인허가를 추진 중인 사업체와 지속적인 협의를 해 왔다. 사업체도 열린 자세로 ‘주민 우선 고용, 환경감시단 운영’ 등 마을과 상생·공존하는 해법을 제시하고 있다”며 “인근 군항포도 건설폐기물 처리업체와 상생·공존하는 사례가 있듯이 우리 마을도 그럴 수 있다는 확신을 하고 있다”고 강조했다.

주민들은 그러면서 “율북마을의 일은 사업부지와 가장 가까운 율북마을 스스로 결정하는 것이 옳다”며 “사업추진 절차에 법적 하자가 없다면 사업체는 합법적으로 사업을 추진하고, 행정도 적법처리를 조속히 해 율북마을과 기업이 상생·공존할 수 있도록 선도해 달라”고 당부했다.

한편, (주)세진산업개발은 장목면 율천리 152외 7필지(총 9667㎡)에 하루 720톤 가량의 건설폐기물을 처리하는 처리장 설치계획을 올 2월16일 거제시에 접수시켰고, 지금까지 3차례의 사업계획 보완을 거쳤다. 거제시는 이달 28일까지 사업인가 여부에 대한 최종 가부를 결정할 예정이다.

▲ 장목 율북 건설폐기물처리장 부지

건설폐기물 발생량 독점업체서 절반도 처리 못하자 신생업체들 '눈독'
거제면 귀목정 '부적합' 결정 이후 장목 율북 여건 틀린데도 허가 '미적'
율북 사업자 "실무 부서가 판단해 보고하면 되는데 시장에게만 미룬다"

거제시에서 건설폐기물처리장을 추진 중인 곳은 현재 두 곳. 한 곳은 거제면 옛 미곡처리장 부지에, 또 하나는 장목 율천리 율북마을 상단이다. (주)세광이 신청한 거제면 귀목정 마을 건설폐기물처리장 설치계획은 지난 3월25일 거제시로부터 ‘부적합’ 통보를 받아 사실상 사업추진이 무산됐다.

남은 하나는 (주)세진산업개발이 추진하는 장목 율북마을 건. 세진산업개발은 지난 2월16일 시에 사업계획을 접수시켰고, 지금까지 3차례의 보완작업을 거쳐 현재 최종 적정성 여부를 기다리는 중이다. 거제시의 결정시한은 오는 28일까지다.

혐오시설중 하나로 분류되는 건설폐기물처리장을 이처럼 왜 앞 다퉈 설치하고자 하는 것일까. 결론부터 말하면 ‘돈이 되기 때문’이다. 거제시에 따르면 현재 관내 건설폐기물 발생량은 하루 약 2000톤 안팎. 최근 대형공사장이 부쩍 늘어나면서 실제는 이보다 훨씬 많을 것으로 추정된다. 이 물량을 장목면 군항포 소재 태성산업개발에서 독점 처리하지만, 처리능력이 하루 발생량의 절반에도 미치지 못한다. 남은 물량은 인근 고성 등지 처리업체에 떠넘긴다.

때문에 신생업체 입장에선 독과점 상태에서, 그것도 다 소화하지 못하는 건설폐기물 처리시장 파이를 이참에 나눠 갖자는 것이다. 거제시도 시장규모에 맞게 하나를 더 허가해 줘도 큰 탈은 없다. 당장 관내 물량을 외지에 보내지 않아도 되고, 독식 구도에서 경쟁체제로 전환되면 가격이나 서비스면에서도 장점이 많다.

그런데도 거제시 입장은 꽤나 신중하다. 어찌 보면 신중하다 못해 아예 허가를 꺼리는 분위기다. 건설폐기물이란 사업특성상 민원을 염두에 둬야 하고, 주변 환경피해를 고려해야 하며, 대형차량 진출입에 따른 안전대책도 살펴야 한다. 모른 정황을 다각도로 검토해야 한다는 점은 인정된다. 그러나 이를 모두 충족하는데도 허가를 꺼린다면 이는 분명히 문제가 있다고 봐야 한다. 일각에서 제기되는 독과점 업체의 로비(?) 의혹도 이 때문에 나온다.

지난 3월 ‘부적합’ 통보를 받은 거제면 귀목정 건설폐기물 처리장은 누가 봐도 문제가 많았다. 4차로로 시원하게 뚫린 시도2호선 바로 지척에 건설폐기물이라는 혐오시설을 설치하겠다는 것 자체가 문제로 지적됐다. 마을 주거지 입구에 소음 분진을 유발하는 건설폐기물처리장을 누가 반기겠는가. 진출입로가 직선도로에서 직각으로 꺾이는 안전문제도 대두됐다. 결국 시에서는 대형교통사고 위험, 처리시설 부지 협소, 소음 및 분진 등 환경문제, 지역주민 반대민원 등을 이유로 ‘부적합’ 판정을 내렸다.

그러나, 장목 율북마을 상단에 추진하는 건설폐기물처리장은 거제면 귀목정과는 모든 상황이 확연히 다르다. 그런데도 거제시 실무부서에선 납득이 가지 않는 말을 흘리며 허가에 부정적 기류를 내비친다고 한다. 이 사업을 3년 넘게 준비해 온 사업자는 ‘울화통이 터져 죽겠다’고 하소연했다. 장목 율북이 부적합 통보를 받은 거제면 귀목정과 어떻게 다른지 짚어보자.

우선, 사업장 위치다. 거제면 귀목정은 주도로 변 마을입구지만, 장목 율천은 민가와 동떨어진 외진 협곡이나 다름없다. 또 바로 지척에 건설폐기물보다 환경피해가 훨신 심한 산업폐기물처리업체가 이미 허가를 받아(2014년 7월) 공장을 가동 중이다. 사업장 위치로는 이만한 곳을 찾기 힘들다는 평을 받는다.

둘째, 도로다. 사업장 도로의 적정성 여부는 경찰이 판단한다. 거제 귀목정은 경찰에서 진출입로를 위험도로로 판단했다. 그러나 장목 율북은 2차로로 사업장 진출입에 큰 문제가 없는 것으로 경찰에서 합격판정을 받았다. 그런데도 시에서는 해당경찰에 전화해 “도로 적격여부를 왜 그리 빨리 판정하느냐. 문제가 되는 부분을 좀 더 찾아봐 달라”는 요지로 부탁했다고 한다. 꼬투리를 잡아 허가를 내 주지 않겠다는 태도다.

셋째, 공장부지다. 현행 건설폐기물재활용촉진에 관한 법률 시행령에는 사업장 부지가 최소 3300㎡(1000평) 이상이어야 한다고 규정하고 있다. 거제면은 약6000㎡, 장목은 9890㎡로 두 곳 다 요건을 충족한다. 특히 장목은 신청면적 외에 약2700평 가량의 부지를 추가 확보해 놓았다. 그런데도 시에서는 ‘장소가 협소하다’며 시비를 걸 태세라고 사업자는 하소연했다. 사업자는 “1000평 확보 요건에 3000평을 제시했고, 추가확보 한 면적까지 합치면 5700평에 이르는데도 이를 좁다고 하면 도대체 얼마만큼의 땅을 확보하라는 것인가”라고 반문했다.

넷째, 민원이다. 거제면 귀목정은 인근 주민들이 일제히 들고 일어나 당장 사회문제화 됐다. 그러나, 장목 율북은 사업장과 가장 지척에 있는 주민들이 되레 호소문을 제출하며 ‘빨리 허가해서 주민들과 상생할 수 있는 길을 열어달라’고 촉구했다. 전례를 찾기 힘든 이런 상황을 두고서도 시에서는 ‘인근 대금마을 등에서는 반대하지 않느냐’는 입장이다. 이를 두고 사업자는 “사업장과 수킬로 미터나 떨어져 있는 마을까지 다 동의해야 한다면 차라리 장목면민 전체동의를 다 받아 오라고 하지 그러냐”고 불쾌해 했다.

장목 율북 건설폐기물 처리장 설치와 관련, 권민호 시장은 “허가요건에 부합하고 주민들이 동의하면 당연히 허가해야 한다”는 입장을 수차례 밝힌 것으로 사업자는 전하고 있다. 문제는 실무부서의 태도. 사업자는 “시장이 원칙을 정해주면 실무부서에서 모든 상황을 정리 취합해 인허가 여부를 판단하고 이를 (시장에게)보고하면 되는데, 실무부서에선 이 판단자체를 시장에게 미룬다는 느낌을 지울 수가 없다”고 말했다.

사업자는 그러면서 “얼마 전 시청 담당부서에서 현장을 방문해 사업신청 대표자에게 ‘건설폐기물처리장 대신 다른 사업을 하면 당장 허가 내 주겠다’는 취지의 언질을 했다”며 “실무부서가 시장의 눈치를 보는 건지, 아니면 독과점 업체의 눈치를 보는 건지 알다가도 모를 일”이라고 푸념했다.
 

신기방 기자  nng@daum.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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