팔방미인은 얼굴도 짱이요 몸매도 짱이요, 총명함도 짱이요, 손재주도 짱이요, 어느 것 하나 흠집 잡을 데 없이 고루 뛰어난 사람을 이르는 말이다. 거제도 동단(東端) 해안 산책로를 따라 자리 잡은 ‘장승포-능포 산책로’라면 이 팔방미인이라는 훈장을 줘도 손색이 없을 만큼 이것저것 나무랄 데가 없다.

또한 거제시에서도 관광도시에 관한 관리를 훌륭하게 하는 터라 아주 잘 빠진 여행지도 한 장이면 가야 할 곳과 들러야 할 곳이 저절로 한 눈에 보인다. 대한민국 최초의 침해터널이요 경남에서는 제일로 손꼽히는 최장의 거가대교가 개통된 이후 통영을 지나 돌아가야 했던 기존의 장승포로 가는 길이 직선으로 단축 되었다. 이제 거가대교를 지나 송정IC만 지나면 단숨에 장승포를 만날 수 있다.

장승포로 가는 길목에 미관이 뛰어난 대형 건축물을 마주하는데 대한민국 건축상을 수상한 거제문회예술회관이다. 이 건물 밖으로 보이는 다도해의 풍경은 뛰어난 경관을 자랑한다. 대극장, 소극장, 전시실, 야외공연장, 다목적 홀과 호텔, 수영장 등을 함께 갖춘 문화예술 공간으로서 세계 속의 문화도시로 자리매김하고 있다. 여느 문화예술회관과는 달리 건물 구석구석을 세세하게 둘러 볼 수 있다는 것이 가족여행객들에게 더없는 즐거움을 준다.

다시 마을길을 따라 거제수협 공판장을 지나면 ‘흥남철수작전’의 6.25 전쟁 상흔이 고스란히 남아있는 포구가 쭉 이어진다. 그중 장승포 포구는 지심도 유람선 선착장이 있는 곳으로 주말에 전국 각지에서 이곳을 찾는 관광객들만 해도 엄청나다. 특히 봄 멸치 요리로 유명해서 이것을 먹지 않고는 절대 다녀왔다고 말할 수 없다.

멸치는 날 회로 먹는 것보다 야채를 듬뿍 넣고 매콤하게 무쳐서 먹는 무침이 최고다. 해변을 따라 능포항으로 이동하면 그곳에서는 보리새우 회라는 색다른 맛을 경험할 수 있다. 즉석 회는 익히지 않은 새우의 껍질을 벗겨 고추냉이 간장이나 초장에 찍어 먹는데 감칠맛이 어느 생선회에 비할 바가 아니다. 물론 횟감으로 쓰이는 새우는 당일 잡은 신선한 것이어야 한다. 9월에서 11월이 제철이며 철이 지난 건 새우는 탕·국의 재료가 되는데 항구 여기저기서 새우 말리는 모습을 쉽게 볼 수 있다.

장승포-능포 해안 산책길에서만 만날 수 있는 색다른 체험코스를 소개하자면 바로 장승포-능포 해안 산책길이다. 파도리듬에 맞춰 바위섬의 군무를 볼 수 있는 곳. 곳곳의 기암절벽과 점점이 떠 있는 섬들로 채워진 장승포에서 능포까지 이어지는 해안 풍경은 거제 최고의 경관이다.

이 길은 거제도의 아름다운 길 10에 드는 길이다. 조각공원 사이로 옥수동과 능포로 나누어지는데 해안 길 양쪽 길로 아름드리 벚나무가 끝도 없이 이어지고 있다. 장승포1구 등대와 능포 양지암 공원 어느 쪽 길로 가던, 이렇게 벚꽃 길을 지나 황홀한 산책을 즐길 수 있다.

주말과 공휴일에 차 없는 거리를 시범운영하고 있는 장승포-능포 해안 산책로에 들어서자마자 맨 처음 눈에 띄는 곳은 무리지어 만발한 벚꽃이다. 길 주변은 말할 것도 없고 산기슭과 골짜기, 밭두렁 등 눈길 닿는 곳마다 몽실몽실 피어난 벚꽃이 마치 내려 않은 꽃구름 같다.

산책로 길가엔 야외 음악당이 있다. 이곳에는 아담하게 만든 야외 공연장도 색다르지만 40~50대 중장년층 6명으로 구성된 ‘거제 색소폰동호회’의 매력적인 색소폰공연이 펼쳐지고 있어 몸과 마음이 절로 개운해지는 것을 느낄 수 있다.

가파른 산자락 아래에 위치한 기암괴석도 파도가 밀려 왔다가 밀려 갈 때마다 자연의 소리를 던져주고 시치미를 뗀다. 그 자연의 소리를 먹고 자라 영양이 풍부한 돌미역은 이 지역 특산품이다. 능포 뒷산에 우뚝 솟은 바위를 양지바위라고 한다. 그 옆에 또 하나의 바위가 상사바위다.

이 상사암은 이루지 못할 사랑을 연모하다가 죽어 실뱀이 된 삼돌이와 궁녀와의 전설이 깃든 곳이기도 하다. 양지암의 풍경은 다도해의 절경을 한자리에 다 모아 놓은 것처럼 아름답다. 바위섬, 솔섬, 기암절벽 등 없는 게 없다.

그중에서도 가장 먼저 눈길을 끄는 것은 조각공원이다. 국내 유명 작가들의 조각품 수십 점이 전시돼 있는 이곳은 해마다 4월쯤 이면 탁 트인 푸른 바다를 배경으로 수만 송이의 튤립, 수선화, 잔디패랭이, 유채꽃등이 형형색색 만발하여 장관을 이룬다.

장승포-능포 산책로의 매력은 물론 그것으로 끝이 아니다. 벼랑처럼 깎아지른 해안선에 우뚝 서 있는 해송과 바람에 하늘하늘 흔들리는 모습이 무엇과도 비교할 수 없이 아름다운 벚꽃, 그리고 에머널드빛 바다풍경 덕분에 이곳은 삭막한 도시풍경에 지친 사람들의 가슴을 확 뚫어주는 별천지다.

산책로 또한 입맛대로 고를 수 있다. 양지암 공원 내에는 총3개의 산책·조깅 로가 있는데 호수같이 넓게 조성된 공원 내의 공원주위를 거닐 수 있는 양지암공원길, ‘귀신이 산다’ 촬영지를 중심으로 한 해돋이 망산 등산로길, 양지암 등대로 향하는 연인의 길이 그것이다.

좀 더 가까이서 자연을 느끼고 싶다면 능포 삼림욕장에서 능포 방파제사이로 나있는 길을 올라보자. 일출과 일몰을 모두 감상할 수 있는 양지암 등대를 만날 수 있다. 등대라면 바닷가 쪽으로 알고 있는데 이 등대는 산속, 바위위에 있어 가파른 계단을 오르게 된다. 불쑥 솟은 특이한 지형으로 수평선이 동해안과 같은 방향이기 때문에 일출감상이 가능한데, 한낮에 때 없이 뭉게뭉게 몰려오는 안개는 또 다른 느낌의 능포 해변을 보여준다.

이렇게 주차공간이 부족하다는 것만 빼고는 어느 곳을 골라도 후회 없는 선택이었음을 알려주는 장승포-능포 해안 산책길은 조금 시간을 넉넉하게 잡고 하룻밤을 묵는 것이 어떨까 싶기도 하고 갑자기 어디론가 훌쩍 떠나고 싶을 때 무작정 달려가도 좋을 듯 싶다.

@여행정보

-제9회 능포양지암축제(주최: 양지암축제 추진위원회 010-4550-4429)-
장소: 능포 양지암 조각공원 일원 일시: 2016년 4월 23일(토요일)

해마다 4~5월경이면 확 트인 푸른바다를 낀 양지암의 절경과 각종 체험 이벤트가 있는 ‘양지암축제’가 개최된다. 능포 양지암 조각공원 일대를 중심으로 어린이 사생대회, 색소폰 공연을 비롯한 음악제, 각설이 타령, 풍선아트, 페이스페인팅, 양지암 산책로걷기, 대형 연날리기 등 다채로운 행사가 펼쳐진다. 거제도 동쪽 끝자락에 자리한 능포동 양지암은 가장 빨리 아침 해를 볼 수 있는 곳 중의 하나로 국내 조각가들의 작품이 전시된 조각공원과 1만2천여 그루의 튤립을 비롯해 수선화, 구절초, 연산홍, 유채꽃등 봄꽃이 심어진 튤립공원이 조성돼 있다. 또 9월에는 코스모스가 만개하여 국내미술협회 작가들의 조각 작품이 어우러져 대 장관을 이룬다.

▲ 글·사진: 손 영민/꿈의 바닷길로 떠나는 거제도여행 저자·칼럼니스트

-맛집-
능포주변의 토속음식으로 첫손에꼽히는것은 역시생선요리이다. 자갈치횟집(055-681-9559),능포횟집(055-682-1748),옥수동 마라도 횟집((055-681-5840)에 가면 제대로 맛을 낸 생선회와 보리새우구이를 먹을 수 있다. 그리고 장승포항에는 장승포토박이인 김도균 씨가 운영하는 싱싱게장(055-681-5513)집은 거제도게장의 원조라 할 만큼 유명한 맛 집이다. 그밖에 6.25전쟁 당시 빅토리아 호를 타고 장승포항으로 피난 온 화교출신 요리사가 직접 운영하는 천화원(055-681-2408.장승포수협 맞은편)은 전통중국요리의 진수를 보여주는 유명한 맛 집으로 소문나 있다. 또한 장승포항에서 3대째 운영하는 함흥냉면(055-681-2226. 신부시장 뒤편)집도 토박이들이 추천하는 맛 집이다.

글·사진: 손 영민/꿈의 바닷길로 떠나는 거제도여행 저자·칼럼니스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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