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민체전의 성화가 꺼진 지금 지난 10년간의 기록들을 찬찬히 들여다보니 매년 비슷한 표현에 비슷한 내용들로만 꾸며지고 도민체전이후의 평가도 늘 유사한 제안만 내놓은 것 같아 독자들에게는 영 면구스러운 기분도 든다. 하지만 독자들에게 너그러이 양해를 구하며 도민체전 이후 거제시통합체육회가 나아가야할 방안에 대해 제언을 늘어놓고자 한다.

올해 도민체전을 준비해 오는 과정을 되짚어 보면 지난 10년의 기록과 비교할 때 더욱 뼈아프게 다가오는 대목이 있다. 이미 10년 전 첫 도민체전 선수단으로 참여했던 이들이 여전히 선수단의 주축을 차지하고 있는 모습이다.

생활체육 측면에서는 매년 생활체육 강시(强市)의 위상을 차지할 정도의 높은 수준을 자랑하지만 시내(市內) 고령화와 젊은 층의 유출로 시내 엘리트 체육계는 이미 타 시군의 선수단 평균 연령에 비해 10세가량 높은 수준을 보이고 있다.

이번 도민체전직전 거제시체육회에 제출된 시내 선수 등록현황을 살펴보면 거제시선수단 평균연령은 출전25개 종목을 모두 합쳐 대략 30대초·중반으로 집계됐다. 이는 이번 대회는 물론이고 역대 대회에서 상위입상을 거둔 타 시군의 평균연령이 20대 후반임을 감안할 때 상당히 높은 수준이다. 지역의 고질적인 한계로 지적되는 높은 고령화 수준이 생활체육 면에서는 큰 차이를 보이지 않고 있으나 엘리트체육을 기반으로 하는 도민체전에서는 이미 중위권 턱걸이도 힘들어질 수 있다는 분석이 대두되는 이유다.

이미 아주 오래 전 메이저리그에 진출한 박찬호와 골프여왕 박세리는 IMF를 맞았던 당시 국내 상황에서 단순한 스포츠 선수 이상의 의미를 지녔다. 현대사회에서 스포츠는 단지 보여지는 것 이상의 의미를 지닐 때가 많다. 올해 시부 6위의 성적을 거둔 거제시선수단이 그간 흘린 땀방울이 결코 가치 없는 것은 아니지만 다수의 시민들이 이번 대회 성적에 아쉬움을 표하는 것도 이 때문이다.

생활체육의 위상과 시내 스포츠 관련 인프라의 조성 수준에서 읽을 수 있듯 거제시민들의 스포츠 향유 수준은 대도시 지역에 필적할 정도로 높다. 성적에 연연해 일희일비할 것은 아니지만 그런 측면에서 장기적이고 체계적인 체육계의 미래를 고민하는데 모두의 머리를 맞대야 할 시점이다.

이미 해법은 여러 차례 지적됐고 이번 대회에서도 이 해법에 따라 몇몇 종목은 희망의 빛을 엿봤다. 작년에 이어 올해에도 두 자리 배점(종합점수13점)을 따낸 육상이 대표적인 예다. 이미 체육 분야에 관심이 많은 시민들은 알고 있는 것과 같이 거제시와 육상협회(회장 김환중)는 육상종목 전담지도자를 배치, 우수선수를 조기에 발굴해 육성시켰고 체고·체대 등 전문체육계로 진학한 이들 선수들이 올해 도민체전에서 거둔 성적은 이미 10년 전 뿌린 씨앗이 이제 결실을 맺기 시작하는 것이다.

결국은 근시안적인 성적으로 연연할 것이 아니라 진득한 뚝배기처럼 오래도록 열정을 유지할 수 있는 체육계의 총의와 공감대 형성이 중요한 것이다. 이번 통합체육회 발족을 계기로 거제시내 체육계 인적 규모 특성상 협회와 연합회의 역할과 성격이 모호한 것도 개선을 모색해야 할 부분이다. 엘리트체육 및 체육영재 발굴을 전담할 협회와 성인부의 생활체육 동호인을 중심으로 한 연합회의 엄연한 구분이 이루어져야 하는 것은 물론이다.

눈앞에 늘 놓여 있는 현실만을 탓하고 있기에는 도민체전 8개 시부 중 6위라는 성적이 우리지역의 시격(市格)을 대변하는 듯해 거듭 안타까운 마음이 든다. 잘 갖춰진 체육 인프라를 바탕으로 ‘세계 속의 거제시’, 그 속에서 함께 힘을 키워가는 거제시 통합체육계가 될 수 있도록 우리가 가진 역량을 어디에 집중시켜야 할 것인지에 대한 진지한 고민이 이어져야 한다.

그럼에도 현 거제시 체육회 집행부의 형태를 살펴보면 과거와는 달리 체육을 대수롭지 않게 여기거나 별로 비중을 두지 않는 경향이 있다.

불과 1년 전에 벌어진 일이다. 도민체전 시부 일반 거제시와 진주시 간의 축구경기에서 격투기를 방불케 하는 폭력사태가 벌어져 거제시축구협회 임원이 경찰의 조사를 받았고, 경남도 체육회로부터 1년간 출전정지 결정이 내려지는 중징계를 받는 등 불미스런 부분이 있음에도 여전히 축구협회장 직무를 수행하는 데, 거제시체육회관계자들의 ‘강 건너 불구경’ 하는 태도는 이해하기 힘든 부분이다.

게다가 사상최악의 경제위기속에서 거제시가 지역경제살리기 방안을 모색하는 와중에도 이번 도민체전 출전 복 입찰과정에서 거제지역상인의 참여를 배제시킴으로서 시민들의 공분을 사고 있다. 관련규정대로 라면 지역신문과 거제시 홈페이지를 통해 반드시 입찰공고를 했어야 했다. 이런 체육회의 형태가 관행으로 자리 잡는다면 이것은 거제지역의 큰 수치가 아닐 수 없다.

4.13 총선이나 각종선거에 체육회가 개입하는 정도가 80%를 넘는다는 보고가 있음을 감안 한다면 체육회사무국 직원들이 국회의원과 시장당선과 함께 정치적인 라인을 타고 들어온 경우라고 한다면 실제적 행정력이 미치지 못하는 것은 당연하다 하겠다.

그러나 힘센 권력(?)으로부터 지방자치단체가 제어할 능력이 없으면 체육회소속임원들이라도 진상을 규명하고 정당한 업무처리에 요구의 목소리를 높여야 했다. 체육회는 사무국의 전유물이 아니고 거제시민 모두의 것이기 때문이다.

거제시 체육회가 불투명한 운영과 부당한 전통으로 수차례나 감사보고의 도마에 올랐고 많은 문제점들이 노출되었음에도 오는 6월, 통합체육회의 발족을 앞두고 여전히 개혁의 노력과 의지가 보이지 않은 것은 참으로 개탄할 일이 아닐 수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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