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손영민의 풍물기행(130) - 아나운서출신 손미나 작가와 함께한 거제여행

며칠 전 반가운 전화 한통이 걸려왔다. “손 선생님, 이번 주말에 어머니와 거제에 내려갈 계획인데 김경근 교수님 거제에 잘 계시나요? 교수님을 꼭 찾아뵙고 싶습니다.” 손미나 아나운서의 목소리다. 다행히 김 교수는 서울 집을 정리하고 수산마을에 정착하고 있었다.

대한민국 대표방송사의 간판아나운서에서 세상을 누비는 여행 작가로 변신한 손미나. ‘자유의 아이콘’으로 자리매김한 그녀의 행보에 사람들이 박수를 보내는 진짜 이유는 남다른 용기와 도전정신 때문이다. 여행자로서의 삶을 산지 어느 듯 10년. 이제 ‘여행 작가’라는 표현이 어색하지 않은 그녀와 12년 전, 아나운서시절 만났던 추억을 되살려 잘 나가던 아나운서에서 여행 작가의 길을 선택하게 된 사연에 대한 이야기를 나누었다.

손미나는 1997년KBS공채 아나운서로 발탁되자마자 큰 인기를 끌었다. 그도 그럴 것이 전 연령대가 보는 프로그램의 메인MC를 맡기도 했고 TV를 틀면 손미나가 나올 정도로 간판 아나운서로 성장한 것이다. 하지만 손미나의 인기 뒤에는 그녀의 살인적인 스케줄이 있었다. 5년이 넘는 시간동안 주말에도 쉬지 못하는 주7일 스케줄이 계속 되었고 잠깐 짬을 내어 떠난 몰디브 여행 기억은 진짜 손미나가 어떤 사람인지를 알게 해주었다.

특히 누군가가 ‘행복하세요?’라고 묻자 자신 있게 그렇다고 말하지 못하는 것을 보고 아나운서를 그만두어야겠다고 생각했다고 한다. 이뿐 아니라 출판사에서 책을 내보자는 권유를 계속 듣자 자신이 좋아하는 여행을 하며 책을 내는 여행 작가가 되기로 결심한다.

스페인이라는 나라는 특히나 손미나에게 특별한 여행지로 남을듯하다. 고려대서어문학과를 나왔고 스페인의 바르셀로나 대학교에서 언론학을 석사전공 했을 정도로 수준급의 스페인어 실력을 갖춘 손미나 아나운서에서 다시 학생으로 돌아가 밤새도록 토론을 하기도 했다. 30대라는 어리지 않은 나이이지만 낯선 땅에서 자신을 비우고 돌아온 경험을 하기도 했다.

그녀의 삶은 참 파란만장하다. 시작은 KBS아나운서였다. 하지만 회사 생활 속에서 삶이 팍팍해짐을 느꼈고, 그러던 중 몇 번의 해외여행을 통해 여행이 자신을 성장시킨다는 사실을 알게 됐다. 고민 없이 스페인 바르셀로나로 유학을 떠났다. 떠나기 전에는 방송에 다시 복귀할 수 있을지를 걱정했지만 돌아오고 나서는 오히려 할 수 있는 일이 늘어났다고 한다. 태양은 뜨거웠지만 바람이 불어 시원했던 여행지, 스페인은 그녀를 제2의 손미나로 만들기에 충분했던 듯하다.

스페인에서의 1년은 그녀의 삶을 다른 영역으로 이끌었다. 여행 책을 내고 소설을 쓰며 베스트셀러 작가로 인정받았다. 삶을 바꾼 여행의 지혜를 나누고자 자신의 이름을 딴 회사도 설립했다. ‘손미나앤컴퍼니’다. 이곳은 새로운 사람을 만나고 새로운 경험을 하고 새로운 인생을 사는 그 모든 여정을 돕는 파트너십을 추구한다. 최근에는 베스트셀러작가 알랭 드 보통의 ‘인생학교’서울분교도 열었다. 전 세계 8개 도시에 분교를 두고 있다. 서울은 아홉 번째 분교다. 그녀의 용기로 얻었던 경험들이 부러운 순간이다.

손미나는 뼛속까지 여행자다. 그녀의 여정은 여행지에서 시작돼 여행지에서 끝나지 않는다. 그녀의 여행은 떠나기 전에도 떠나와서도 계속 이어진다. 그런 그녀가 지난 주말, 어머니와 함께 거제를 다녀갔다. 그녀는 단순히 보고 싶은 것을 넘어 강한 울림이 있을 때 주저 없이 가방을 꾸린다. 그런데 왜 하필이면 거제였을까.

“제가 여행지를 선택하는 기준은 한 가지예요. 지금 나에게 필요한 것이 무엇인가. 거제는 위로가 필요해서 선택한 곳이에요. 5년 전 아버지가 세상을 떠나고 난 뒤 제가 오랜 시간 방황했거든요. 아버지는 제 평생의 정신적 지주였어요. 그때 환상의 섬이라고 불리는 거제에 가면 맑은 기운을 얻을 수 있을 것 같았고 그 믿음이 틀리지 않았죠.”

그녀가 거제를 찾은 가장 큰 이유는 은퇴 후 살고계신 아버지 7살 때부터 절친 이신 어르신을 뵙기 위해서였다. 어쩌면 그녀는 어르신을 통해 그토록 그리워한 아버지를 느끼고 싶었는지도 모른다. 나는 손 작가모녀의 가이드를 자청했다.

세상의 낯선 추위로부터 갓난아기를 보호하는 배냇저고리처럼 어머니의 사랑은 이 세상 모든 어려움과 시련으로부터 언제나 그녀를 지켜 주었던 어머니와 한 달에 한번은 여행하기로 마음먹은 그녀는 드디어 1박2일간의 여행계획을 들고 거제를 찾았다.

그녀는 “하루하루가 정말 환상적이었다.”고 말한다. 마치 고향처럼 낯설지 않은 거제를 어머니와 돌아다니며 자연의 아름다움과 다정한 인정을 곳곳에서 맛보았고, 모험을 마음껏 즐길 수 있는 거제도포로수용소유적공원 4D(VR)영상관에서는 전쟁체험이 너무 무서워 중도포기를 했지만 행복해 했다.

구조라에서 배로 20분, 놀라운 생태공원이 만들어져 있는 외도보타니아. 외딴섬으로 낚시하러 갔던 여행자가 외도사랑에 빠져 인공 섬을 가꿨다는 스토리, 청명한 가을 날씨와 아름다운풍경. 모두가 그녀에겐 감동 그 자체였다.

집나간 며느리도 돌아오게 만든다는 전어회, 삼뱅이 매운탕에 이어 간장게장, 멍게비빔밥. 거제에만 나는 산나물과 해물육수로 만든 독특한 거제전통 상차림으로 모처럼 맛있게 드시는 어머니를 바라보며 마냥 흐뭇해하는 그녀는 “기막힌 한려수도의 풍경을 보며 잠자고 가는 손님에게 텃밭에서 가꾼 호박까지 안겨주신 소박하지만 인정 넘치는 숙소 멜로디아사장님, 최고횟감 보유하고 계신다는 ‘바다 맛 선장횟집’ 사장님, 가을전어를 맛보게 해주신 ‘장금이 횟집’ 사장님, 거제전통음식의 진수를 보여주신 ‘꼼지락 솜씨공방 찻집’사장님, 바쁜 와중에도 친절하게 안내를 해주신 외도보타니아 박용태 관리부장님, 뉴동영호 윤철현 선장님께 감사드린다.”며“아무래도 또 거제에 올 것 같다”고 말했다.

글․사진/손영민 꿈의 바닷길로 떠나는 거제도여행저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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