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차라리 특혜 채용, 코드인사 하라!김형석/거제문화예술회관 관장

“책 속에 미래가 있다.”라는 데 평범한 시민 K의 인생을 바꾼 책이 2권 있다. ‘빈센트 반 고흐’ 전기와 ‘해방 후 한국 학생 운동사’이다.

고교 재학시절, 막연히 근원도 알 수 없는 허무로 세상에 대한 두려움과 덧없음을 느끼던 사춘기 소년은 빈센트 반 고흐의 전기를 읽는다. 종교도, 사랑도 고흐를 버린 현실에서 구원을 예술에서 찾아 그림을 신앙으로 여기며 30대 후반의 짧은 삶을 마감한 예술가. 그의 그림에서 슬픔과 고통을 승화시킨 ‘화려한 고독의 노란색’을 발견했을 때, K의 운명은 그쪽 길로 줄달음치고 있었다.

   
▲ 부산시립미술관에서 감동한 그림. Le Huy Hoa (레 휘 화)/베트남의 어머니

예술대학에 진학해 ‘예술을 위한 예술’에 천착해 가던 청년은 인문대학 선배로부터 책을 선물 받고 ‘예술의 사회성’에 대한 긴 고민을 한다. 대학 교정이 최루탄 내음으로 진동하던 시절. 부조리한 시대상황을 외면할 수 없는 대학생들이 누군가를 향해 본분이탈을 경고하던 때라 ‘해방 후 한국 학생 운동사’는 충격이었다. 대학 운동권이 아니라도 시대정신에 대해 관심이 있다면 꼭 읽어보라며 선배가 권한 책 속에는 꽃다운 젊은 나이를 피어보지도 못한 채 스러져간 대학생들의 불의에 대한 저항과 죽음이 담겨 있었다.

그 후, K는 그림을 그리는 화가들과 주변 사람들만의 화랑 전시, 그들만의 축하, 경력으로 화단이나 학계 진출의 디딤돌로 생각하는 개인적 문화풍토 등 다람쥐 쳇바퀴 같은 예술환경을 거부해 대학 내 동아리를 만들고, 학생회장으로 출마하고, '부산 미술대학인 연합회'도 조직하여 “시민과 함께하는 미술”을 표방하며 활동한다. 또한, 대학문화에서 느낀 문제점 중 전공 분야인 미술과 타 예술과의 벽을 허물기 위해 국악, 음악, 무용 등 예술 장르 간의 ‘통섭’도 시도해 종합예술제 등 많은 행사를 기획하고, 대학 졸업 후에는 문화운동을 하기 위해 예술문화원을 운영하며 문화단체를 조직한다.

   
▲ 김형석/청마를 그리며-광야

수많은 성취와 오욕, 시행착오를 경험하다 불혹의 나이에 문화재단에 근무하게 된 K는 30년 전의 서글픈 기억을 다시 떠올린다. 외교통상부 장관 딸의 특혜 문제로 촉발된 ‘공정한 사회’란 유행어에 ‘정직한 사람이 잘사는 사회’가 오버랩 되었기 때문이다.

도시 곳곳 대형 간판이나 소공원의 화강암 원석에 쓰여 있던 표어 ‘정직한 사람이 잘사는 사회’를 볼 때마다 K는 부끄러웠다. “정직하면 잘살기 어려운 세상.”이라고 느껴졌다. 외국인 친구가 물었을 땐 거짓말을 했다. 당시는 체육관 선거를 통해 출범한 ‘정의’로운 군인 출신들의 정권. 그들은 ‘선진조국 창조’라는 국정지표 아래 ‘정의사회 구현’과 ‘복지국가 건설’을 국정목표로 내걸었다.

경술국치 100년 후 G20 정상회의를 개최하는 위대한(?) 대한민국. 외무부 특채 의혹의 불길이 전국 지자체로 번지고 있다. “나가 하면 사랑, 너가 하면 불륜.”이라며 국민들의 냉소는 여당, 야당을 가리지 않는다. 희망과 감동이 없는 정치는 제3의 정치세력 태동을 기다린다.

우리 사회가 공정치 않았다는 방증이라도 하듯 청와대가 추진하려는 ‘공정한 사회’의 개념을 3가지로 요약했는데 '자유롭고 창의적인 사회, 개천에서 용이 나는 사회, 사회적 책임을 지는 사회'란다. K는 그 중 개천에서 용이 나는 사회에는 이의를 제기한다.

계급투쟁 사회도 아닌데 신분상승을 부추기는 말 같아 안쓰럽다. 등용문 공직자들의 우월적 상전의식과 권위의식이 배어 있는 것 같다면 과민반응일까. 발상의 전환은 임기응변으로 하지 말자. 개천에서 용이 나는 사회보다 개천의 미꾸라지들이 함께 행복한 사회를 만들어야 한다. 서울특별시민이 아니라도 지방의 보통사람도 삶을 즐기며 문화를 누리며 사는 진정한 공동체를 원한다.

   
▲ 거제도 둔덕골, 청마기념관에서

‘해방 후 한국 학생 운동사’는 시대와 불화했던 이재오 장관이 쓴 책이다. 왕의 남자가 쓴 책 때문에 독재에 항거한 수많은 대학생들과 동경하던 예술가의 길을 버리고 붓을 꺾은 시민 K. 그들을 생각해 ‘들러리 선 탈락자들 참담한 심정 헤아려봤는가’라는 중앙언론사의 사설은 읽지 않게 해 주시라.

왕의 남자들이여! 아니면 차라리, 제발, 코드인사나 특혜 채용하시라. 담대하게! 공개적으로! 특정인 내정으로, 무늬만 공모로 수많은 젊은이들이 ‘희망고문’은 당하지 않도록. 그런 후, 겸허히 다음 선거 결과도 예측해 보시길.

*거제문화예술회관 관장으로서의 마지막 문화칼럼입니다. 그 동안 부박한 졸필을 읽어주신 거제시민께 감사드립니다.

뉴스앤거제  nng@newsngeoj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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