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수연 윤원기 / 뉴스앤거제 칼럼위원

겨울이 지나고 봄이 오는 길목에서 꽃샘추위가 한두차례 있다. 거제는 봄이 왔지만 얇은 봄 옷으로 견디기에는 약간 춥다. 3월에 감기환자들이 많다고 한다. 외지에 갓 온 사람들은 남쪽나라 인 거제의 봄은 왜 춥지하고 의아해 한다. 오래 거제에 사신 분들은 4월초까지 봄날씨 치고는 약간 춥다가 4월 중순부터 여름으로 곧바로 가는 것이 거제의 봄특성이라고 한다. 바닷바람과 산바람이 그 원인인듯 하다.

그래도 거제의 봄은 2월부터 화려하다. 동백꽃부터 매화꽃, 수선화꽃, 개나리꽃, 목련꽃,진달래꽃 등 꽃들이 산과 바닷가를 수놓는다. 봄풀이 솟아오르고 나날이 나무가 푸르러 간다.

거제에는 2월부터 봄이 서서히 온다. 거제 등 바다가 있는 남쪽지역에 꼭 맞는 제철음식을 즐긴다. 도다리쑥국, 멸치쌈밥 등이다. 지인에게 왜 유명한가 라고 물어봤더니 내륙지방에는 봄날 쑥은 흔해도 갓 잡은 도다리가 없고, 쌈은 있어도 싱싱하고 통통한 멸치가 없다고 한다. 바닷가이기에 맛볼 수 있는 행복이다. 적시적소의 음식이고 현지에서 즐겨야만 제 맛이 나는 음식인 것이다.

도다리쑥국부터 먹어보자.

살이 통통하게 오른 제철 도다리와 봄내음 가득한 쑥을 함께 끓여낸 도다리쑥국은 봄을 생생하게 오감으로 느끼는 음식이다. 낚시로 펄펄 뛰는 도다리를 잡아 바람이 부는 들판에서 쑥쑥 자라는 쑥을 캐와서 만든 도다리쑥국을 즐길 수 있다는 것이 바닷가 사람만의 봄맞이 방법이다.

한대접이라 양도 푸짐하여 다른 음식보다 오래 먹는다. 한 그릇을 다 비우고 나면 지난겨울의 묶은 기운을 없애고 신선하고 밝은 기운이 몸 안에 채워지는 듯하다. 도다리쑥국 한 그릇이면 없던 입맛이 돌아온다. 겨울을 보내고 상큼한 봄을 몸에 채우는 것이다. 한번 맛본 사람들은 봄날 어디에 있어도 도다리쑥국을 생각하면 입에 침이 한가득 고인다고 한다.



다음은 멸치쌈밥을 먹어보자.

멸치쌈밥을 먹자라는 얘기를 처음 들었을 때, 멸치김밥처럼 볶은 멸치를 상추에 싸먹는 구나라고 하면서 별맛이 있겠냐하고 주저했다. 무엇이냐고 묻었더니 한번 맛보면 안다고 한다. 멸치쌈밥을 먹은 것은 이제까자 살면서 굳어진 멸치먹는 방법(가끔 회로 먹고 평소에는 마른 멸치를 볶아 먹거나 고추장을 찍어서 먹는다)에 대한 고정관념을 확 바뀌어 놓는 작은 사건이다.

굵은 생멸치를 조린 찌게로 밥을 상추나 깻잎에 싸먹는 것이었다. 끼게의 맛은 얼큰하게 끊이는데 있다. 멸치찌게도 예외가 될 수 없었다. 멸치는 칼슘이 많은데다 뼈 채 먹을 만큼 연하다. 봄멸치가 제철이다. 이때가 가장 맛있고 영양이 월등하다.

봄날 멸치나 도다리를 먹는 것은 상큼한 봄바다를 한가득 담는 것이다. 거제가 좋은 이유가 또 생겼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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