4.27 도의원 재선거일이 이틀 앞으로 다가왔다. 유세차량에서 쉰 목소리로 한표를 호소하는 후보들의 절규는 측은하기까지 한다. 선거전이란 게 다 그렇지만, 이번 선거전은 특히 더 치열하다. 이번 선거에 지역정치 제 세력의 사활이 걸려 있기 때문이다. 겉으론 조용한 것 같지만, 안을 들여다 보면 말 그대로 혈투다.

종반으로 접어들면서 네거티브 공세도 부쩍 늘었다. 토론회 참여문제로 한 차례 날선 공방이 오가더니, 급기야 세금문제에서 음주운전 이력까지 시시콜콜한 내용까지 다 나오고 있다. '네가 죽어야 내가 산다'는 생각 탓에 피아구분도 없다. 조식의 칠언시를 연상할 만큼, 같은 뿌리의 후보라도 자신에게 짐이 되면 상대의 치부는 전부 다 들춰 내자는 식이다. 

후보자 저마다 내세우는 선거전 이슈와 전략도 제각각이다. 한나라당 박행용 후보는 30여년 공직경험자로서의 인물론을 강조하며  당 조직에 큰 기대를 걸고 있다. 반면, 민노당 이길종 후보는 재선거 원인을 제공한 한나라당 심판론을 강조하며 지지층 결집을 호소하고 있다.

 

무소속 김창성 후보는 학벌 스펙 우위를 바탕으로 한 똑똑한 인물론과 후보자 중 유일한 지역토박이 임을 강조하고 있고, 무소속 이태재 후보는 조선을 알아야 지역정치 지도자가 될 수 있다는 이른바 조선맨을 강조하고 있다. 무소속 황양득 후보는 육사출신 반듯한 후보임을 강조하며, 턱걸이 유세를 통한 강한 체력도 과시하고 있다.

종반판세
지금까지의 선거전 대다수는 지역정서에 편승한 한나라당 후보의 압도적 우위로 진행됐다. 그러나 이번은 달랐다. 후보등록 시작부터 그랬다. 야4당 단일후보와 한나라당 후보가 팽팽한 2강 구도를 형성한 가운데, 무소속 주자들이 이들을 추격하는 양상으로 전개되고 있다.

지금까지의 판세를 객관적으로 정확히 읽기는 쉽지 않다. 하지만 각 캠프측 분석 및 한나라당 여의도연구소에서 흘러나온 여론조사 등을 종합하면, 종반판세는 '2강1중2약' 구도가 대체적인 시각이다. 다만, 강과 약의 격차가 그다지 크지 않다는 점이다. 투표율에 따라서 결과는 얼마든지 바뀔 수 있다고 보고 있다.

특히 2강으로 꼽히는 한나라당 박행용 후보와 민노당 이길종 후보의 지지세가 일정 선에서 등락을 반복하는 반면, 선거전 종반으로 오면서 뒤쳐져 있던 무소속 후보들이 뒷심을 발휘하는 분위기가 뚜렷이 감지되고 있다.

지난 08년 도의원 보궐선거 당시 제1선거구 투표율은 26.5%였다. 당시 선거구는 일운~사등까지 외곽지역이 포함됐지만, 이번엔 구 신현지역이 따로 떨어진 단독 선거구다. 당시 구 신현지역 투표율은 20%가 채 안됐다. 그러나 이번 선거는 지역정치권 제 세력 대부분이 직·간접 개입하면서, 투표율도 덩달아 다소 오를 것으로 예측된다.

▲ 25일 모후보 선거유세전에 모인 청중 및 지지자들

정치역학
어느 때보다 힘든 싸움을 벌이고 있는 한나라당의 입장은 매우 복잡하다. 재선거 원인제공 당이라는 점에서 처신도 매우 어려운 편이다. 선거전이 종반에 이른 지금까지 윤영 국회의원이 선거전 전면에 직접 나서지 못하고 있는 것도 이 때문이다.

내년 총선을 준비하는 한나라당 주자군 중 한나라당 박행용 후보를 지지하지 않는 사람은 아무도 없다. 다만, 박 후보의 당락여부에 따른 직접적인 부담은 윤영 국회의원이 가장 많이 지고 있다. 김현철 여연 부소장이나 진성진 변호사에겐 박 후보의 승리가 필요조건이지만, 윤영 의원에게는 필요조건을 넘는 절대조건이다. 윤 의원 입장에선 그만큼 절실한 문제다.

2강구도의 한 축인 민노당 이길종 후보의 부담 또한 만만찮다. 선거전 초반 야권단일후보라는 호재 속에 선두를 달렸지만, 종반으로 오면서 한나라당 박행용 후보와 피말리는 접전구도로 바뀐 흐름이다. 자체조사 결과를 바탕으로 여유있는 승리를 장담하지만, 속을 더 들여다 보면 그렇게 여유롭지는 않아 보인다.

민노당 입장에선 '한나라당의 선거원인 제공'이라는 호재(?) 속에 야권단일후보라는 전에 없던 정치적 성과까지 챙겼다는 점에서 이번엔 반드시 당선돼야 한다는 압박을 받고 있다. 야권단일후보로 선정된 이길종 후보의 당선은 향후 야권연대, 나아가 지역정치판도에도 상당한 영향을 줄 수 있지만, 반대로 낙선되면 앞으로의 야권연대는 사실상 불가능할지 모르고, 그 책임 또한 고스란히 떠안을 수 밖에 없는 절박성을 동시에 품고 있다.

나머지 무소속 주자들의 선전여부도 지역정치권에 적잖은 영향을 미칠 것으로 보인다. 특히 막판 뒷심을 발휘하고 있는 김창성 후보가 당선될 경우 내년 총선주자들의 연대제의 0순위로 부상하며, 몸값(?)이 천정부지로 치솟을 가능성이 매우 높다. 반면 낙선할 경우 '탈당'의 오명 속에 김 후보의 정치적 입지가 크게 위축될 것으로 보인다.

당선권은 몇표?
이번 재선거 총 유권자는 모두 7만2,014명(부재자 723명). 지역별로는 고현동 2만8,548명(39.6%), 장평동 1만9,939명(27.7%), 상문동 1만4,163명(19.7%), 수양동 9,364명(13%)으로 나뉜다.

이 중 얼마정도가 이번 선거전 투표에 참여할까. 각 후보측은 지난 08년 보궐선거 당시 투표율(전체 26.5%, 구 신현지역 19.7%)은 넘어설 것으로 예측하고 있다. 대부분 최소 30%에서 35%정도를 예상한다. 투표마감 시한이 종전 저녁 6시에서 저녁 8시로 2시간이 더 늘어난 탓이다. 퇴근 후 근로자들의 투표참가율이 많을 경우 40%대에 육박할 수 있다는 기대 섞인 전망도 일부에선 하고 있다.

투표율이 30%면 총투표자는 2만1,604명, 35%면 2만5,204명이다. 반면 투표율이 25%에 그칠경우 1만8,003명, 08년 도의원 보궐선거와 같은 26.5%일 경우 1만9,084명에 그친다. 현재의 분위기로 봐서는 총투표자수는 2만~2만5,000명 정도에 이를 공산이 높아 보인다.

지금까지의 여론조사 결과 현재의 주자 5명 모두가 최소 10% 정도의 지지율은 받고 있는 것으로 알려지고 있다. 다시말해 주자 전부 2,000여표 이상은 얻는다고 봐야 한다. 20% 지지율은 4,000표 초반대다. 30%면 약7,000표 정도에 이른다.

한나라당 여의도연구소 여론조사 결과 어느 누구도 30% 이상의 지지율을 얻은 후보는 지금까지 아무도 없는 것으로 알려지고 있다. 따라서 이번 선거전 당선권은 당초 예상보다 다소 높아진 6,500표 안팎에 이를 공산이 무척 높아 보인다.

 

신기방 기자  nng@newsngeoj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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