거제 남부면 일대에 고구마 비상이 걸렸다. 7, 8월 고구마가 수확되기도 전 멧돼지, 고라니 등 야생동물이 산에서 내려와 몽땅 파먹고 있기 때문.

원 모(50·다포마을)씨는 지난해 약 300평의 밭에 고구마를 심었으나 채 살찌우지도 못한 고구마를 멧돼지에게 바쳐(?)야 했다.

원씨는 “작년에 멧돼지가 고구마를 다 파먹어서 올해는 옥수수를 심었는데 그것마저 싹쓸이 해간다”며 “들짐승들이 손대기 전에 우리가 먼저 익지도 않은 것을 수확해야 된다”고 난감해 했다.

저구마을의 김모(70) 노인의 고구마 밭 역시 엉망진창. 고구마줄기들이 줄줄이 파헤쳐 졌고 밭은 온통 멧돼지 발자국으로 어지럽혀졌다. 멧돼지를 실제 목격한 김 노인은 감히 쫒을 엄두도 나지 않았다고.

다행히 멧돼지가 먼저 사람을 피해 산속 깊이 도망쳐 위험한 상황을 벗어날 수 있었다며 가슴을 쓸어 내렸다.
 
이웃 밭에서는 야생동물을 쫒기 위해 고무타이어를 태워 연기를 피우고 대형견을 밭에 들이는 등 온갖 노력을 해봤지만 모두가 허사였다고 한다.

거제지역 대다수 농가가 멧돼지, 고라니 등의 야생동물에 피해를 입고 있으나 특히 남부면 일부 마을은 한려해상국립공원에 포함돼 포획조차 할 수 없는 실정이다.

시 관계자는 “국립공원 내 야생조수는 공원 측에서 포획을 엄격히 금지, 예외적으로 지난해 8월 국립공원지역에 속한 U2기지에 멧돼지가 출몰해 철조망을 훼손시키고 기지 내부로까지 들어와 공포감을 조성해 어렵게 포획허가를 받아냈을 뿐”이라며 “08년 지심도에 출몰한 멧돼지 한 마리에 대해서는 생포 후 타지역으로 항공운송하라는 등 엄격히 통제하고 있어 시나 면에서도 상당히 난감한 입장”이라고 난색을 표했다.

시 관계자는 다만 “포획이 금지된 국립공원지역에서 발생한 피해에 대해서는 보상금 지급 또는 예방시설 설치비용의 60%를 지원하는 등 다각도로 대책을 세우고 있다”고 전했다. 시는 매년 1월 각 면에 공문을 발송해 피해신고를 10월 말까지 접수받은 후 11월 심의위원회를 거쳐 12월 일괄적으로 보상금을 지급하고 있다. 지난해 접수된 신고건수는 총300여건으로 4000여만 원의 보상금이 지급됐다.

시는 유해조수로 인한 피해가 해마다 심각해져 올해는 관련조례를 일부 개정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새거제신문 조행성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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