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내리막길 곡선주로가 거의 평면으로 시공된 송정IC 옥방방향 램프. 육안으로 볼 때 도로 기울기가 거의 없는 평면 시공됐다. 이 때문에 진입차량들 마다 원심력에 의해 좌측으로 심하게 휘청거릴 수 밖에 없다. 중앙분리대 턱받이가 차량에 부딪친 흔적으로 빼꼼한 곳이 없을 정도다.

거가대교 송정IC 옥포방향 램프의 치명적 시공결함이 운전자들을 죽음의 공포 속으로 몰아넣고 있다. 직선주로 내리막길에서 급하게 꺾이는 회전구간임에도, 노면 구배(기울기)가 거의 없는 평면 상태인, 이른바 ‘역 구배’로 시공됐기 때문이다.

이같은 회전구간 역 구배는 중앙분리대 턱과 살짝만 부딪쳐도 원심력에 의해 차량이 반대차로로 튕겨져 버린다. 실로 위험천만한 도로다. 이렇게 엉터리로 시공된 송정IC 옥포방향 램프는 개통 1년이 다된 지금까지 그대로 방치되면서 크고 작은 사고가 끊이질 않았고, 결국 결혼을 앞둔 건실한 젊은 청년 한사람을 기어이 객사(客死)시키고야 말았다.

▲ 하늘에서 본 송정IC 옥포방향 램프(둥근 원). 직선주로 내리막길이 300m가량 이어지다 우쪽으로 꺾이는 회전반경이 지나치게 짧다. 토목전문가들은 정상적인 시공이라면 좌측 송정골프연습장(초록색 부분)까지 더 넓게 곡선주로 반경이 확대 설계돼야 한다고 지적했다.

거가대교 개통맞춘 엉터리 시공
끊임없는 사고에 결국 목숨까지

거가대교를 연결하는 시작점이자 끝 지점인 송정IC. 이 구간이 정식 개통된 건 지난해 12월13일이다. 그해 10월까지도 부지하세월이던 송정IC램프는 거가대교 개통 일정에 맞추느라 쫓기듯 급하게 막판 공사가 이뤄졌고 개통 직전 준공검사가 떨어졌다. 준공 및 개통 뒤에도 한참이나 마무리 손질이 이어졌다.

문제는 이렇게 급하게 시공된 옥포방향 램프 회전구간이 치명적인 시공결함을 안고 있다는 점이다. 직선주로 내리막길에서 급하게 꺾이는 회전구간은 차량의 진행방향과 궤를 같이하는 좌우 기울기를 줘야 하지만, 되레 거의 평면에 가깝게 시공한 것. 이른바 역 구배다. 이러다보니 내리막길에서 우회전하는 차량마다 구심력을 잃고 원심력(바깥으로 쏠리는 힘)에 의해 중앙분리대 방향으로 심하게 휘청거리게 된다.

▲ 급 커브 지점에서 물을 쏟으니, 반대방향이 아닌 45도 방향으로 흘러내렸다.

송정IC옥포램프의 시공결함은 기자의 현장 실험에서도 확인됐다. 급 커브 지점 회전구간 좌측에서 물을 쏟으니, 오른쪽이 아닌 아래쪽 45도 방향으로 천천히 흘렀다. 도로 기울기를 줬다면 물은 쏟은 지점 반대쪽으로 흘러야 정상이다. 그러나 거의 평면으로 시공하다 보니, 내리막길 경사에 영향을 받아 아래쪽으로 흐른 것이다.

송정IC 옥포램프의 이같은 치명적 시공결함은 당초 설계가 잘못된 것인지, 시공사가 설계대로 시공하지 않은 것인지는 불분명하다. 도로관리 주체가 경남도다 보니 거제시에 설계도면이 없어 현재로선 알 수가 없다. 그러나 시속 80㎞로 달리는 내리막길 직선주로가 약300m가량 이어지다 우측으로 도는 회전반경이 너무 좁게 시공됐다는 점에서, 인접한 송정골프연습장을 피하기 위해 의도적인 설계변경 또는 축소가 이뤄졌을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

더 큰 문제는 설령 이같은 설계변경(또는 엉터리 시공)을 통한 회전반경 축소가 있었더라도, 도로 회전축을 감안한 기울기를 더 크게 줘야 하는데, 실제는 거의 기울기 없는 평면 상태나 다름없게 시공했다는 점이다. 물리학적 관점에서, 진입차량의 원심력 팽창에 따른 충돌사고가 불 보듯 한데도, 이를 무시한 격이다. 결과적으로 차량운전자들이 사고로 죽든 말든, 차가 다니는 길만 뚫으면 그만이라는 생각이 아니고서야 있을 수 없는 일이다.

준공당시 경남도에서 설계도면을 토대로 안전기준에 맞게 시공됐는지에 대한 면밀한 검토가 있었는지는 의문이다. 현재의 도로사정에 비춰 이 같은 안전기준은 깡그리 무시됐을 공산이 높다. 단지 거가대교 개통일정에 맞춰 차질 없이 차량이 드나들 수 있는지에만 초점이 맞춰졌다고 봐야 한다. 지금의 송정IC 회전구간 역 구배 시공이 그대로 묵인된 걸 보면 쉽게 짐작할 수 있는 대목이다.

거제지역 토목전문기술공사관계자 K씨는 “송정IC 옥포방향 램프의 정상적인 회전반경은 차량속도(시속80㎞구간)나 내리막길 직선주로 거리(터널부터 약300m) 등을 감안할 때 송정골프장까지 넓히는 게 맞다 ”며 “지금의 도로구조는 현지여건을 감안해 설계를 축소했을 가능성이 높아 보인다”고 진단했다.

K씨는 특히 “설령 설계를 변경해 시공하더라도, 내리막길 도로에서 급하게 꺽이는 회전반경 진입노면을 평면이나 다름없는 역 구배로 시공했다는 건 이해할 수 없는 일”이라며 “정상적이라면 회전구간 좌측노면(운전석 방향)을 최소 4%까지 높여 차량 진입 시 구심력과 원심력이 균형을 이루도록 해야 한다”고 말했다. 지금 같은 거의 평면이나 다름없는 회전반경 노면은 차량이 구심력을 잃고 원심력에 의해 좌측방향으로 급격하게 기울어지게 된다는 것. 이런 경우 차량이 중앙분리대 턱과 살짝만 부딪쳐도 중앙선 반대방향으로 튕겨져 버린다는 게 K씨의 설명.

▲ 급 커브지점 아랫쪽에 본 도로구배. 육안으로 볼 때 거의 수평으로 시공됐다.

실제로 20일 새벽 송정IC 옥포방향 램프에서 발생한 사망사고는 급 커브 구간 역 구배 시공이 불러온 전형적인 참사였다. 사망자 윤 씨의 잘못은 직선주로 내리막길에서 잠깐 졸았다는 게 전부였다. 그러나 윤 씨가 깜빡 존 사이, 내리막길을 달리던 차량은 급 커브 지점 중앙분리대 턱과 충돌했고, 차량은 원심력에 의해 그대로 튕겨 올라 40m가량 떨어진 반대차로 갓길 난간에 부딪친 뒤, 다시 낙석방지 철망을 타고 20m를 더 전진하다 전복됐다.

비단 이번 사고뿐만이 아니었다. 개통 1년이 채 안된 옥포램프 회전구간 중앙분리대 턱은 좌측으로 밀린 차량들의 충돌흔적이 곳곳에 남아, 멀쩡한 곳이 한군데도 없을 정도다. 중앙분리대 가드레일(철제난간)은 추돌사고로 부서져 새것으로 교체한 흔적이 곳곳에 보인다, 일부는 아예 찌그러진 그대로 방치돼 있다. 이곳이 마(魔)의 구간임을 도로현장 상태가 생생하게 역설해 주고 있는 셈이다.

치명적 시공결함 왜 지금껏 방치했나
관리책임 거제시도 자유로울 수 없다

▲ 현장을 관찰하는 관계공무원들

치명적 시공결함을 안고 개통된 송정IC 옥포방향 램프는 개통1년이 다된 지금까지 아무런 안전조치 없이 방치돼 있었다. 회전구간 중앙분리대 턱이 누더기가 될 정도로 크고 작은 사고가 많았는데도, 그 흔한 입간판 하나 세우지 않았다. 왜 그랬을까.

가장 큰 이유는 도로관리주체인 경남도가 이같은 실태파악을 제대로 못했기 때문일 가능성이 높다. 특히 웬만한 토목전문가라면 쉽게 발견했을 시공결함을 지금까지 몰랐다는 건 준공검사관 조차 현장을 제대로 둘러보지 않았다는 명백한 증거다. 개통이 급해 서둘러 준공했더라도, 현장실태를 제대로 살폈다면, 그 후라도 보완조치가 뒤따라야 했었지만, 그렇게 하지 않은 것이 이를 반증한다.

20일 새벽 윤 씨의 사망사고 직전까지 잦은 추돌사고만 있었을 뿐, 여론을 환기할 대형 참사가 없었다는 점도, 별도의 안전조치 보강이 이뤄지지 않은 큰 이유다. 이것이 다행인지 불행인지 아리송하지만, 문제가 불거지지 않으면 나서지 않는 행정력의 한계를 그대로 보여준다. 이곳을 지나친 수많은 운전자들 또한 시공결함에 따른 도로의 위험성은 알고 있으면서도, 누구 한사람 나서 문제를 제기하지 않았던 것도, 결과적으로 ‘마의구간 방치’에 한 몫을 했다고 볼 수 있다.

거제시나 경찰도 도로관리 책임 면에서 결코 자유로울 수 없다. 옥포방향 램프 중앙 가드레일의 잦은 교체나 충돌흔적 등으로 미뤄, 시 담당부서나 경찰에서도 현장실태를 어느 정도 파악하고 있었을 것이다. 그러나 도로관리 주체가 경남도라는 이유로 별다를 조치를 취하지 않았다. 더구나 크고 작은 사고가 1년 내내 계속됐음에도 ‘이곳이 사고다발지역이고, 따라서 도로보완 조치가 시급하다’는 사실을 상급기관에 보고했는지 조차 의문이다.

“거제시민 안전이 최 우선이다”
뒤늦게 도로보완 자청한 거제시

송정IC 옥포램프 사망사고가 난 직후인 지난 24일, 거제시 도로과 관계자들이 현장을 찾았다. 사고지점의 도로구배는 물론 내리막길 차량들의 원심력 추이도 면밀히 체크했다.

▲ 지난 24일 권정호 도로과장(맨 오른쪽) 등이 옥포방향 램프 현장을 찾아 도로상태를 면밀히 체크하고 있다.

현장을 둘러본 권정호 도로과장은 “곡선주로에 통상 2% 정도의 구배(기울기)를 준다. 특히 옥포방향 램프처럼 내리막길 직선 주로에서 심하게 꺾이는 급회전 구간은 (기울기를)4% 이상을 줘야 하는데, 육안으로 봤을 때 거의 평면에 가깝게 시공됐다”며 시공결함을 인정했다.

권 과장은 “시공결함을 확인한 만큼 거제시민의 안전을 위해서라도 시급히 도로 보완작업에 착수할 것”이라며 “경남도에도 긴급 공문을 보내겠지만, 예산반영이 늦어질 것에 대비, 시비를 우선 투입해 기본적인 안전시설을 갖춘 뒤, 나중에 정산토록 할 작정”이라고 말했다.

도로보완 작업과 관련, 권 과장은 “직선주로 하단에 미끄럼방지 턱을 설치하고, 회전구간 노면을 전부 파낸 뒤, 구배도 새로 조정해야 할 것 같다”고 말했다. 권 과장은 이 밖에도 ‘사고다발지역’ 및 ‘곡선부 급 커브’ 안내 푯말을 설치해 운전자들이 사전에 위험 도로임을 인지할 수 있도록 할 작정이라고 밝혔다. 직선주로에 과속방지턱을 설치, 곡선로 진입전 차량속도를 늦추는 방안도 검토할 것이라고 덧붙여 설명했다. 경찰에서도 직선주로 내리막길에 속도위반 CC-TV를 설치할 예정이다.

한편, 20일 사고로 사망한 윤 모씨 유족측은 윤 씨의 사고가 도로시공의 치명적 결함에 따른 영향이 큰 만큼, 도로관리 주체인 경남도들 상대로 피해보상 소송을 준비 중인 것으로 알려져, 그 결과가 주목된다.

신기방 기자  nng@newsngeoj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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