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반기 이후 물량배정 격감
업체들 마다 물량확보 비상

지역 내 조선기자재 업체들에 따르면 올 하반기부터 양대 조선의 지역업체 물량배정이 크게 줄어 전체 생산능력의 70% 수준에 그치고 있다. 공장증설과 이에따른 인력을 확보했는데도, 물량배정이 이같은 설비수준에 크게 못 미치고 있다는 것.

이 때문에 업체들마다 관리비용만 늘어나면서 회사가 부도직전까지 몰리는 심각한 운영난을 겪고 있다. 이같은 쥐꼬리 물량공급은 조선경기 둔화가 본격화되는 내년이면 더 심화될 것으로 알려져, 자칫 조선산업 실핏줄인 중소 조선기자재업체의 연쇄도산까지 우려된다.

실제로 올 하반기 들어 일부 조선기자재 업체의 운영난에 따른 부도설이 항간에 파다했고, 일부업체는 생산비 절감 등의 자구노력을 통해 근근히 연명하고 있을 정도다. 운영난을 견디다 못해 공장을 팔고 땅값이 싼 고성 등지로 일터를 옮긴 업체도 제법 된다.

관행화된 전관예우 물량배정 탓에
대우40%, 삼성25%만  거제지역에 안배

이처럼 양대 조선의 물량배정이 줄어든 데는, 최근의 세계경제 위기와 맞물린 선박수주 둔화가 우선 작용했다. 그러나, 양대 조선이 관내 업체와 외지업체에 떡고물 나눠주듯 일정한 비율로 물량을 배정하는 기존 관행을 깨지 못하고 있는 것도 큰 이유다.

물량배정과 관련, 업계관계자들의 말을 종합하면 대우조선은 외부위탁 제작물량의 40%만 지역 업체에 배정하고 나머지 60%는 외지업체에 할당하고 있다. 삼성조선은 거제, 함안, 김해, 부산 등 지역별로 25% 안팎에서 물량을 조정, 물량배정에서 대우보다 지역업체에 훨씬 더 인색하다.

반면, 양대 조선은 건조일정에 필요한 긴급물량은 언제나 거제지역 업체에 맡긴다. 외지보다 통상 3~4일은 시간을 더 단축시킬 수 있기 때문이다. 결국 모기업이 필요로 할 때는 거제지역 업체의 의지하면서, 정작 물성 좋은 물량배정에는 아무런 배려없이 기존 관행만 고집하는 것이나 다름없다.

여기에는 모기업 임원출신이 운영하는 업체에 대한 전관예우 관행이 크게 한몫하고 있다. 조선경기 둔화로 전체 물량이 줄었다 하더라도, 거제지역 업체와 외지업체의 물량배정 관행이 전혀 바뀌지 않는 것도, 결국 이같은 낡은 관행 때문이다.

특히 이들 임원출신들이 지가가 높고 공장설립이 쉽지 않은 거제보다, 공장설립 조건이 훨씬 유리한 함안, 김해 등지에서 창업할 경우, 그 폐해는 고스란히 지역업체 부담으로 돌아오게 된다.

오비공단에서 기자재업체를 운영하고 있는 A씨는 “현재 모기업에서 주는 물량은 생산능력의 절반을 약간 웃도는 수준”이라며 “처리능력이 충분한 지역 업체가 물량이 없어 죽을 지경인데도, 굳이 비싼 물류비까지 감내하며 외지업체에 절반이 넘는 물량을 배정하는 게 맞는 이치냐”고 하소연했다.

A씨는 특히 “거제지역이나 외지업체에 똑같은 물량을 배정하면, 업체들이 굳이 거제에다 공장을 지을 이유가 없지 않느냐”며 “모기업이 기존관행을 바꿔 거제지역 업체에 우선적으로 물량을 배정한다면, 외지에 있는 공장들도 거제로 오기위해 안달날 것이고, 이는 결국 지역경제 활성화로 이어지게 될 것”이라고 강조했다.

사등 성내공단에서 업체를 운영하는 B모씨도 “모기업 물량배정은 거제지역 업체들에게 생산능력 한도 내에서 최대한 우선적으로 배려하고, 나머지 물량은 외지로 보내는 물량배정 시스템 개선이 시급하다”며 “그것만이 운송비 절감 및 긴급물량 소화 등 생산능률을 최대한 높이고, 고용창출 및 동반성장 등 지역경제에도 크게 이바지하는 길”이라고 주장했다.

▲ 지난1월 남상태 대우조선 사장이 협력사 대표들이 참석한 신년회에서 상생 방안을 발표하고 있다

권민호 시장체제 출범이후 새로 조직된 조선산업지원과는 조선산업의 실핏줄인 관내 중소 조선기자재업체의 경쟁력 지원이 주 임무다. 시는 그동안 조선산업지원과를 통해 지역중소업체의 공장설립 업무 등을 최대한 지원했고, 모기업과 지역 중소업체간 소통도 중재했다.

그러나, 지역중소업체들이 정작 목말라 하는 물량배정에서 기존 관행은 전혀 바뀌지 않았다. 조선소 전체 물량이 줄어들었고, 향후 전망도 그다지 좋지 않다는 점에서 되레 더 악화되는 추세다.

따라서 지역경제활성화 및 동반성장 차원에서 거제시가 가장 관심을 갖고 접근해야 할 부분은 바로 ‘물량조정’ 부문이라고 업계관계자들은 입은 모은다. 생산설비와 인력을 갖춘 지역 업체들이 물량이 없어 극심한 운영난을 겪고 있는 현실을 감안, 당장이라도 외지물량을 거제로 돌리는 업무조정 작업에 거제시가 나서야 한다는 설명이다.

이와관련 조선산업지원과 관계자는 “양대조선과 지금까지 수차례 간담회를 통해 지역 중소업체와의 동반성장을 촉구한 바 있다”며 “최근 생산물량 감소에 따른 중소업체의 운영난을 보다 면밀히 파악한 뒤, 모기업과 협력사가 함께하는 별도의 간담회를 주선해, 보다 근원적인 문제해결에 나설 방침”이라고 말했다.
 

신기방 기자  nng@newsngeoj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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