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후보자 연설을 듣고 있는 청중들(자료사진)

2012 임진년 ‘흑룡’(黑龍)의 해가 밝았다. 올해는 20년 만에 총선과 대선이 연이어 치러지는 이른바 ‘선거의 해’다. 4월 국회의원 선거는 지역정치판의 향후 4년을 결정짓고, 연말 대선은 향후 5년간의 국가 틀을 결정짓는다. 새해들어 지역정가도 총선체제로 급격히 전환되고 있다. 예비후보 등록을 마친 주자들은 일찌감치 표밭갈이에 나섰고, 등록을 미룬 주자들도 이달초순, 늦어도 설 연휴 전에는 예비후보로 등록한다는 복안이다. 당내 예선통과가 무엇보다 중요한 만큼, 각 진영마다 경선준비에 박차를 가하는 분위기다.

중앙정치권 화두는 여권 ‘쇄신’ VS 야권 ‘통합’

최근 중앙정치권의 최대화두는 여권에선 ‘쇄신’이, 야권에선 ‘통합’이 꼽힌다. 우선 한나라당은 쇄신론을 앞세운 비상대책위원회 출범에 따른 내홍이 예사롭지 않다. MB정부 들어 4년넘게 물밑 잠행을 해오던 박근혜 전 대표가, 비대위원장으로 당의 전면에 나서면서, 당내 역학구도가 뿌리 채 흔들리고 있기 때문이다.

특히 박근혜 비대위원장이 철저한 ‘기득권 배제’를 공언했고, 당 부설 싱크탱크인 여의도연구소도 ‘당 지지도 ±5%’ 논리로 현역의원들을 공천에서 대거 배제시키는 ‘검토의견’을 조만간 비대위에 보고할 예정이다. 여연은 더 나아가 △현역의원이 재판에 계류 중이거나 △재공천시 여론악화로 선거판세에 악영향을 미칠 우려가 있고, △교체지수가 현저히 높은 현역의원을 공천에서 배제시키는 구체적인 방안까지 검토 중이다.

이같은 쇄신론에 대해 물갈이 ‘타킷’으로 떠오른 대다수 영남지역 현역의원들은 강력히 반발하고 있다. 친MB계 의원들은 비대위를 정면 공격하며 당의 ‘분란’을 경고했다. 자칫 집단탈당으로 이어질 불씨가 될 수도 있다. 하지만, 기성 정치권에 대한 유권자들의 불만이 ‘물갈이 공천’에 힘을 실어주고 있어 시간이 갈수록 세대교체 기류에 탄력이 붙는 양상이다.

야권은 통합에 대한 국민적 요구에 밀리다시피하며 자발적인 ‘구조조정’이 이뤄졌다. 중앙정치권에서 시작된 통합 흐름은 민주통합당(민주당+시민통합당+한국노총)과 통합진보당’(민노당+국민참여당+새진보통합연대)으로 재편돼 기존 정치지형이 상당부분 달라졌다. 여러 갈래로 나뉘어 있던 민주·진보진영 세력들이 각자 ‘입맛’에 맞게 ‘따로 또 같이’ 헤쳐모인 것이다.

혁신에 기초한 이번 야권통합은 몸집커진 두 개의 새로운 야당으로 탈바꿈하는 외형적 변화 말고도, 지지율 상승이란 부대효과를 불렀다. 다만, 이같은 ‘컨벤션 효과’(Convention Effect·전당대회나 경선 이후의 지지율 상승현상)가 민주통합당에 비해 통합진보당은 시간이 흐를수록 위축되는 분위기라, 총선까지의 파급력은 좀 더 지켜봐야 할 것 같다.

민주통합당 당권 주자들은 오는 15일 당 대표를 뽑는 전당대회를 앞두고 지지층 결집에 나서고 있고, 통합진보당은 다음달 5일 창당대회를 열어 본격적인 세몰이에 나설 계획이다.

지역 정가도 ‘소용돌이’

중앙정치권의 급격한 환경변화는 지역정가에도 직접적인 영향을 미치고 있다. 여·야 할 것 없이 변화의 흐름에 밀리지 않겠다는 몸부림이 드세다. 1차적 관심은 4.11 총선이다. 특히 설 연휴를 눈앞에 둔 상황에서 총선 주자들 마다 잇단 출마선언 등을 통해 자신의 존재감을 과시하고 있다. 여론조사 경선이 대세인 상황에서 시중여론에 대한 촉각을 세우며, 후보자간 신경전도 마다하지 않는 분위기다.

거제지역구에는 4일 현재 예비후보 등록자만 8명에 이른다. 여당이 3명(진성진, 황수원, 김현철), 야권이 5명(김한표, 김한주, 이세종, 장운, 변광용)이다. 등록을 미룬 주자군(윤영, 설대우, 박종식)까지 합치면 전체 주자는 11명이나 된다. 사람 수로 볼 때 역대 최고 경쟁률이다.

중앙정치권의 합종연횡이 아직까지 불투명하지만, 현재의 구도에서 야권의 후보단일화와 여권의 공천작업이 끝나면 총선출마 최종 주자는 적게는 3파전, 많게는 5파전에 이를 것으로 보인다.

따라서 이번 총선의 1차 관전 포인트는 크게 3가지로 압축된다. 첫째가 지역정서가 강한 한나라당 공천을 누가 받느냐 여부다. 둘째가 야권의(무소속 제외) 후보단일화 성사 여부고, 셋째가 무소속 주자가 과연 몇 명이나 될지 여부다.

이들 3가지 이슈가 정리되면 최종 주자도 자연스레 확정된다. 다만, 이번 총선은 어떤 상황에서 어느 누가 나서도 쉽게 당선을 장담할 수 없다는 점이다. 한나라당 일변도의 지역정서가 많이 변했고, ‘억지 단일화’를 해야 하는 야권 민심도 가리가리 찢길 수밖에 없기 때문이다. 여기에다 무소속 돌풍도 만만찮은 조짐이다.

지역정가에 정통한 관계자들은 한나라당 공천과 야권단일화 후폭풍 여파에 따른 선거구도가 요동칠 땐, 한치 앞을 내다보기 힘든 대접전이 펼쳐질 것으로 분석하고 있다.

▲ 한나라당 공천경쟁 주자들. 왼쪽부터 김현철, 설대우, 윤영, 진성진, 황수원(가나다순)

한나라당 공천경쟁

이번 총선에서 한나라당 공천경쟁은 가장 주목받는 핵심변수 중 하나다. 현재까지의 주자는 모두 5명. 저마다의 복안으로 당심(黨心)과 표심(票心)을 한꺼번에 두드리고 있다. 의정보고회, 출판기념회, 출마 기자회견, 자원봉사자 모집 등이 대표적이다.

현역인 윤영 국회의원의 공천 여부는 지역정가 최대 관심사다. 최근의 중앙당 쇄신론 등에 견줘 현재로선 공천전망이 꽤 불투명하다는 게 중론이다. 쇄신론 밑그림이 그대로 적용될 경우, 거제지역구 또한 현역의원 배제 대상에 포함될 가능성이 높기 때문이다. 이 같은 상황을 모를 리 없는 윤영 국회의원이 어떤 승부수를 띄울지가 주목된다.

윤영 국회의원은 지난달 말부터 시작한 ‘의정보고회 투어’를 통해 바닥 민심을 훑고 있는 중이다. 중앙당 쇄신론에 대해 겉으론 ‘공천에 앞선 의례적 기준’임을 강조하며 ‘개의치 않는다‘고 하지만, 속내는 다소 복잡한 듯 보인다. 현역 의원으로서의 우월한 인지도에다 당 조직까지 장악한 상태에서, 중앙당이 쇄신론을 근거로 1차 탈락대상에 포함시킬 경우, 무소속 출마도 배제할 수 없는 상황이다.

‘자원봉사자를 통한 선거혁명’을 꿈꾸는 진성진 변호사의 공천여부도 주목된다. 당초 300명을 목표로 시작한 자원봉사자 모집이 지난해 말 6000명을 넘어섰고, 선거전까지 1만명을 모은다는 전략까지 짜고 있다. 수치상 자원봉사자 1만명이면 상식적으로 생각해도 3만표는 쉽게 얻을 수 있다. 일찌감치 ‘친 박근혜’를 표방한 상태에서 박근혜 전 대표의 비대위원장 등장 또한 그에겐 좋은 호재다. 도덕적 하자가 없다는 점에서 중앙당의 쇄신론에서 말하는 주자와도 맞닿아 있다. 그러나, 최근 당내에 판·검사 출신이 너무 많다는 지적은 공천악재로 작용한다. ‘지역현안에 너무 둔감하다’는 항간의 지적도 마찬가지다.

김현철 거제미래포럼 대표의 공천여부는 거제를 넘는 전국적 이슈다. YS의 존재감이 공천향배에 어떤 변수로 작용할지도 흥미롭다. 김 대표는 거제에서 공천도전에 실패한 경험이 한차례 있다, 이번에는 마지막이라는 각오로 다시 내려왔다. 전체적인 분위기는 예전과는 확실히 달라졌다는 게 객관적인 평이다. 시민접촉 방식도 보다 구체적이고 실전적이다. YS가 구랍 28일 박근혜 비대위원장을 향해 “최선을 다해 돕겠다”며 ‘러브콜’을 보낸 것 또한 변수다. 문제는 문민정부 시절 쌓인 김현철 대표에 대한 부정적 이미지. 쇄신론을 외치는 상황에서 그에 대한 부정적 이미지와 YS에 대한 배려 사이에서 중앙당이 어떤 결론을 내릴지가 주목된다.

지난해 말 대규모 인원(주최측 추산 1500명)을 동원한 출판기념회 개최로 적잖은 ‘세’를 과시한 설대우 교수의 공천여부도 관심사다. 설 교수는 MB정부 초기 입각설까지 나돌 정도로 자타가 공인하는 MB맨이다. 이번 출마계기도 정부 측 인사의 강력한 추천이 있었다는 소문이 나돌 정도다. 깨끗하고 참신한 이미지에다 전문성도 겸비한 점이 강점이다. 그러나, 최근의 중앙당 흐름으로 볼 때, 공천에 득이 될 것으로 봤던 ‘MB맨’이라는 각인이, 되레 악영향을 줄 가능성이 커 졌다는 점이 변수다.

예비후보 등록 첫날 선관위를 찾은 황수원 거제박물관장은 박 전 대표와 ‘끈’을 우선 강조하며 공천을 자신하고 있다. 자신의 예비후보 경력에 ‘(전) 한나라당 박근혜 전 대표 특별보좌관’을 넣어놨을 정도로 일반인이 알지 못하는 막후 인맥을 강조한다. 각종 지역 행사에 가장 성실하게 얼굴을 알리는 주자로도 꼽힌다. 다만, 인맥을 통한 공천권 획득이 쉽지 않은 현재의 상황에서, 그의 공천 전망을 밝게 보는 사람은 흔치 않다.

▲ 야권 주자들. 왼쪽부터 민주통합당 박종식 변광용 장운, 진보통합당 이세종, 진보신당 김한주, 무소속 김한표

야권 단일화 ‘시험대’

여권 출마예정자들이 당 공천에 ‘올인’하는데 반해 범야권 예비주자들은 험난한 ‘포스트시즌’을 보내고 있다. 애초 단일화에 합의한 지역 내 야4당(민주·민노·진보신당·국민참여당)이 중앙당의 합종연횡 과정에서 대부분 사라진데다, 당내 경선결과를 두고서도 파열음이 터져 나오는 등 ‘암초’(불안요인)도 곳곳에 도사리고 있다.

야권의 흐름은 크게 3종류다. 민주통합당을 중심으로 한 예비경선(박종식,변광룡,장운), 사실상 주자가 확정된 통합진보당(이세종)과 진보신당(김한주) 주자, 무소속 주자(김한표) 군이다. 이번 총선의 야권 후보단일화는 사실상 후보가 확정된 통합진보당 이세종 후보와 진보신당 김한주 후보, 민주통합당의 당내경선을 통해 선출한 후보1명 등 총3명이 벌이는 후보 단일화다.

그러나 이같은 후보단일화까지는 넘어야 할 산들이 한둘이 아니다. 첫째가 당내 경선을 치러야 하는 민주통합당 후보가 경선 없이 추대된 진보신당 김한주 후보를 최종 통합대상에 포함시키지 않겠다는 움직임을 보이고 있다는 점이다. 이미 한차례 지역언론을 통해 배제 성명을 발표하기도 했다. 이같은 기조가 끝까지 이어질 경우 사실상 야권후보 단일화는 반쪽에 그치고 만다.
변수는 또 있다. 최종 본선에서 한나라당을 상대로 한 야권후보 단일화 논의가 중앙당 차원에서 현실화 될 경우, 지역의 단일화 논의와는 전혀 다른 결과로 이어질 수도 있다. 가령 민주통합당 후보와 통합진보당 후보가 당내 경선주자로 각각 선출되고서도, 중앙당의 전략적 차원에서 특정정당이 지역구를 양보해 자당후보의 출마자체를 막을 수 있는 상황도 배제할 수 없기 때문이다.

물론 여기에는 진보신당 후보는 별개로 작용할 가능성이 높다. 최근 통합과정에서 소외된 진보신당은 전국적 정당지지도가 1~3%대에 머무는 군소정당으로 전락해 전국적인 통합대상에서 배제되는 분위기 탓이다. 따라서 야권후보단일화는 협의가 잘 될 경우 민주통합당과 통합진보당, 진보신당의 주자가 최종 경선을 벌여 단일 대오를 형성이 가능하다. 진보신당 후보가 통합대상에서 끝까지 배제될 경우 민주통합당과 통합진보당 만의 단일화도 가능하다. 이것마져도 안 되면 야권은 3개당 전부 주자를 낼 수도 있다.

무소속 주자는 현재로선 김한표 전 서장이 유일하지만, 경우에 따라서는 한나라당에서 경선도 해보기 전에 공천에서 배제된 주자가 무소속으로 나설 수도 있다. 현재로선 가능성이 꽤 높게 점쳐진다. 거제지역 최종 선거구도를 3~5파전으로 보는 것도 결국은 이같은 야권의 흐름과 여권의 흐름이 겹치기 때문이다.
 

신기방 기자  nng@newsngeoje.com

<저작권자 © 뉴스앤거제,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