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간곡 선착장에 도착한 풍양카페리호. 선착장 입구를 막아선 마을주민(할머니)과 카페리 승객 모두가 근심어린 시선으로 서로를 쳐다보고 있다.

주민 동의없는 선착장 설치로 지난해 초 한차례 홍역을 치른 장목 농소해수욕장 내 간곡선착장을 둘러싼 마찰이 또 재현됐다. 지난번 마찰이 선착장 설치를 둘러싼 주민들과의 계약 마찰이었다면, 이번에는 선주사 측의 선착장 설치에 따른 주민들과의 합의사항 불이행이 직접적인 원인이 됐다.

장목 궁농어촌계 및 간곡마을 주민 50여명은 새해 1월1일부터 풍양선착장 내 풍양카페리호 차량탑재를 가로막으며 선주사 풍양S&T의 합의서 이행을 촉구하는 항의시위를 이틀째 벌이고 있다. 이로인해 차량탑재가 늦어지면서 출항시간도 30분에서 1시간 가량 지연되는 등 이용객들도 큰 불편을 겪고 있다.

주민들은 지난해 2월10일 간곡마을주민들과 선주사 풍양S&T 간 동의조건 합의에서 '2010년 사업을 계속 하고자 할 경우 2009년 12월15일까지 재계약을 다시 맺는다'고 해 놓고 지금까지 재협의에 불응하고 있다며 이번 실력행사 배경을 설명했다.

▲ 선착장 매표소 입구에 나붙은 펼침막. 마을주민들은 간곡선착장 허가취소를 요구했다.

주민대책위 정성조 위원장은 "지난해 합의당시 선주사 측은 지난해 말까지만 간곡선착장을 사용하는 조건으로 주민들과 합의했고, 올해 다시 사용하게 될 경우 지난달 15일까지 재협의를 한다고 했으면서도, 아무런 통보조차 없다가 지난 28일에야 과거 선착장 개설당시 합의서대로 하자는 일방적 주장을 펴며 재협의조차 거부하고 있다"고 분통을 터트렸다.

정 위원장은 "느닷없는 선착장 설치로 마을 어장이 황폐화되고, 마을 앞 도로가 사실상 주차장화 되면서 각종 교통사고 위험에 노출되고 있으며, 밤낮없이 불어대는 호각소리에 엄청난 스트레스를 받고 있다"며 "이같은 주민피해에 대한 보상차원에서 마을발전기금으로 1억1,000만원을 요구했으나, 선주사 측이 협의조차 거부하며 아예 연락조차 되지 않고 있다"고 말했다.

▲ 주민대책위 정성조 위원장

지난해 합의서 교환당시 주민대책위원장을 맡았던 이옥철씨는 "지난해 2월 풍양S&T측과의 동의조건에는 ▲마을발전기금 3,800만원 지급 ▲마을주민 및 직계가족 무표승선권 발급 ▲마을주민 1명 현장소장 채용 ▲마찰과정에서의 민형사상 고소소발 취하 등을 합의했으나, 지금까지 지켜진 것은 마을발전기금 3,800만원 지급만 이뤄졌을 뿐 나머지는 전혀 이뤄지지 않았다"고 주장했다.

옥 씨는 "마을주민 직계가족 승선권은 합의서 교환 1년이 다되도록 아직 발급되지 않고 있으며, 마을주민 현장소장 채용 건은 마을회의를 통해 추천한 사람을 선주사 측이 항의집회에 깊이 관여했다는 이유로 채용을 거부했고, 영업방해 및 집시법위반 혐의로 고소 고발된 사람들도 전부다 집행유예 또는 직접적 처벌을 받는 등 선주사 측의 합의서 이행노력이 거의 없었다"고 강조했다.

▲ 선주사 풍양S&T 측의 횡포를 호소하는 마을주민

옥씨는 특히 "풍양S&T 측이 간곡선착장을 통해 연간 약70~80억 원의 수입을 올리면서도, 이중 1% 정도의 마을발전기금 기탁을 거부하고 있다"며 "이제 주민들도 선착장으로 인한 각종 불편에 생존권 차원의 저항을 할 수 밖에 없다"고 주장했다.

선주사 측과의 중재에 미온적인 태도를 보이는 거제시에 대한 성토도 쏟아졌다. 집회에 참석한 마을주민들은 "거제시가 몇 사람과 짜고 주민동의서를 엉터리고 징구해 선착장 허가를 해 준 원죄가 있는데도, 선주사 측의 안하무인 격인 태도에 수수방관 하며 강건너 불구경 하듯 하고 있다"고 성토했다.

일부 주민들은 "제대로 된 주차시설 없이 이용차량들이 도로를 무단점용 하는 등 마을을 쑥대밭으로 만드는 선주사 측의 횡포는 사실상 공공질서를 위협하는 행위로, 그 자체만으로도 허가취소 사유가 될 수 있다"며 "선주사 측은 주민들이 민원을 제기하면 영업방해 혐의로 민·형사상 책임을 묻겠다는 안하무인격인 태도인데도 주민복리를 대변해야 할 거제시 행정력은 전혀 작동하지 않고 있다"고 불평했다.

▲ 도로 가운데에 눌러앉은 마을주민을 이옥철 전 대책위원장이 만류하며 길가로 나갈것을 종용하고 있다.

주민들의 이같은 민원제기에 대해 풍양S&T 고위관계자는 "일부 몇사람이 마을 주민들을 선동해 터무니없는 돈을 요구하면서 협상이 되지 않고 있다"며 "지금으로서는 부득이 당초 합의안(2001년 선착장 개설당시. 연간 약1천만원 마을발전기금 지원)대로 민원협상을 할 수 밖에 없다"고 말했다.

이 관계자는 특히 "인근 구영 성우페리 선착장의 경우 마을주민들에게 연간 6,000만원을 지원한다. 그러나 이곳에는 구영마을 회관을 매표소로 활용하도록 했고, 물량장 일부를 주차장으로 지원하는 등 적극적인 협조를 하고 있다. 연간 4,000만원을 지원하는 진해 안골 선착장도 마찬가지다. 그러나 간곡쪽은 마을상수도 마져 끊어 매점운영을 가로막는 등 전혀 도움은 안주면서도 연간 1억이 넘는 발전기금만 요구한다"며 마을 주민들에 대한 강한 불신을 토로했다. 그러면서 "주민들의 민원제기로 영업활동이 다소 불편하더라도 더 이상 협상에 나서지 않겠다"는 강경한 태도를 보였다.

이날 주민항의 현장에는 거제시관계자는 물론 경찰 및 해경관계자 등도 다수 출동해 현장상황을 살피며 혹시 모를 불상사를 통제했다.

한편, 지난 2001년 허가된 간곡선착장은 풍양카페리호가 진해 안골을 하루 12차례 운항하고 있으며, 장목지역 내 선착장 중 이용객이 가장 많은 곳이다. 3년단위로 점사용 허가갱신이 이뤄지고 있으며, 거가대교가 개통되는 올 말 이후 운항이 사실상 중단될 것으로 예측되고 있다.

▲ 승선을 기다리는 차량들이 도로가에 줄지어 주차돼 있다. 경찰이 나와 교통정리를 하고 있는 가운데 한 주민이 다가가 항의하고 있다.

신기방 기자  sgb@newsngeoj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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