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거제 통영지역 수산업계 최대 효자상품인 굴 산업이 노로바이러스 검출에 따라 심각한 위기상황을 맞고 있다.

거제·통영 일대 청정해역에서 생산되던 굴에서 최근 노로바이러스가 검출되면서 업계 최대 효자산업으로 인식되던 굴 산업이 존폐위기에 직면했다. 미국이 노로바리러스가 검출된 거제·통영 굴 수입을 전면 중단한데 이어, 최대 수출국인 일본에서도 수입중단 조치를 전격 검토하고 있기 때문이다.

노로바이러스 검출, 美 5월부터 수입중단…앞서 수입된 제품에 대해서도 전량 '리콜' 조치
일본도 전수조사 뒤 바이러스 검출되면 수입중단 통고, 대만도 통관대기 상품 '전량 폐기'

미국 식품의약국(FDA)은 지난 3월 미국 수출용 굴을 생산하는 거제 및 한산만(2050ha)을 방문조사해 노로바이러스를 검출했다. 노로바이러스는 사람에게 장염을 일으키는 바이러스로 분변을 통해 전파되며 사람 사이의 직접 감염도 일어난다. 미국측은 이같은 노로바이러스 검출에 따라 지난 5월1일자로 한국산 패류의 미국 내 수입을 중단했고, 앞서 수입된 제품에 대해서도 리콜 조치를 취했다.

엎친 데 덮친 격으로 미국보다 수출량이 훨씬 많은 일본 역시 거제·통영지역 생산 굴을 대상으로 수입물품 전수조사를 벌여 노로바이러스가 검출되면 수입을 전면 중단하겠다고 우리 정부에 통보했다.  대만에서도 한국산 굴에서 노로바이러스가 검출돼 통관 대기 중이던 7240상자를 폐기하겠다고 대만 위생서가 전했다.

이처럼 수산업계 수출효자로 평가되던  굴 산업의 해외 수출길이 잇따라 막히고 내수시장에까지 침체국면을 맞으면서 굴 산업이 크게 휘청거리고 있다. 업계에서는 굴 수출길 봉쇄에 따른 피해액만 거제에서 연간 700억원을 웃돌 것으로 추산하고 있다.  여기에다 바이러스 여파에 따른 내수시장 침체가 장기화될 경우  실제 피해액은 눈덩이처럼 불어날 것으로 예상된다.

효자산업 굴 수출길 막히면 거제서만 연간 700억원 피해

▲ 굴 가공공장.

거제지역 굴 생산량은 연간 1만1712톤으로, 최근 3년간 1kg당 평균 가격은 6400원임을 감안하면 연간  약750억원의 생산액이 창출됐다.  지역 내 굴 가공공장은 26개소(간이공장 24, 가공업체 2)로 1군데 당 평균 40명이 종사하고 있어 120일간 12만4800명의 고용창출에도 기여해 왔었다.

이와관련, 수산분야 전문가인 박장섭 시의원은 "지금같은 주요 수출국의 굴 수입 중단조치가 잇따를 경우 지역 내 굴 산업은 사실상 존폐위기를 맞게 될 것이라고 진단했다.  박 의원은 특히 “굴  산업 위기에 대한 심각성이 중차대한 문제로 떠올랐지만, 거제시는 노로바이러스 발생 원인을 어민들에게 떠넘기는 듯한 인상을 주는 등 면피에만 급급할 뿐 실질적인 대응책을 내놓지 못하고 있다"고 질책했다.

실제 지난5일 있은 153회 시의회 시정질의에서 노로바이러스 검출 원인 등을 따져 묻는 박 의원의 물음에 시 간부공우뭔은 “해역 이용자의 해상 분뇨배출 관습화로 해역에 대한 위생관념이 낮아 단속에 에로가 있다”고 답변했었다. 이 간부공무원의 답변대로라면 어민들이 배에서 배설하는 분뇨가 노로바이러스 발생원인의 주범이며, 이에대한 실질적인 단속방법이 없는 현실에서, 결국 어민들이 '제 손으로 제 눈 치른 격'이라는 말과 다름없는 발언이다. 

어민들 "해상 배변이 바이러스 발생 원인이라고?" 안일한 행정당국 원망

이에대해  지역 모 어촌계 관계자는 “굴이 생산되는 겨울철엔 살을 에는 추위때문에 겹겹이 작업복을 껴입고 바다로 나가는데 어떻게 볼일을 보겠느냐”며 "설령 배에서 한두사람이 볼 일을 본다고 그게 망망대해 바다오염의 주범이라는 진단은 '소가 웃을 일'이다"라고 일축했다. 오염물질에 의해 발생된 바이러스라면 어민들이 배 위에서 행한 볼일(?)보다 육상오물이 그대로 바다에 흘러 든 것이 직접적인 이유라고 설명이다.

이 어촌계원은 특히 거제시의 무사안일 행정이 화를 키웠음을 우선 강조했다.  그는 “미국에서 방문조사단이 온다는 통보를 받고도 아무런 조치를 취하지 않은 행정당국의 무관심에 더 화가 난다”고 안일한 시 행정을 성토했다.

박장섭 의원도 거제시의 위기관리 능력 부재를 우선 지적했다.  박 의원은 “지난 2002년 5월에도 수입이 중단돼 10월에 재개한 선례를 타산지석 삼아 해결책을 찾을 수 있음에도 시는 당시 대응자료를 내놓지 못하고 있다”며 “어민들을 탓하기 전에 과거 대응 메뉴얼에서 뭐가 부족했는지에 대한 반성부터하는 게 맞는 이치"라고 일침을 가했다.

연안마을 하수처리시설 강화가 가장 시급한 과제
위기상황 대응 메뉴얼 재정비 통해 사태 장기화 막아야

노로바이러스 발생을 막기 위한 근본적인 대책도 주문했다. 우선적으로 해결할 것은 청정해역 일대 자연마을에 하수종말처리시설이 완벽히 갖춰져야 한다는 게 박 의원의 지적이다.

이 해역을 둘러싼 34개 자연마을 중 9개 마을에만 관련시설이 설치돼 있는데 사업비 확보 애로 등 시일이 오래 걸릴 경우엔 하수관로사업을 우선 실시해 오폐수유입을 막아야 한다는 것.

오폐수 유입에 따른 해양오염이 바이러스 발생의 주범이라는 점은 거제시관계자도 인정하고 있다. 시는 이번 사태를 계기로 어촌지역 마을단위 공공하수처리시설 증설과 공공하수처리구역 관거정비 사업 등을 대대적으로 손본다는 방침이다.

시 관계자는 “관로사업이 가장 시급해 우선적으로 진행할 것”이라며 “동시에 어민 대상으로 인분이 해역에 유입되지 않도록 계도를 펼쳐 다음엔 좋은 평가를 받을 수 있도록 노력하겠다”고 말했다.

신기방 기자  nng@newsngeoj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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